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파워텔 매각 두고 KT 양대 노조 모두 비판
‘구 대리 시무7조’ 나와…“AI 임원 임명하라”
단기실적 명분 따지며 시류에 끌려다닌다 지적
IT사무서비스노련 합류해 대규모 투쟁 예고

KT 직원들이 구현모 KT 대표가 1월 4일 개최한 라이브 랜선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 직원들이 라이브 랜선 시무식에서 구현모 KT 대표의 신년사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양대 노조의 비판에 직면했다. 12년 만의 KT 내부 출신 인사로 주목받은 구 대표는 최근 그룹 1호 계열사 KT파워텔 매각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을 ‘진인(塵人) 구 대리’라고 칭하며 상소문 형식을 빌려 구현모 대표를 비판하는 ‘시무 7조’가 올라왔다. 작성자는 “내향적인 변화가 없는 외향적인 변화는 순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잔꾀일 뿐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나라의 힘은 국민이듯 KT의 힘은 직원이고, 신이 나서 일하게 하는 것은 직원 역시 바라는바”라고 밝혔다.

작성자는 임원들이 매일 같이 실적을 요구하면서 정작 영업할 시간보다는 보고와 회의만 중요시하고, 주가 부양을 위한 내부의 노력은 대표의 외침 외에는 없는 데다 단기실적에 얽매여 미래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해 기업가치가 지금 상태라고 비판했다. 또 회사가 주가를 일으키는 행동이 아니라 경쟁사가 하는 신사업, 관련 조직 신설 등 호재가 아닌 것을 포장하고 있으며, 수평적 조직문화와 무관심 대신 직원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대리의 시무 7조’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진인 조은산’의 것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대표의 주위에 있는 주요직 임원들이 KT 내부 출신 대표인 구 대표에 쓴소리를 하지 못하고, 그룹사와 영업조직의 목표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전년 대비 00% 상향이라고 하달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과 함께 차라리 AI 임원을 만들라는 말까지 나왔다.

앞서 KT는 라이브 랜선 신년식을 개최하면서 올해를 KT의 성장 원년으로 삼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탈(脫)통신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으로, 올해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ABC 역량을 키우면서 미디어·콘텐츠·로봇·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도전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는 KTH와 KT엠하우스가 합병을 발표했고, KT파워텔 매각과 콘텐츠·미디어 사업 전개 법인 KT스튜디오지니 설립도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KT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나오기도 했다. KT가 유선·무선·미디어 사업 분할 및 회계를 분리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KT파워텔 매각도 사업 분할 등 조직개편의 일환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KT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고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계열사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 근로자들과 소통이 부족했고, 그동안 KT가 KT파워텔을 방치하면서 KT 전현직 직원들인 소액주주들에게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KT파워텔 주주연대에 따르면 KT는 1999년과 2000년 두 번에 걸쳐 KT 재직자를 상대로 우리사주조합을 내세워 근속연수 등에 의한 차등 배당 형태로 KT파워텔 유상증자에 참여시켰다. 1999년은 주당 6000원, 2000년은 주당 1만1000원이었지만, K-OTC에 KT파워텔이 상장된 이후 주가는 우하향을 이어갔고 1000원대 밑으로 떨어졌다가 매각 소식 발표에 4290원까지 올랐지만, 25일 오전 기준 2800원대로 조정 중이다. 1호 그룹사를 KT가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KT파워텔의 가치가 해마다 하락 중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주연대 측에서는 KT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KT 재직자들을 KT파워텔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해 자본금을 이용했으면서 21년이 지나도록 기업상장이나 인수합병 등 경영상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주주연대 측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KT가 보유한 지분을 아이디스에 매각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사회적 악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 측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KT파워텔 매각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KT파워텔 노조가 속한 KT노조뿐 아니라 KT노조를 ‘어용노조’라고 비판했던 KT새노조도 KT 경영진을 비판하는 부분이다.

KT새노조는 “KT 경영진의 사업영역 확대 전략에 대해서는 긍정하지만, 기업 구성원인 노동자와 중대한 경영결정에 대한 협의조차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반 주식회사와 다를 바 없다면 무엇으로 KT를 국민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구현모 사장의 혁신과 탈통신 경영이라는 프레임을 보면, 구 사장의 치적 홍보를 위해 멀쩡한 파워텔을 희생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며 “좋은 일자리를 줄이는 계열사 매각과 분사, 구조조정을 통해 KT그룹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려는 전략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KT파워텔 노조 측은 사측에 대화를 요구하는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KT 측에서는 아이디스에 매각 결정을 한 것이 KT파워텔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KT파워텔 노조는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왔는데 KT브랜드를 믿고 이용해 온 고객과 고객 및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근로자들을 한순간에 내쳤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T파워텔 노조는 과기정통부에도 탄원서를 통해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자로 정부 허가를 받아 35년간 사업을 진행했고, LTE 무전서비스도 정부 기준에 따라 운영해 온 KT파워텔의 매각을 단순 신고로 봐서는 안 된다”며 매각을 인가 절차와 동일하게 처리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한 공익성 심사를 촉구한 바 있다. KT의 성장은 우리사주를 통해 KT파워텔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전현직 KT 재직자 주주들도, KT 노조와 KT새노조 소속 근로자들도, 시무 7조를 작성한 작성자도 바라는 것이지만, 내부 출신 대표로 주목받은 바 있는 구현모 대표 체제 아래의 KT 행보에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현재 KT파워텔 매각은 대규모 투쟁에 직면해 있다. 지난 17일 KT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노조 동의 없는 KT파워텔 매각을 중단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KT그룹노조협의회에는 KT MOS, KT IS, KT에스테이트, KT엔지니어링, KT서비스, KTH, KT DS, KT텔레캅, KT CS, KHS, 스마트로, KT링커스 등이 속해있다. 15일에는 전국IT사무서비스노동조합 연맹에서도 KT 경영진이 KT파워텔 매각에 대한 일방통행을 강행한다면 연맹 산하 36개 조직과 연대해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리포트를 통해 “KT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화하거나 집전화(PSTN) 사업 부문 철수를 검토한다면 KT 주가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KT의 가장 큰 약점인 과다한 영업비용 문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체계적인 인건비 및 제반 경비 감축 기대감이 높아져 긍정적인 주가 반응이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부문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 추진상의 걸림돌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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