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CPI, 2008년 이후 최대인 전년比 5.0%↑…“팬데믹 이후 회복 과정”
최근 고용지표 부진…“통화정책 스탠스, 최소 중립 혹은 완화적일 가능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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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가 오는 15~16일 개최 예정인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FOMC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있어도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불확실성 속에서 변동성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공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5.0% 상승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나타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셧다운으로 급락했던 물가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에 있다는 인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5월 CPI는 전월대비 0.6% 상승했는데, 이중 의류, 신차, 중고차, 항공운임이 전체 물가상승률에서 0.4%p를 차지했다. 의류, 신차, 항공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당시 물가 하락을 주도했던 품목들이고,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물가수준보다 낮다.

특히, 중고차 가격은 4월에 전월대비 10.0% 상승한 데 이어 이번에도 7.3% 올랐다. 중고차는 전체 CPI 바스켓 중 3.2%를 차지하는데, 전년대비 29.7% 상승한 중고차 물가의 전체 물가상승 기여도는 헤드라인(Headline) CPI 0.95%p, 코어 CPI 1.2%p에 달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들 품목의 5월 물가 상승은 ‘회복’의 영역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이들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물가 상승과 작년 2분기 낮은 물가의 기저효과가 동시에 반영되며 전년대비 물가상승률 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상당수의 국가는 팬데믹 상황에서 작년 2분기에 경제 셧다운을 진행했으며, 이후 3분기부터 조금씩 경제를 돌보기 시작했다”면서 “올해 2분기까지는 기저효과에 의해 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지만, 3분기부터는 그 영향으로부터 벗어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CPI에서 전월대비 변화율이 둔화된다면 물가 상승압력 정점 통과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며 “5월 CPI가 4월대비 레벨업 되는 것은 2020년 5월 기저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열리는 FOMC에서는 테이퍼링 관련 언급이 없거나 있어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테이퍼링 논의는 7·8월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다.

황 연구원은 “6월 FOMC에서는 수정 경제전망이 상향조정될 것으로 예상하나, 테이퍼링 관련 논의는 개시되지 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노동시장 회복은 진행 중이나 파월 의장이 4월 FOMC에서 제시한 ‘3월에 준하는 고용 보고서 몇 건’의 조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연방정부 실업급여 보조 프로그램이 주별로 순차 종료되기 시작하는 6월부터 고용 개선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을 높게 보며, 이를 확인한 연준이 7월에 페이퍼링 논의 개시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 개시 시점에 따라 단기적인 금융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지만, 이는 이미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과 연준의 생각이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금융시장 추세를 결정하는 본질적 이슈는 아닐 것으로 본다”면서 “테이퍼링의 윤곽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9월에 가서는 이 이슈가 더 이상 금융시장 변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미국 연준은 7월 물가가 발표된 이후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7월 물가가 큰 폭으로 내리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7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영역에 머물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구조적이라고 판단해야 옳다”며 “경제지표 발표는 시차의 문제가 있으므로 7월 물가를 확인할 수 잇는 8월에 이르러 연준의 판단이 굳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세간에서는 연준의 테이퍼링 여지가 크지 않다는 증거로 미국 장기금리의 하락을 운운하지만, 사실 유동성 정책에 연동하는 장기금리는 양적완화가 진행되면 장기 성장성의 기대가 높아지며 오르고, 테이퍼링이 이뤄지면 장기 성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으로 하락하게 된다”면서 “7월 물가의 중요성, 현재의 금융시장 움직임 등을 통해 볼 때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언급,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구체안 발표’가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물가 서프라이즈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쥴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준이 바라보는 핵심 경제지표는 고용인데, 고용지표가 4월에는 쇼크를 기록했고, 5월에도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단기에 긴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고, 테이퍼링을 구체화하는 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6월 FOMC 회의 이후 연방금리 선물이 레벨다운되는 것을 확인한다면 시장의 상승탄력을 강화될 것”이라면서 “테이퍼링발 단기 충격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포트폴리오 전략 차원에서는 대형 기술주와 실적에 근거한 성장주 비중 확대, 물가 민감주, 시클리컬(조선, 철강 등) 비중 축소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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