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프라 구축·세제 혜택 등 반도체 지원 전략 발표
삼성전자, 기존 133조원 투자계획에서 38조원 추가 확대
SK하이닉스, 8인치 파운드리 2배 수준 확장…박정호 부회장 “총 230조원 투자”
다소 늦었던 정책 발표, 향후 지속 지원 필요해

정부가 13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13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K-반도체 전략’을 지난 13일 공개했다. 이번 전략에는 국내 반도체 인프라 구축, 각종 세제혜택 및 기반시설 지원 등이 포함돼, 업계 전반에서 환영과 공조의 뜻을 밝혔다. 국내 대표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폭 늘린 투자 계획을 밝히며 화답했다.

협회 등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전략 발표가 다소 늦긴 했으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는 반도체 수급난과 글로벌 시장 경쟁에 있어, 장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 171조·SK하이닉스 230조원…업계 전반 ‘환영’

정부가 발표한 전략은 크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K-반도체 벨트’ 조성 ▲반도체 제조 중심지 도약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인력·시장·기술 등 반도체 성장기반 확보 ▲국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반도체 위기대응 강화로 나뉜다.

이번 반도체 전략에서 눈에 띄는 것은 향후 10년간 2030년까지 약 ‘510조원+α’에 달하는 기업 누적 투자 계획과 세제 혜택이다.

특히 세제 혜택의 경우 각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연구개발(R&D)에서는 최대 40~50%, 시설투자에 있어서는 최대 10~20%를 공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의 투자분이 적용된다.

이번 전략 발표 이전 R&D 세액 공제는 대기업이 최대 30%, 중소기업은 최대 40%였다. 시설투자의 경우 대기업은 겨우 3%에 불과했다. 이번 발표로 ‘핵심전략기술’의 연구개발, 시설 투자 세액 공제가 대폭 높아진 만큼, 기업들의 투자 위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같은 날 기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원의 투자 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한, 총 171조원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첨단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 EUV 기술 선도적 적용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또한 그동안 부족했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며,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천과 청주공장에 2030년까지 110조원을 투자하며, 이어 2025년부터는 용인 클러스터에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 230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이 또한 정부의 세액 공제, 규제완화 등 지원 방안 확대에 따른 적극적 투자로 풀이된다.

반도체산업협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을 적극 환영한다”라며, “기업의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위해 세제·금융 지원, 규제합리화, 인프라 지원 뿐 아니라 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인력양성 지원이 추진됨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 당면한 반도체 수급난…늦었지만 박차 가해야

이번 정책이 연구개발, 시설투자 등 장기적인 발판 마련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현재 당면한 반도체 수급난에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이번 정책도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늦었다는 지적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자동차 생산량을 감산하거나 공장을 멈췄다. 업계에서는 이달과 6월이 차량용 반도체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의 지속확산으로 차량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조기 백신 보급으로 인한 상황 개선, 개인 소비자의 차량 구매 급증으로 수요가 폭등했다”라며, 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의 ‘K-반도체 전략’과 같은 장기적인 전략이 아닌 당면한 문제를 극복할만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대종 교수는 “입국절차 완화, 차량용 반도체 전액 공제, 중소기업 대출한도 완화 및 저금리 대출 등 정부가 지원할 방법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이날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기업 간 연대·협력 협약식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 미래차 핵심 반도체의 연구개발 지원 등을 위한 협력을 약속한 이번 협약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대응을 위한 정부, 기업, 기관의 협력기반 마련 ▲미래차 핵심 반도체의 선제적 내재화를 위한 공동 노력 등의 의의를 가진다.

이번 정부의 ‘K-반도체 전략’도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사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메모리 반도체 1위 사수,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지원책 발표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타국에 비해 늦은 만큼, 이번 전략 발표를 토대로 향후에도 기업이 체감할 수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정부의 발표 이전 이미 미국은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에 40% 이상의 세액 공제를 지원했으며, 유럽은 500억유로(한화 약 68조원) 지원 방안을, 중국은 법인세 면제 방침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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