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임대소득세엔 과세 강화, 월세엔 과세 공제 검토
민간·공공임대 공급 늘린다는 정부…전세 해결책 될까
24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주목

전세난이 과중되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 정책이 월세만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월세 임대소득세엔 과세를 강화하고 월세엔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정기 국정감사에서 언급되면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대차 3법과 저금리 정책 등으로 집값도 전셋값도 올랐다. 이중 수도권 전세는 가장 큰 물량 부족을 겪고 있다.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부담으로 집을 파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공공임대를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대다수가 신규인 만큼 현재의 전세난을 해결하긴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 월세 공제 확대…전세 수요 차단 노리는 정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셋집을 보려는 임차인들이 아파트 복도에 긴 줄을 선 사진을 두고 벌어진 ‘전세난’ 논란에 대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해명했다.

문제의 사진을 두고 김 장관은 “그 집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집이라 다른 집보다 전세가격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로 저렴했다”며 “코로나19 시기여서 다른 집은 대부분 집을 안 보여주는데 그 집은 시간대를 정하고 그때 오면 집을 보여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전세에 대한 관점은 ‘부정적’에 가까워 보였다. 전세난 해결을 위해 전세 공급을 늘리는 방안 대신 월세 임차인에게 혜택을 제공해 전세로 옮겨가는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대책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 자리에서 김 장관은 월세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연간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는 기준 시가 3억원을 넘지 않는 주택에 거주하면 750만원 한도 내에서 월세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이같은 혜택을 이전보다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액공제가 가능한 주택의 기준 시가는 높이고 세액공제 한도도 확대해줄 필요가 있다”며 “전세난 해결을 위해 월세 임차인에 대한 혜택을 늘려 월세에서 전세로 옮겨가는 수요를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임대차 신고제 발맞춰 임대소득세 시행하겠다는 정부

이같이 월세 세입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반면 김 장관은 집주인의 임대소득엔 추가 과세 방안을 검토한단 입장이다. 내년 6월부터 임대차 신고제가 시작되면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함께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신고제의 도입 근거가 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7월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8월 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 1일부터 전월세 거래 등 주택 임대차 계약 시 임대차 계약 당사자(집주인과 세입자)가 30일 이내에 주택 소재지 관청에 임대차 보증금 등 임대차 계약 정보를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는 부동산 매매계약 때만 실거래 정보를 신고하게 돼 있는 것과 달리, 제도 시행 후엔 전월세 거래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여기에 정부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시사하면서 그동안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았던 집주인에게 세금 부담 우려가 커지게 됐다.

또 다른 임대차 3법의 내용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담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로 이미 전세 시장은 영향을 받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해 현행 2년에서 4년(2+2)으로 계약 연장을 보장받도록 하되, 주택에 집주인이나 직계존속·비속이 실거주할 경우 등에는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권리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로 하되, 지자체가 조례로 상한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제도는 개정법 시행 전 체결된 기존 임대차 계약에도 소급 적용되면서 세입자와 집주인의 주요 갈등 소재가 돼버린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세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내달 서울 입주 물량은 2018년 4월(55가구) 이후로 가장 적다. 11월 서울 입주 단지는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두산위브 2차 1곳이며 입주 가구수도 296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입주 아파트에서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는데, 입주 가구 수가 줄면서 전세 시장에도 타격을 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114를 통해서도 보면, 당장 내년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 2만6940가구로 올해(4만8758가구)보다 45% 가까이 줄어든다, 경기권에서도 12만4187가구에서 10만1711가구로 2만여가구 이상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앞으로 임대 공급을 내놓는다고 해도 전세난 장기화에 따른 공급 공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전세난 장기화 우려에도 임대에만 목매는 정부…공급 공백 줄여야

전세난이 1-2년 정도를 넘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곧 서민의 ‘내집마련’이 점점 어려워진단 얘기로 들릴 수 있다. 주택 장만을 위한 ‘징검다리’인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집을 영영 사지 못한다는 불안 심리에 집값, 전셋값이 자꾸 오르는 이유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민간·공공 임대 정책이다. 금주 내 발표 예정인 24번째 부동산 대책에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 계획도 포함된다.

지난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공공임대에 중산층 가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면적을 기존 60㎡(20평)에서 85㎡(30평대)까지로 늘리고 소득 기준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임대에서 30평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LH는 주택도시기금 지원액의 한도상 문제로 기존 주택을 사서 공급하는 ‘매입임대’에서 다자녀 가구에 한해서만 30평대를 일부 지원해왔다.

김 장관은 23일 국정감사에서 “공공임대의 평형을 확대해 중산층에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이고, 11월 중에는 구체적인 방안을 알려드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공공 임대 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만들겠다고 한 발언을 뒷받침한다.

결국 정부가 중산층까지 끌어들여 만든 종합적인 주택난 해결의 방향성은 ‘임대’인 셈이다. 정부가 장기 임대를 통한 주택 마련으로 ‘주거 안정’의 청사진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전세 물량이 적다는 게 수도권 전세난의 핵심 사항인데, 이를 위한 중단기 대책은 빠지고 5년 가까이 기다려야 빛을 보는 정부 임대 공급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해소를 위해 빠른 시일 내로 입주가 가능한 실물 주택 물량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경우 월세 거주 비중이 높고 중산층은 전세 거주 비중이 월등히 높은 만큼, 전세난의 불을 끄기 위해 즉시 대응 가능한 추가 입주 물량이 확보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의 전세난에 불을 끄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공급만을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민간에서도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게 실질적인 대안 카드다. 이에 전문가들 상당수는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빨리 늘리려고 해도 지역주민 반발 등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만큼 민간에서도 임대주택 공급에 나서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단 입장을 피력한다.

그러나 현재의 전세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임대 공급만을 내세워 사실상 암묵적인 ‘기다림’만을 요구할 뿐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단 질책이 대세다. 과세 부담 등으로 시장은 이미 위축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7일 국토부가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은 공시가를 시세의 90%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어 초고가 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들의 추가 과세 부담이 전세난 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단 우려가 있다. 정부는 그간의 전세 시장이 서민 주거 안정의 한 축으로 작용해왔단 점에서, 공급 공백을 줄이기 위한 과세 완화 등의 당근책도 적극 반영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주택공급 확대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복지에도 만전을 기하며,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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