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형성과 분열…국력 등 스스로 힘 갖춰야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본격 가동을 앞두고 3년 4개월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되는 등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보다 현실화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한민족의 형성과 분열 과정을 통해 근본적인 민족 통일방안을 모색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반복된 분열과 화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통일의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또 다른 이름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민족공동체는 전인류공동체로 진일보했다. 유럽연합의 경우처럼 국가 간 장벽을 낮추고 지역평화공동체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멍에를 짊어진 상태다. 민족공동체의 완성을 위한 ‘통일’에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분열과 화합이 반복됐던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통일 로드맵을 완성해 근본적인 갈등을 풀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학계 역시 남북이 통일을 앞당기고 진정한 민족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역사를 되짚어보는 통일담론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김낙중 평화통일시민연대 고문은 “고려와 조선시대 등 1000년의 한민족 통일시대를 살아온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남북으로 분열돼 서로 이념적 갈등을 벌이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통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이 어떻게 분열과 분단을 극복해 왔는지 역사적 사실을 탐구하고 통일 로드맵을 완성하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조선, 한민족 역사의 출발점

선사시대 유물을 살펴보면 한반도에는 2만~3만년 전부터 우리의 조상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씨족공동체를 형성하고 상호 대립과 투쟁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부족공동체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부족국가인 고조선이 주변 여러 부족을 통합해 부족연맹국가로 발전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고조선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단군조선이다.

고조선은 중국 요동반도를 중심으로 대동강 남쪽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많은 부족공동체를 지배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기원전 108년 한무제의 공격으로 수도 음성이 함락돼 멸망했다.

멸망이후 고조선의 뿌리는 한 무제의 압박을 피해 한반도 중부와 동부로 이동해 정착했다. 이들은 이후 부여와 고구려, 동예, 옥저, 삼한의 공통된 선조로 한민족 형성의 근간이 됐다.

한반도 고대국가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역사는 부족 간 투쟁과 통합의 과정을 통해 부족연맹체제가 만들어졌다.

현 시대까지 이어진 대립의 역사

부족연맹이 해체되고 고구려와 신라, 백제로 삼국시대가 도래했다. 이들 국가는 동맹과 대립을 반복하며 때로는 당(唐)과 왜국 등 주변국의 힘을 빌려 서로를 견제했다.

기원전 676년 통일신라시대가 개막하며 한반도 최초의 통일 국가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다른 견해도 있다. 고구려가 멸망한 30년 뒤인 689년 한반도 북쪽에 발해가 세워져 남북 등 분열의 시대라는 견해다.

한반도는 이후 901년 후삼국 시대로 다시 분열됐다가 918년 고려 왕조가 등장하면서 조선시대까지 약 1000년의 한반도 통일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조선왕조의 멸망은 일본으로부터 주권 침탈과 함께 한민족 말살의 위기를 맞이하는 시초가 됐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은 됐지만 서구 열강의 패권다툼 속에 국토가 분단되고 민족이 남북으로 분열돼 현재까지 비극의 민족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일제강점기·분단 등 한민족 비극의 시기
5천년 역사 속 통일시대 약 1천년 불과

 

김낙중 평화통일시민연대 고문은 “20세기 전반은 일제의 식민지로, 20세기 후반에는 남북 분단으로 민족 구성원들이 좌우로 분열돼 서로 반목하며 반세기를 지내왔다”며 “지금은 하루빨리 민족 분열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통일국가를 실현해야 하는 중대한 역사적 과제 앞에 당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단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실현가능한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민족분단의 내부적인 원인을 역사적 사실에서 찾는 과정이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통일문제 역사에 해답”

학계는 통일문제를 연구하고 고민할 때 과거 역사에 해답을 찾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역사를 되짚어 분단의 원인 등을 분석해 갈등을 봉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한국사학과)는 “통일문제는 미래의 문제인데 과거를 다루는 역사에서 그 해답을 찾는 것에 의구심이 들 수 있으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배경과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9세기 후반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간 세력 다툼이 한반도 분단을 초래했다”면서 “지정학적인 특성으로 인해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과 이를 대처할 힘을 기르지 못한 내부적인 문제가 오늘날 분단의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피력했다.

홍석렬 성신여대 교수(사학과)는 “남북 분단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해방 후 냉전체제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주변 열강·지리적 특성이 민족 분열 불러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 극복이 최우선돼야

 

학계는 또 단일민족의 전통을 계승한 한민족이 미국과 구소련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분열 상황은 미래의 국가 발전과 한민족 역사계승의 차원에서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일민족의 통일이라는 관점이 아닌 남북의 평화공존의 과정을 지속하기 위해 양쪽이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교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변국 이해관계 속 해법 찾아야

통일은 결과 그 자체보다는 어떤 과정을 통해 통일을 실현해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미·중·일·러 등 주변국도 한반도 통일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냐를 중시한다.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에서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주변국이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통일로 가는 길은 그 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주변국의 이익과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주변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입장과 전략적 득실관계를 따지는 지혜를 갖춰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한반도 분단은 강대국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주변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근거는 역사적인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한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체제 프로세스를 병행하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에게도 이로운 공공재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백년 간 누적돼온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리함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 한반도 횡단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하고 남북한을 관통하는 동북아 에너지망을 구축하는 것이 한 예다.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경제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확실히 심어줘 주변국이 한반도 통일의 도우미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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