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공동취재=김남규·이원배·신현호·부광우·이혜현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강하게 휘몰아친 지난해 국내 금융·산업·유통업계는 이른바 ‘통곡의 계곡’을 건넜다.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실적회복에 안간힘을 썼던 업계는 전통의 라이벌 기업 간 매출 희비쌍곡선이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업종별 라이벌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해 기업 간 ‘명’과 ‘암’을 들여다봤다. 각 기업의 지난해 실적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포스코·현대제철, 철강환경 악화…“올해 명예회복”

국내 굴지의 철강업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몸살을 앓았다. 두 업체는 올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 61조8647억원, 영업이익 2조996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7%, 18.0%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3552억원으로 43.2% 급감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5.74%에서 0.90%포인트 하락한 4.84%에 머물렀다.

포스코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국내외 철강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며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향상에 내수 부진이 겹쳤고 엔저현상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매출 13조5328억원, 영업이익 7626억원을 기록해 같은기간 대비 각각 9.1%, 14.2%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7094억원으로 11.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5.97%에서 0.33%포인트 떨어진 5.64%에 그쳤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실적 부진의 이유에 대해 “철강 시황의 부진으로 판매 단가가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적부진은 곧바로 주식시장에 반영돼 한 달 새 증발한 이들 업체의 시총은 4조원에 달했다.

포스코는 올해 주식시장 개장(1월 2일)과 함께 32만2000원을 기록했지만 10일 종가가 28만6500원에 불과해 연초 대비 무려 11.0%가 빠졌다.

시가총액은 연초(28조742억원)와 비교해 3조952억원 증발한 24조979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도 8만3700원에서 7만6200원으로 주가가 9.0% 하락하면 서 9조7552억원에 달하던 시총이 8741억원 줄어든 8조8811억원에 머물렀다.

 

아모레·LG생활건강, 사이좋게 ‘순항’…지난해 10% 안팎 증가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10% 안팎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순항했다. 올해도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3조1104억원, 영업이익 36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 1.2% 늘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67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0.7%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12.82%에서 0.90%포인트 하락한 11.92%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시장 침체 속에서도 유통 경쟁력 강화와 해외사업 확대로 매출 3조원대에 진입했다” 며 “국내외 성장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 이익이 모두 견고한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LG생활건강은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지난해 매출은 4조32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4964억원으로 11.4%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4735억원을 기록해 10.0%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1.43% 에서 0.04%포인트 오른 11.47%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와 신규 브랜드의 백화점 매장 확대 등을 통해 명품 화장품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며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에코브랜드 ‘비욘드’가 같은 기간 10% 의 매출 증가를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두 업체의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업계는 국내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해외시장 개척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아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 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면서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올해와 비슷한 10%대 성장률을 이어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날개 꺾인 대한·아시아나항공 ‘동병상련’…공격적 투자 확대 ‘승부수’

숙명의 항공 라이벌 대한과 아시아나항공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유가 등 시장 환경 악화로 인해 수익성 악화 직격탄을 맞았다.

두 기업은 신규 항공기 도입 등 공격적인 투자로 장거리 노선을 강화해 실적 회복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1조85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0% 감소한 수치다. 또 영업손실 176억원, 당기순손실 384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유가가 지속돼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 됐다”며 “신규 항공기 7대를 도입하는 등 1조8963억원을 투자해 올해 매 출 12조5600억과 영업이익 64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은 5조7235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2.8% 줄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역시 각각 112억원, 1147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엔저와 한일관계 악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시장 환경 악화로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올해 항공기 운항대수를 늘려 매출 6 조, 영업이익 1800억을 달성하겠다” 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저비용 항공사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A380 등 장거리 노선에 적합한 기종을 새롭게 투입해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B·신한금융지주, 저금리 기조에 발목…“악재 털고 다시 뛴다”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 등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총력체제로 나서겠다는 각오다.

증권업계 역시 소폭이나마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지주의 올해 도전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9028억원으로 전년(2조3218억 원) 대비 18.0% 감소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낮았다.
매출은 28조5737억원으로 같은기간(29조7957억원) 대비 4.1% 줄었다.

주력 계열사로 볼 수 있는 신한은행은 매출 15조4548억원, 당기순이익 1조373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7.4%, 17.4% 감소했다. 순이자마진(NIM)은 1.76%로 같은기간 대비 0.23%포인트 하락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장기화된 저성장 및 저수익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 됐지만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추진해 대손 비용을 감축하고 경영의 안정성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는 순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2830억원으로 전년(1조7310억원) 대비 25.8% 줄었다. 매출은 22조5971억원을 기록해 같은기간(25조3954억원)에 비해 11.0% 감소했다.

KB금융의 상징 KB국민은행은 매출 17조4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8421억원으로 41.5% 급감했다. 또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1.8%로 전년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은행은 순이자마진 하락으로 이자 이익이 줄고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관련 지분법 평가손실 등 일회성 손실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금융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해 KB와 신한 금융지주가 이같은 전망에 부합하는 실적을 올릴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해 4분기부터 순이자마진 개선 기미가 보이고 있어 올해 1분기부터 순이자마진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금융지주사의 수익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호 ‘침울’, 한국 ‘함박웃음’…공장 가동률이 명암 가른 ‘결정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희비가 교차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업체로는 최초로 한 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7조600억원, 영업이익 1조3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04.7%, 234.1% 급증했다.

영업이익율도 13.32%에서 1.28%포인트 오른 14.60%에 달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국내 독보적인 1위 기업을 넘어 글로벌 업계의 일원이 됐음을 보여줬다”며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해 세계적인 타이어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매출은 3조 6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9.1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3483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7.21% 줄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1174억원을 기록해 10.13%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보다 매출의 감소폭이 커 영업이익률은 9.22%에서 9.42%로 0.20% 상승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의 실적에 대해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한국 타이어에 비해 저조한 결정적 요인은 공장 가동률”이라며 “한국타이어의 설비 가동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금호타이어의 가동률은 80%에도 미치지 못해 고정비 부담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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