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富 대물림 없다더니… 두 아들 내세워 경영권 사수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파이낸셜투데이=김남규 기자] 법정관리 졸업을 앞두고 보유주식 전량을 두 아들에 넘긴 것으로 확인돼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금 회장은 1000억원 규모의 사기성 회사채 발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는 회사채 발행은 실패한 경영적 판단이었을 뿐 위법성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윤 회장 측은 현재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CP를 상환하고 기업 회생을 통해 웅진그룹의 경영정상화를 꾀할 계획이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윤 회장은 본인의 경영적 무능함을 내세워 무죄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뒤로는 부 세습을 위한 2세 경영 체제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웅진그룹은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이 웅진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대거 확보하며 ‘2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웅진그룹의 대주주 지분이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윤석금 회장의 첫째 아들인 윤형덕(37)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은 웅진홀딩스 지분 12.52%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형덕 실장은 지난달 26일 윤석금 회장 보유 지분 3.67%를 블록딜로 사들이고, 28일에는 504만5170주의 유상신주를 171억원에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둘째 아들인 윤새봄(35) 웅진케미칼 경영기획실장도 윤석금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 3.63%와 유상신주 504만5170주를 취득해 웅진홀딩스 지분율을 12.48%로 높였다. 이로써 두 아들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25.47%로 사실상 웅진그룹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2월 웅진홀딩스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을 당시 채권단은 윤 회장 일가가 4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지분 25%와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업계는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가 순조롭게 진행돼 이르면 이달 말이나 2월 중 종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 양치기소년 아이콘 등극

“2세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반복했던 신념이다.
윤 회장 본인이 백과사전 외판으로 시작해 재계 31위의 기업을 이룬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이었기에 그의 발언은 일반인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충분한 귀감이 되고도 남았다.

그가 강조한 ‘무조건적인 부(富)의 승계는 없다’는 말은 웅진뿐만 아니라 모든 봉급쟁이 직원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고, 웅진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청렴한 기업 제품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을 심어 줬다.

그러나 사회의 모범이 됐던 윤석금 회장의 존재는 2012년 그가 이뤄낸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급격히 변질되기 시작했다.

 

윤 회장 13일 첫 공판서 “1000억원대 CP 발생 사기성 없다” 
웅진그룹 법정관리 졸업 앞두고 두 아들 보유주식 전량 넘겨
 

 

웅진그룹이 조만간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남 윤형덕(37)씨와 차남 새봄(35)씨가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 회장은 작년 12월 자신이 보유 주식을 모두 두 아들에게 매각했다.

이에 웅진그룹은 “윤 회장이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결국 아직 마흔이 안 된 두 아들이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냈다.

실제 윤석금 회장의 지분을 인수한 두 아들은 25%의 지분을 가진 웅진홀딩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들은 2009년 2월까지는 웅진홀딩스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었지만 조금씩 주식을 취득한 것이다.

두 아들 전면에 내세운 이유

▲ 웅진그룹의 신사옥 종로플레이스 빌딩
윤석금 회장이 본인이 이뤄낸 회사가 망가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두 아들에게 지분을 몰아주는데 집착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웅진그룹의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현재 윤 회장은 회사채 사기 발생 등의 혐의를 적용받아 재판을 받는 과정으로 이르면 3월 안에 결심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유사한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사례가 있어 윤석금 웅진 회장 역시 법정구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재벌들의 부정부패에 유독 냉정한 잣대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만큼, 윤 회장의 재판 결과는 어두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종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윤석금 회장은 1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과 계열사 불법지원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당시 윤 회장과 경영진 6명의 변호인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CP를 상환할 계획이었다”며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내 부실을 타개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에 따라 CP를 발행하고 계열사를 지원한 것”이라며 “경영실패가 곧바로 형사 처분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사재출연 등의 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변호인단 측은 “윤 회장이 사재를 투입하는 등 경영실패에 따른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회생절차도 조기에 종결될 예정”이라고 호소했다.

윤 회장도 “그룹을 운영하는 내내 투명경영을 강조했다”면서 “불법인 줄 알면서 지시하거나 개인 사욕을 채우고자 불법을 저지른 일은 없다”고 말했다.

 

렉스필드컨트리클럽 자금 횡령 혐의 인정 법정구속 불가피 
도덕성 논란 남긴 웅진그룹 법정관리 탈출 예상보다 빠를 듯
 

 

윤 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사기성 CP 발행건 등의 혐의들은 부인하면서도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의 법인 자금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일단 범죄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만큼 형량이 적든 많든 유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커졌고, 이러한 이유로 경영 전면으로 돌아오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사실상 본인은 경영 뒷전으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두 아들을 내세워 웅진그룹을 사수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앞서 검찰은 윤 회장 등은 변제 능력이 없는데도 1000억원대 CP를 발행(특경가법상 사기)하고 계열사를 불법 지원해 회사에 10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무조건적인 부 세습은 없다”고 수년간 외쳐왔던 그의 신념이 결국 돈과 비리, 그리고 냉엄한 법 앞에서 철저히 무너진 것이다.

웅진 3월 중 법정관리 졸업 예상

웅진사태의 사회적 파급과 윤석금 회장의 도덕성 문제를 떠나 일단 웅진그룹의 법정관리는 예상보다 빠른 기간 안에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웅진사태의 사회적 파급과 윤석금 회장의 도덕성 문제를 떠나 일단 웅진그룹의 법정관리는 예상보다 빠른 기간 안에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변제 예정인 700억원의 채무를 작년 12월 말 앞당겨 갚으면서 현재까지 약 82% 채무를 변제한 상태다.

일부 관측대로 웅진그룹이 법정관리 졸업한다면 이 역시 위기에 빠진 기업을 가장 빠르게 기업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이 법정 관리에 들어선 것은 2012년 9월이다. 이후 웅진그룹은 STX그룹·동양그룹 등과 함께 낙인찍히며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웅진그룹이 채무 ‘조기 변제’를 실시하면서 부터다. 당초 회생 계획안에 따라 채무는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지만 웅진은 자금이 생길 때마다 지금까지 총 3번에 걸쳐 채무를 변제했다.

1차로 2013년 6월 1150억원 규모의 회생 채권을 조기 변제했고 12월 3700억원과 2014년 말 변제 예정인 700억원을 연이어 갚았다. 웅진홀딩스는 앞서 2872억원은 출자 전환하고 5718억원은 코웨이 매각 대금으로 현금 변제했다.

이로써 웅진그룹이 향후 추가로 갚아야 할 채무는 총 1조5109억 원에서 약 2630억원으로 확 줄었다.

웅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알짜 계열사를 예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웅진이 법원에 제출한 회생 계획안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을 매각하고 웅진에너지와 웅진플레이도시는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매각한다고 표기했다.

그러나 앞서 코웨이·케미칼·식품 등 3개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1조원대에 팔아치우는 속칭 대박을 치면서 이 돈으로 채무자들의 빚을 70%까지 변제했다.

조기 매각으로 통상 30% 수준에서 현금 변제가 이뤄지던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의 배상이다. 웅진식품은 당초 매각 가격이 500억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실제 매각에선 사모 펀드 한앤컴퍼니에 예상 가격의 두 배가 훌쩍 넘은 1150억원에 팔았다.

웅진케미칼도 당초 25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돼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 소재 기업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로부터 4300억원을 받아냈다.

이에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다른 법정 관리 기업들과 달리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제외하고 수익이 나는 우량 계열사가 많았다”며 “수익을 내는 회사이기 때문에 매각하면 바로바로 매각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