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파워텔 매각에 파워텔 노조·KT새노조 모두 반발
파워텔, TRS 사업 매각 당시도 주주에 일방적 통보
‘매수청구권’도 보장 안해…‘국민기업’ KT그룹 ‘허명’

사진=KT파워텔노동조합
사진=KT파워텔노동조합

KT의 1호 그룹사 KT파워텔 매각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KT파워텔 노조 측에선 매각 결정 이후에야 통보받았다고 투쟁을 외치고 있고, 주주들은 무능과 무관심으로 일관한 KT가 싫어서 매각을 찬성하고 있다. 얼핏 상반된 입장 같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KT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중이다.

◆ ‘불통’의 KT…노조·주주 모두 비판

4일 KT파워텔 노조에 따르면 KT파워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KT가 영상보안 전문기업 아이디스에 KT파워텔을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방문하고 공정한 심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KT파워텔 매각은 지난달 21일 KT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아이디스는 지난달 11일 KT파워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절차를 거쳐 KT가 보유한 KT파워텔 지분 44.85% 전량을 인수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매각 과정이 일방적이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KT파워텔 노조위원장인 박갑진 비대위원장은 “KT의 KT파워텔 매각은 당사자인 KT파워텔과 사전 협의된 내용이 없었다”며 “계약 주체인 KT와 아이디스는 법무법인을 통해 서류상으로만 절차를 진행했을 뿐 상식적인 실사조차 한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 측은 이용자 보호에 관해 우려하고 있다. KT의 주식을 양수하는 아이디스는 CCTV 등 영상보안 전문기업으로, 통신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아님에도 실사 없이 35년간 25만 이상의 가입자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해 온 KT파워텔을 인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박갑진 위원장은 “고객들은 KT 브랜드를 믿고 장기간 KT파워텔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고, 직원들은 KT 이익에 기여했지만 결과가 참담하다”며 “노동조합에서는 이번 KT파워텔의 매각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불성실한 태도로 임한 이사회에 책임을 촉구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 TRS 서비스 전환 때도 ‘불통’

일각에서는 KT파워텔 매각 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KT파워텔이 2015년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을 매각할 당시와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아이디스에 KT 지분 매각 이후 최대주주가 변경됨에 따라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KT파워텔 주주연대에 따르면 앞서 KT파워텔은 TRS사업 및 장비 매각 당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매수청구권 행사를 보장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해 사용자들뿐 아니라 소액주주들도 재산상 불이익을 받았다.

KT파워텔의 TRS무전서비스 매각은 TRS에서 LTE로 사업을 전환하는 식으로 이뤄졌지만, 이를 이용자에게도 사전 고지하지 않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신청인이 청구한 손해배상 중 일부가 인용되기도 했다. KT파워텔 주주연대에서는 TRS사업 및 장비 매각 당시 매수청구권을 행사했으면 1470억원가량 규모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외에도 KT파워텔은 소소주주의 회계장부 열람을 거부하고,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했지만 불응해 주주연대에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주주연대에 의하면 KT 전(前) 직원 인터뷰를 통해 KT가 우리사주조합을 내세워 KT 재직자를 상대로 근속연수 등에 의한 차등 배당 형태로 1999년 주당 6000원, 2000년 주당 1만1000원 등 KT파워텔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KT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KT

◆ KT, ‘국민기업’ 자칭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20여년 동안 KT파워텔은 주주들을 위한 경영상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매년 망 접속료 명목으로 80억~120억원을 챙겼다는 것이 주주연대 측의 주장이다. 주주연대 측은 “대주주 KT가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배임·사기·횡령을 한 것으로, 국민기업 KT가 KT파워텔 대주주로서 전권을 행사하며 소액주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회적 갑질과 악행을 행한 것으로 본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KT 지분을 전량 아이디스에 매각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사회적 악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 측과 다르게 주주연대 측에서는 매각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KT파워텔 주주연대 측은 “아이디스에 매각을 찬성하는 것은 그동안 무능과 무관심으로 일관한 KT가 싫어서”라면서 “그 전에 2015년 TRS 사업 중단 시 행사하지 못한 매수청구권의 손해배상을 해결 후 아이디스에 매각하는 것이 KT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노조 측과 주주연대 측에서 공통적으로 KT를 비판하는 부분은 KT가 스스로 내세운 윤리경영 5대 행동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KT의 윤리경영 원칙 첫 번째는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지만, 통신사업자가 아닌 아이디스에 KT파워텔을 이용하는 25만가입자를 실사 한번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또 KT의 윤리경영 원칙 다섯 번째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와 5-1 ‘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임직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를 지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냐는 비판도 많다.

KT파워텔 사업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배당도 2013년 주당 119원, 총 20억6200만원에서 2014년 주당 117원, 총 20억2800만원으로 줄었다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진 배당이 없었고, 2019년에는 주당 50원씩 총 8억6600만원이 배당됐다. 주가뿐 아니라 주주가치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던 셈이다.

KT새노조 측도 “KT는 무엇보다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KT파워텔 역시 기간통신사업자로, 지난해 국가재난망 구축사업도 수행한 중요한 기업으로 중요 계열사 매각은 더욱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간 영업이익을 1조원가량 내는 KT그룹이 파워텔 매각대금 406억원을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설명 또한 납득이 어렵고, 주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구현모 사장의 혁신과 탈통신 경영이라는 프레임을 보면 구 사장의 치적 홍보를 위해 멀쩡한 파워텔을 희생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우려했다.

한편, KT 관계자는 “KT파워텔 고용안정·승계를 위해 아이디스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며 “KT파워텔 TRS 매각 관련 매수청구권 관련 임시주주총회소집청구는 법원에서 각하됐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