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 분할 의결한 SK이노베이션
앞서 지난해 9월, 배터리 분사 의결한 LG에너지솔루션과 동일 행보…왜?
확장하는 배터리 시장, 능동적인 대응·투자 필수불가결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및 석유개발 사업을 독립 회사로 각각 분할시키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양극으로 갈려 술렁였다. 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처럼, SK이노베이션도 같은 행보를 밟는 것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다. 특히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한 주주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 분야가 분할돼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반길 수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불만이 반영돼, 물적 분할을 공식화한 지난 4일 주가는 전날 대비 3.75% 하락한 24만3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는 과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할 당시와 비슷하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분 물적 분할을 공시했던 지난해 9월 17일 종가는 전날 대비 6.11% 내린 64만5000원이었다. 전날인 16일에도 5.37%가 감소한 바 있다.

주주들은 물적 분할이라는 것에 대해 불확실성과 우려를 제기했고, 이는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던 것이다.

이들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하는 것에는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리스크가 따라붙는다. 게다가 ‘배터리 사업’의 경우 현재의 전기차 시장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 산업으로 손꼽히는 상황이다. 이에 관련 투자로 이득을 못 얻는 것에 주주들의 불만이 주가 하락이라는 지표로 표출되는 것이다.

‘미래 불확실성’이 문제가 되는 것인데, 반대로 말하면 이러한 불확실성에 이들 기업은 ‘배팅’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사업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데다가, 현재 글로벌 시장 기조는 ‘탈 탄소’다. ‘카본을 그린으로(Green Transformation)’이라는 그린 혁신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사업 구조 개편도 필수적인 상황이다.

한발 앞서 있는 LG화학은 이번 SK이노베이션의 행보에 근거를 실어준다. 배터리 사업 분사 약 1년이 지난 현재(13일) LG화학의 주가는 80만원대를 지속 유지 중이다. 올해 초에는 100만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해당 결과는 LG화학의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확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LG화학은 최근 ‘종합 배터리 소재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친환경 지속가능성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선정하고 오는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 밝혔다.

배터리 사업을 분할했지만, 존속기업에 대한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현재, 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현금 유치까지 더해진다면 뒤를 받치는 LG화학에도 더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당시 발표한 주주 환원 정책 또한 현재의 LG화학을 이끄는 것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로서의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 투자자가 존속법인인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할 이유를 계속해서 만들겠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배터리 사업 분사 발표 이전에도 진행 중이었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올해 4월 윤활유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지분 40%를 매각했고, SK에너지가 보유한 주유소를 매각해 현금화하기도 했다. 현재는 SK종합화학 지분 49%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2019년부터 올해 초까지 美 셰일오일 광구 지분 등 광구 매각도 지속해왔다. 자금 확보와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과감히 전통사업을 차곡차곡 감축하는 것이다. 이는 탈 탄소 포트폴리오로 전환과 동시에 자금을 모아 미래 사업 투자에 더 박차를 가해, 주주가치 제고를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과 함께 추진되는 석유개발(E&P) 사업 분할 또한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배터리 사업 분할은 향후 투자금 확보를 통한 사업 확장을 위함이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량 증가와 연구개발(R&D)를 통한 기술력 확보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수혈은 필수 불가결해지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존속기업과 신설기업 모두가 하락세를 보일 수도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현재는 배터리 사업부분이 손실(올해 2분기 기준 영업손실 979억원)을 내고 있지만, 향후 본격적인 수익창출 역할을 함과 동시에 IPO로 인한 수혈까지 더해진다면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역량은 더욱 활장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분기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의 감소(전분기比 788억원↓)와 더불어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사업별로 투자 유치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환경에 더욱 폭 넓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 중심의 성장 전략(Carbon to Green)을 가속화해 기업가치를 집중적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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