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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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 인슈어테크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험심사부터 자산운용까지 보험업 전반에 디지털화과 확산되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은 인공지능(AI)을 통해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 지급 심사까지 활용하는 것은 물론,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운용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 중이다.

◆보험사, 자체 개발한 언더라이팅 프로그램으로 업무효율성과 소비자 만족도↑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언더라이팅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전까지 보험심사는 다양한 문제가 존재했다. 같은 보험사 상품이라도 설계사마다 영업방식이 달라 고객별로 차이가 있었다. 또 설계사와 고객 간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역선택과 보험금 지급 시 과도한 정보제공 요청으로 소비자의 불만도 커졌다.

이는 결국 불완전판매율과 민원건수를 높였고, 보험설계사는 물론 보험업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계기가 됐다.

보험사들은 AI 언더라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심사를 신속히 처리하고 고객으로부터 얻는 정보 수집 등과 같은 절차도 생략해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을 모두 높이는 등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부 해소하고 있다.

실제로 ABL생명은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기술을 활용해 신계약 자동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계약의 80%를 자동적으로 승낙함으로써 가입 편의성과 업무효율성을 높였다.

또 매트라이프생명은 전문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개발해 별도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청약서의 이미지와 수집된 정보만으로도 심사가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매트라이프생명은 정액보험 간편청구 서비스를 도입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보험금 청구 같은 경우 절반 이상이 디지털로 처리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보험업계가 인슈어테크로 전환하면서 업무효율성과 고객 편의성 향상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협업해 변액보험 상품 운영

최근 보험사들은 핀테크 업체들과 협업해 변액보험상품 자산운용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자산운용가(Advisor)의 합성어로, 투자자가 맡긴 자산을 AI가 대신 운용하거나 자문해주는 서비스다.

삼성생명은 작년 11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업체인 파운트와 협업해 ‘AI 변액보험 펀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매월 변액보험 고객들에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흥국생명도 지난달 파운트와 협업해 온라인 전용 상품 ‘AI가 관리해주는 속편한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AI가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산을 배분해 펀드에 투자한다.

이 외에도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매트라이프생명 등도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렇듯 보험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변액보험 자산운용에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률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로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그렇기에 상품 특성상 유가증권시장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아 수익률 변동성이 심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불황이었던 2020년 1분기 전체 생명보험사 변액보험 상품(보증형 상품 기준)의 수익률은 –6.89%였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호황기였던 올해 1분기 수익률은 11.80%를 기록했다.

작년 6월 출시한 메트라이프생명의 AI 변액보험 펀드관리서비스는 지난 9월까지 누적 수익률(공격투자형 기준)41.33%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넘어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보였다.

다만,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 9월 보험연구원에서 발간한 ‘AI의 발전에 따른 보험업 법제 정비 방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보험업법 및 관련 법제는 인공지능의 활용을 전제로 법제가 설계돼 있지 않다.

그렇기에 다차원적이고 대량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AI 기술에 대해 신뢰도를 측정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과연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심사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보험업은 보험사에서 단독적으로 운영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슈어테크 관련 산업의 경우 주로 보험사와 핀테크 업체 간 제휴를 통해 이뤄진다. 그렇기에 소비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우려가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이전까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보험사 중심으로 소비자 구제가 진행됐다”며 “현재 인슈어테크 사업처럼 보험사가 핀테크 업체에 아웃소싱을 주는 형태의 사업 모델 같은 경우 복잡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그렇기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관리‧감독 역할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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