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석환 위메이드트리 대표, 김균태 해시드 파트너, 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지영 법무법인 창과방패 변호사, 송석형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서비스팀장. 사진=변인호 기자
(왼쪽부터) 김석환 위메이드트리 대표, 김균태 해시드 파트너, 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지영 법무법인 창과방패 변호사, 송석형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서비스팀장. 사진=변인호 기자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혁신 기술로 꼽히며 많은 기업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연구했지만, 국내 상용화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게임업계에서도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해왔고, 게임 아이템 데이터의 소유를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주는 대체불가능토큰(NFT)가 대두됐다. 하지만 법령에 따라 심의해야 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NFT 적용 게임의 등급분류를 거절해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구로구 스튜디오9D에서 ‘대한민국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는?’을 주제로 지난 8일 주최한 게임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1차 정책 토론회에서도 유의미한 결론이 도출되진 못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게임문화재단이 후원했다.

블록체인 게임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게임에 접목했다가 게임위로부터 등급 재분류 판정을 받고 2019년 서비스를 종료한 ‘유나의 옷장’부터 2021년 7월 현재까지 등급분류 기준에 관한 논의도 부족한 실정이다. 블록체인 게임 자체에는 여러 게임사나 신생 블록체인 기업들이 뛰어들어 개발하고, 해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경우도 있지만, 국내 상용화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NFT 개념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게임사들에서는 NFT는 쉽게 설명하면 아이템에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해 생성 시점부터 거래 이력까지 블록체인에 기록해서 관리하는 것으로, 등기부 등본 같은 역할을 한다. NFT-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는 기업들에서는 ‘데이터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준다’는 표현을 쓴다.

특히 NFT가 적용된 블록체인 게임은 서비스가 종료된 후에도 해당 데이터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A라는 게임에서 무기 아이템으로 쓰였던 NFT 아이템이 B 게임에서는 보조재료로 사용될 수도 있는 셈이다.

등급분류가 나지 않아 국내에서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많다. 그렇다고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다른 서비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사 3사가 운영하는 본인인증 앱 ‘패스(PASS)’나 백신접종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쿠브(COOV)’ 앱에도 위‧변조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됐다.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 중 유독 게임 분야가 등급분류 관련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는 기업들은 게임위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게임위는 계속해서 등급분류를 거부해왔다. 일각에서는 법에 따라 집행하는 기관인 게임위가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독단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기관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은 수년째 지속 중이다. ‘유나의 옷장’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블록체인 게임업계에서도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이상헌 의원은 “‘유나의 옷장’ 이후 3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관련 논의는 마땅히 유의미한 결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행법상 블록체인 게임의 등급분류가 힘든 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고, 이를 인지한 게임사들은 국내 운영 시도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게임위를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은 게임위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판단만 가능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법이 개정되기 전이어도 주무 부처의 유권해석이라도 있으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었겠지만,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상헌 의원은 이날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가상화폐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만큼은 예외”라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아무 이유 없이 막는 것은 아니다. 정부 기조가 정해지지 않은 이상 독단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등급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기준이라도 명확하게 있어야 사업체도 살고 기관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준 마련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서도 심의기관인 게임위에게 전향적인 판단을 바라는 업계와 현행법에 따른 집행만 가능한 게임위의 원론적인 논의가 오갔다.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게임이 사행성‧환금성을 띠는지, 게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NFT가 적용된 게임이라고 오히려 일반 서비스와 달리 역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업계의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특히 게임사가 이용약관을 통해 금지하고 있지만, 이용자들 간 이뤄지고 있는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아이템의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준다는 것, 아이템의 자산가치가 서비스 종료 뒤에도 유지된다는 점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은 재화를 다른 이용자와 거래하는 현재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것과 유사하다는 맥락이다.

아울러 게임위에서는 NFT의 환금성을 우려했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자산을 형성하게 되면,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수익’을 목적으로 게임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곳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아이템 현금거래에 관해서는 2009년 리니지 게임머니 환전행위 관련 대법원의 무죄 판결 판례가 자주 거론되는데, 송석형 게임위 등급서비스관리팀장은 “일부 게이머가 게임사가 허락하지 않은 방법으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의 근거로 2009년 판례가 언급되는데, 다시 문제가 제기됐을 때 동일한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김석환 위메이드트리 대표는 “업계인으로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저들이 엄연히 아이템에 배타적 이용권을 행사하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약관을 통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게임위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생존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 급격한 글로벌화 추세에서 국내에서만 규제에 가로막힌 것은 사업적 손해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 정부가 블록체인 게임 지원 등을 통해 마련한 개발 가이드라인 제시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블록체인 분야 게임콘텐츠 제작에 과제당 최대 5억원을 지원하는 ‘2021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콘텐츠 지원사업의 블록체인 분야는 클라우드, 인공지능과 ‘신기술 기반형’ 부문으로, 총 48억원 규모의 지원이 예정됐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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