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철강재 가격, 철강업계 실적 전망 ‘맑음’
포스코의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강화
철강업계, ‘탄소중립’ 앞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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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4년 만에 철강업계를 찾아온 ‘업사이클’은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 업체들을 ‘함박웃음’을 짓게 했다. 철강 수요의 증가와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공급자 입장인 철강 업체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호황을 맞았다.

중국발 철강제품이 줄어들면서 국내 철강 업체는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실적상승으로 이어진 것.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공급은 한없이 부족해지자 철강제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연일 상승하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 한숨 돌리다 못해 잔치를 벌일 상황까지 이르자, 각 업체의 눈은 ESG경영으로도 향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바람이 불면서,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라는 낙인을 씻어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 원자재 가격↑ 자동차용 강판 가격 4년 만에 ‘인상’·조선용 후판 가격은 ‘논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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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수요회복으로 올해 초부터 철광석 등 원료가격이 폭등하자 국내 철강 업체들은 현대자동차, 기아와 차량용 강판 공급 가격 인상을 논의,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합의에서 자동차·철강 업체들은 차량용 강판 공급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하는 것에 합의했는데, 이는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차량용 강판의 주원료인 철광석은 지난 5월 중순 한때 톤당 226달러까지 오르며 최근 10년 사이 최고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0달러 중반대 수준을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세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4년 만의 이번 인상 합의는 지난 4월 공급물량부터 소급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하반기 철강 업체들의 실적 상승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차량용 강판 가격 상승에 이어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 하반기 후판 가격 줄다리기에 들어간 상태다. 차량용 강판과 마찬가지로 철강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 불가피”라는 입장이지만, 조선 3사는 지난 상반기 협상에서 톤당 10만원(85만원에 합의)을 인상한 것에 이은 추가 가격 상승은 선박 제조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218.62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 ‘업사이클 지속’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업계 호실적 ‘기대’

사진=현대제철
사진=현대제철

앞서 언급했듯이 건설, 자동차, 가전 등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산업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낳고 있지만, 되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불균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철강재 제1 수출국이었던 중국 정부가 철강재 수출 증치세 환급률을 조정한 이후 수출량을 통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의 수출이 줄어들자 그동안 가격경쟁력에서 밀렸던 국내 업체들이 호황을 맞은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철강 업체들은 지난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포스코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5524억원(yoy 120.1%↑)을 기록했으며, 현대제철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303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48.6% 상승, 전년 동기 대비로는 흑자전환했다. 동국제강 또한 전년 동기 대비 94.8% 급증한 109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곧 발표될 2분기 실적에 이어 하반기에도 철강업계의 전망은 맑다. 철강재 가격의 급등과 수요의 지속 회복, 공급과의 불균형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철근 등 각종 철강제품의 가격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또다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각사의 2분기 영업이익으로 포스코는 약 2조1200억원, 현대제철은 약 5300억원, 동국제강은 약 212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 ‘리튬·흑연·니켈 등’ 포스코,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구축 ‘강화’

사진=포스코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상반기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구축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을 선포했다. 지난 5월 호주의 니켈 광업 및 제련 전문회사 지분 30%를 인수한 것에 이어 같은 달 26일 광양에 연산 4만3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착공하면서다.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박차를 가하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다만 관련 소재에 있어서는 해외 의존도,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이를 포스코가 해결하면서 국가 산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최정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에서부터 양극재, 음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해 글로벌 탑 티어로 도약해야 하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포스코는 흑연의 수급 다변화도 추진 중으로, 흑연의 안정적인 수급처도 확보하게 된다면,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구축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양극재의 원료인 니켈과 리튬, 음극재의 원료인 흑연을 양손에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급등하는 전기차 시장은 이차전치 배터리 산업 확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기에, 그 원료가 되는 양극·음극재를 공급하는 포스코의 ‘시장 선점’은 업계의 시선을 한데 모으고 있다.

◆ 철강업계, 온실가스 주범 낙인 벗기 위해 ‘탄소중립’ 선도

사진=현대제철
사진=현대제철

전 세계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해 ‘친환경 캠페인’을 펼치며 각 영위 사업에서의 탄소 저감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철강업계도 이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철광석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주된 사업인 철강업계는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라는 낙인을 지고 있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선언을 통한 친환경 대응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여기에 동참하는 것인데 철강업계 또한 각 기업마다 ‘ESG경영’을 내세우며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상황이다.

각 기업의 경영정책들과 함께 조직적인 움직임도 함께하고 있다. 올해 초인 지난 2월 2일 한국철강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50 탄소중립’ 논의를 위해 산·학·연·관이 연합해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했다. 여기에는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심팩 등 철강기업들과 학계·연구계가 함께 하고 있다.

이날 1차 회의에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제 2차 그린철강위원회가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동안 함께 수립해온 ‘철강 탄소중립을 위한 R&D 로드맵’을 점검하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현황을 공유, 업계와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2차 회의 내용으로는 ▲수소환원제철에 기초한 전기로제강 확대 ▲철스크랩 활용 확대 ▲폐열·부산물 회수 확대 등 내용이 오갔다.

향후 산업부와 철강협회, 그리고 업체들은 ‘그린철강위원회’와 그 하위분과인 정책위원회, R&D작업반을 통해 업계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철강산업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기술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와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효율개선, CCU 등의 단기 R&D가 차질 없이 추진되어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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