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 “IB 핵심역량 강화”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주말이면 직원들과 등산을 하는 CEO가 있다. 사장과 직원이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해야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 사장은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동지애’를 심어주기 위해 이번 주말도 직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를계획이다.

“야구 경기를 할 때 꼭 초구를 쳐야 하나요? 2구나 3구를 기다렸다가 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죠.”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이 우리투자증권 인수가무산된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 사장은 “KB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으면 호흡을 맞춰 갔을 것”이라는 말로 아쉬운 감정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서 부사장을 지낸 인연도 있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을 야구에 빗대어 ‘볼’ 초구가아닌 ‘스트라이크’ 2구, 3구를 기다려 보겠다고.

현재 시장에는 ‘괜찮은’ 매물들이 나와 있어 향후 KB투자증권이 중형 증권사에서 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증권사 인수에 다시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 인수합병(M&A) 문제는 지주차원에서 결정할 일이어서 정 사장이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주제다.

정 사장은 “매물로 나온 회사 중 다시 M&A를 추진하지 않겠느냐”며 “지주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
라고 말을 아꼈다.

‘맹장’보다 ‘덕장’처럼

정 사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한번 어떤 것을 맘먹고 시작하면 지기 싫어하는 타입이다.

바둑 아마추어 5단이라는 실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바둑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을 때다.

충북 진천의 ‘시골’ 출신이 당시 입신양명(立身揚名)의 대명사로 통하는 ‘판사’가 되겠다며 서울로 유학을 올라온 것이다.

그러다가 친구들 어깨너머로 바둑을 알게 됐고 바둑책을 사서 공부한 끝에 아버지, 형을 이기고 동네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두는 사람까지 꺾었다.

이런 욕심 때문에 사람들은 정 사장이 ‘돌쇠’ 스타일로 임직원을 독려해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

생각과 달리 정 사장은 ‘맹장’보다는 ‘덕장’ 스타일이다. 임직원에게 가장 먼저 심어주려는 것이 ‘동지애’다. 사장과 임원, 직원이 아닌 같은 회사의 동지라는 정신이다.

IB업무 강화 계획 부동산 제외한 PF 주력 방침
“자산 활용, 다양한 상품개발 위해 규제 완화 필요”

정 사장은 지난해 7월 KB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뒤 수차례 임직원과 산행을 했다.

직장 상사가 주말에 산에 같이 가자고 하면 부하직원으로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정 사장도 이런 것을 알지만, 산행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산행과 경영이 비슷한 면이 있어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산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사장이나 막내 직원이나 누구나 똑같이 땀 흘리고 같이 호흡하면서 힘든 코스를 극복해야 하고 그러면서 서로 동료라는 느낌을 더 많이 갖게 될 겁니다.”

사장과 직원이 서로 대화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해야 일할 때도 플러스 효과가 난다는 게 정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그래서 산행을 할 때도 맨 앞에 서서 직원들을 이끌지 않는다. 사장이 앞서고 직원이 뒤따르는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수시로 담소를 나누면서 산에 오르려고 한다.

IB분야 핵심역량 강화에 초점

이런 임직원과의 동지애를 바탕으로 정 사장은 올해 투자은행(IB) 분야에서 핵심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IB 업무 범위를 넓히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제외한 PF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PF 같은 것이다. 앞으로 IB에서 꾸준히 수익원을발굴해 나갈 생각이다.

그는 증권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자산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대폭 완화됐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정책의 방점이 ‘건전성’에 찍혀 있다 보니 상품개발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영업용 순자본비율(NCR)규제로 자산 활용도가 너무 떨어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좀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에서 부사장을 지냈고 흥국증권과 NH농협증권, 아이엠투자증권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KB투자증권까지 대표이사만 4번째일 정도로 잔뼈가 굵은 ‘증권맨’이다.

정 사장은 그러나 증권사 한곳에서 ‘장수’하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현재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007년부터 연임에 성공해 증권사 사장 중 최장수다.

정 사장은 “유 사장의 경우 본인의 경영철학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본다”며 “실력과 친화력을 갖춘 분이다. 그런 분을 잘 눈여겨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 사장은 최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시간 연장 카드를 들고 나온 데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런 조치로 거래량이 유의미할 정도로 증가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러나 그런 방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필요했겠느냐”며 “그런 실험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에는 박수를 쳐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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