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연임’에 초점, “장기 전략 성과·조직 안정 기대”
금융지주 회장 ‘무소불위 권력’ 지적, 윤석헌 “셀프 연임 규제 강화해야”
매년 갱신되는 금융사 실적, “우수한 성과가 연임 뒷받침”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임이 결정 난 금융권 CEO들을 두고 ‘셀프연임’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인사 코드가 ‘안정’으로 모아지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CEO들의 ‘장기집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지주 및 은행권에서는 수장들 임기 만료 기간이 차례대로 다가오자, 차기 수장 선임에 대한 이슈가 뜨겁게 떠올랐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CEO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추진할지, 연임을 통한 조직 안정화를 꾀할지 이목이 쏠렸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대체로 연임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실적 급락 등 교체에 대한 확실한 이슈가 없는 이상, 기존의 CEO가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최근 KB금융지주와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사실상 3연임을 확정지었다. 지난달 최종 후보 1인으로 선정된 것. 이들은 다음 달 열리는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윤종규 회장은 3년, 허인 행장은 1년의 임기를 새롭게 부여받는다. 윤종규 회장과 허인 행장 체제가 1년 더 유지되는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년 동안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하며 지주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을 받아 연임을 이끌어냈다. 겸직으로 있던 행장직은 올해 3월부터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같은 시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겸직으로 있던 DGB대구은행장 자리도 올해 새로 채워졌다. 지난 7일 부행장이었던 임성훈 대구은행장이 취임했다.

외국계 은행은 행보가 갈렸다. SC제일은행에서는 박종복 은행장이 3연임을 확정지었다. 내년 1월부터 박종복 행장은 3년 동안의 임기를 새롭게 시작한다. 반면 씨티은행은 박진회 전 행장이 자리에서 내려가고 지난 27일 수석부행장이었던 유명순 은행장이 선임됐다.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아래에 있는 NH농협은행과 Sh수협은행은 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1월 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새롭게 뽑힌 이후 농협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경영진들은 자진사퇴를 선택한 바 있다. 이후 자리에는 이성희 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졌고 농협은행에는 디지털 전략통인 손병환 은행장이 왔다.

수협은행은 공모를 통해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이동빈 수협은행장은 일찍이 연임을 하지 않기로 의사를 밝혔으며, 차기 행장이 선출될 때까지만 자리를 지킨다. 수협은행장은 행추위가 중앙회측 사외이사와 정부측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만큼, 양측의 이해관계에 떨어지는 인물이 행장으로 뽑힐 수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연말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내년 1월 초 임기가 끝난다. 내년 봄에는 김정태 하나은행지주 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임기도 만료된다. 같은 시기 임기가 1년인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대구은행을 제외한 지방은행장들의 임기도 종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 연임 케이스가 잇따라 나오자 노조와 감독당국 등에서는 셀프 연임과 장기 집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3일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금융지주 회장들은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권력으로 연임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위가 부패한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방관했기 때문에 은행의 부실 사모펀드 판매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책임과 권한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지금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 걸로 안다. 기본적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안으로) 기본 방향을 잡아주시면 저희도 발맞춰 쫓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들의 임추위 참여 및 셀프 연임에 대한 강력한 규제 등을 주장했다.

실제로 연임을 통해 금융사 수장들은 기본 4~5년 이상 자리에 머무른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임기가 3년 더 늘어나면서 총 9년 동안 조직을 이끌게 됐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노조는 윤 회장 연임과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사실상 윤 회장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만 KB금융은 당시 공정한 절차를 위해 회추위 7인 모두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깜깜이 인사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연임은 금융지주사가 매년 깜짝 실적을 갱신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은 매년 좋은 성적을 갱신하고 있으며, 연임에 성공한 CEO들의 경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금융회사들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연임이 실적에 따른 공정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다만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에서 회장들이 2~3연임으로 장기집권 하는 사례가 나온다. 연임을 위해 실적을 높이려고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욕심들과 소수 최고 경영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금융소비자가 피해보는 일이 발생했다고 본다”며 의견을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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