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핵’, 리니지 ‘아데나’ 거래 등
게임 생태계와 밀접한 대법원 판례들
“개별 사안 판단 과정 구체적으로 봐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온라인에서 ‘게임 소송 대법원 판례, 2021년 현실에 얼마나 부합하나’를 주제로 게임 제도 개선을 위한 2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게임물관리위원회 법무담당관 성수민 변호사, 임혜진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진=게임문화재단 유튜브 캡처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온라인에서 ‘게임 소송 대법원 판례, 2021년 현실에 얼마나 부합하나’를 주제로 게임 제도 개선을 위한 2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게임물관리위원회 법무담당관 성수민 변호사, 임혜진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진=게임문화재단 유튜브 캡처

국내 게임업계가 성장해온 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고, 대법원에서 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판례도 나왔다. 통상 대법원 판례는 사실관계 판단이 이뤄지는 1‧2심과 달리 법률적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1‧2심 재판에 대법원 판례가 기속력을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가 현실 생태계와 항상 부합하는 것이 아니고, 판례의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온라인에서 ‘게임 소송 대법원 판례, 2021년 현실에 얼마나 부합하나’를 주제로 게임 제도 개선을 위한 2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혜진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 게임물관리위원회 법무담당관 성수민 변호사, 김태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참석했다.

먼저 임혜진 변호사가 발제한 2020. 10. 15 선고 2019도2862 판례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에서 사용된 ‘에임핵’ 판매자 관련 사건이었다. 에임핵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조준을 하게 해주는 ‘핵’의 일종으로, 게임 관련 커뮤니티 등지에서 이용자 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게임 생태계 전체를 망가뜨리는 주범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오버워치 에임핵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1심은 부분 유죄, 2심은 전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서는 ‘핵’이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렵다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해당 사건에서는 ‘핵’이 게임산업법을 위반해 처벌된다는 점에서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이견이 없었지만,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 해당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에서는 오버워치 에임핵이 메모리 변경을 일으키지 않는 매크로 기능이 추가돼 다른 이용자의 접속을 지연시키거나,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수행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관해 임혜진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이 결과를 요구하지 않고 행위만으로 처벌하기에 그 해석을 엄격하게 하는 대법원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악성프로그램 해당 여부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만을 제시한 것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적절한 법적 대응을 위한 유연성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임 변호사는 게임사가 제공하지 않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이용자의 게임 참여 의욕을 저하시키는 등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핵 사용자의 처벌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정보통신망법과 게임산업법상 법정형의 차이도 있어 법정형 조정 논의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 제작 및 유포가 정보통신방법 위반이라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게임산업법 위반으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또 김태균 변호사가 발제한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30281 판례는 게임머니뿐 아니라 가상자산(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에 대해 판단한 것으로 인용되고 있지만, 판결 내용에서는 게임머니의 법적 성격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법상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라고 봤다는 것이 김태균 변호사의 설명이다.

대법원이 게임머니 자체가 자산가치를 갖는지, 법적 성격이 어떤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게임머니의 법적 성격에 대해 판단한 판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게임 이용자의 게임머니에 대한 권리는 게임사에 의해 부여된 이용권으로 본다. 게임머니에 대한 권리는 게임사 이용약관에 따라 제한될 수 있으며, 게임머니나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는 이용약관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김태균 변호사는 “판례는 법과 다르게 구체적 사안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더 중심이 되기 때문에 판례를 이해할 때 결론만 보고 ‘게임머니가 재화라고 그래서 재산상 가치가 있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판례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임혜진 변호사께서 말씀하신 것도 ‘핵이 악성프로그램이 아니다’라는 결론보다 어떤 사안에서 어떤 특징이 있어 악성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봤는지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가 갖는 기속력에 주목해 결론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법리적으로 어떻게 판단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제언이다. 다만 게임 관련 판례가 현실 생태계를 반영하기 위해 고심한 부분이 적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서종희 연세대 교수는 “유권해석을 하는 법원이 고심한 흔적이 판례에서 드러나면 입법을 통해 어려움을 벗어나게 할 수 있겠지만,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그런 점이 부족해 아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이상헌 의원은 이날 “대법원 판례는 하급심을 사실상 기속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게임 판례를 살펴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다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판례를 면밀히 검토해 현실에 맞는 의견 제시를 해야 한다. 토론회를 통해 게임 생태계에 부합하지 않는 판례들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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