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이사회 의결 따라 LG상사 등 5개사 중심 신규 지주회사 설립
LG 전통 따른 계열분리 수순, 내년 5월 독립경영 시작 후 계열 분리 들어갈 것으로
구본준 고문 특유의 ‘1등 DNA’ 심어질지 주목…이후 LG그룹 행보도 관심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연합뉴스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연합뉴스

LG 전통의 계열 분리가 지난 26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본격화됐다. LG家 장자 승계의 원칙에 따라 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故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고문이 새롭게 지주사를 세워 독립하는 것이다.

LG그룹은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한다. LG상사 산하의 판토스는 신설지주의 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번 LG신설지주(가칭)는 구 고문을 필두로 새로운 이사진에 의해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이번 계열 분리는 과거 2005년 출범한 GS그룹의 사례와 거의 동일한 형태다. 재계에서는 신설되는 지주와 이후 분리, 분리 이후의 신규 그룹사와 LG그룹의 행보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 LG상사·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 5개사, 어떻게 분리되나?

당초 업계에서는 구 고문이 지분 교환 형식으로 계열 분리를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 고문 자신의 LG 지분 7.7%(약 1조원가량)를 매각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 거론된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지난 26일 LG그룹 이사회를 통해 결의된 방식은 신규 지주회사 설립이었다.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는 LG의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할해 설립되며, LG상사 산하에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으로 분할계획이 진행된다.

내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걸치면 5월 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 LG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돼 출범할 예정이다. 분할비율은 존속 및 신설 지주회사의 별도 재무제표상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에 따른 것으로 LG 0.9115879, 신설 지주회사 0.0884121이다.

분할 절차가 완료되면 기존 LG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회사분할 후 LG 91주, 신설 지주회사는 재상장 주식 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액면가액을 1000원으로 정함에 따라 44주를 각각 교부받게 된다. 소수점 이하 단주는 재상장 초일의 종가로 환산해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분할 전후 존속 및 신설회사의 주주구성은 동일하다.

분할 후 존속회사 LG는 발행주식 총수 1억6032만2613주, 자산 9조7798억원, 자본 9조3889억원, 부채 3909억원, 부채비율 4.2%가 되며, 신설 지주회사는 발행주식 총수 7774만5975주, 자산 9133억원, 자본 9108억원, 부채 25억원, 부채비율 0.3%의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LG. 사진=연합뉴스
LG. 사진=연합뉴스

◆ 16년 전 GS그룹 분할과 동일한 방식…구광모 LG그룹 회장 부담 줄어 ‘윈윈’

재계에서는 이번 분할 방식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이라 분석하고 있다. 구 고문이 지니고 있던 약 1조원에 달하는 주식(7.7%)를 매입하는 부담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LG家에서 지켜왔던 ‘40% 룰’도 지킬 수 있게 됐으며, 구 고문은 당분간은 계속해서 구광모 회장의 우호지분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LG그룹 측은 “신설 지주회사는 전문화 및 전업화에 기반해 사업 집중력을 높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성장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와 사업모델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계열 분리는 16년 전 행해진 허씨 일가가 독립 방식과 동일하다. 2004년 LG그룹은 LG를 인적분할해 GS홀딩스를 설립했는데, 당시 분할되는 주식 배정 비율은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존속 LG의 주식 0.65주, GS홀딩스 0.35주를 각각 배당받는 방식이었다.

이후 허씨 일가는 LG칼텍스·홈쇼핑·건설 등 13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지금과 GS그룹의 분할에서 차이점은 바로 그룹 내 계열사의 비중이다. GS그룹은 당시 정유, 유통, 홈쇼핑, 건설 등을 가져갔는데, 이번 구 고문의 계열 분리에 포함된 계열사는 상사, 건자재 등이 주력이다. 최근 그룹 내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전자와 화학, 통신과는 다소 거리가 먼 비주력 계열사인 것이다.

다만 비주력 계열사임에도 부품사업·반도체 등 그룹 측면에 약한 부분을 독립된 지주사를 통해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특히 실리콘웍스를 통해 평소 구 고문이 관심있어했던 반도체 분야의 사업 확장을 노릴 수도 있다.

신설 지주의 자산규모는 대략 7조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분할 이후에도 재계 4위의 경쟁력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선진형 지배구조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는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과 경영관리 역량을 전문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며, “향후 계열분리 추진 시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방향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코로나19에도 호성적 거둔 LG, 분리 후 행보는?

현재 LG그룹의 주력이라 볼수 있는 LG전자와 LG화학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특히 LG화학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9021억원을 기록하면서, 약 10년(38분기) 만에 분기 최대치를 갱신했다. LG전자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59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했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LG전자의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각각 3조5517억원, 6조5987억원이다. LG화학은 2019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 1조8995억원에서 약 1조6000억원이 넘게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는데, 석유화학부문과 전지부문 모두에서 주요 제품 수요 회복세와 자동차 및 소형 전지 공급확대에 따라 실적 호조를 보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LG화학의 잉여현금흐름은 3조3349억원으로 1년 사이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LG전자의 경우에도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 1조7304억원으로 현금성 자산 대비 부채 상환 부담이 매우 적은 편이다.

존속회사인 LG는 이번 계열 분리를 통해 자원과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남은 여력을 신사업 발굴을 통한 신성장동력확보, 리스크 관리 등에 집중 투입해 그룹 전체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분 교환 형식이 아닌 신설 지주사를 통한 계열 방안은 LG에서 약 1조원에서 달하는 자사주 매입 부담도 줄어들어, 향후 그룹 투자와 성장동력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