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없이 결제 이월...고객 유리한 서비스 같지만 연체 고금리 ‘불리’
20대 중심 리볼빙 이용 급증...금융사는 수익 쑥쑥

금융사의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서비스가 고객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금융사를 위한 서비스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다(Revolve)라는 뜻의 영어 단어에서 나온 리볼빙은 약정된 결제일에 일정 비율의 금액만을 결제하고 나머지 대금은 대출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신용카드 결제는 약정된 결제일에 일시불로 처리되기에, 리볼빙을 이용하면 당장의 부담은 낮출 수 있다.

리볼빙을 단순히 매월 분할 결제의 개념으로 보고 할부와 유사하다고 생각해 이용하는 경우들이 있으나, 자칫 높은 수수료와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이용에 주의가 요구된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분기 신용카드 리볼빙 이월 잔액은 각각 5조7537억원, 5조515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1인당 이월잔액은 227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분기는 225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4분기 신용카드 리볼빙 이월 잔액은 5조7930억원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리볼빙 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이용자 수는 260만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1·2분기엔 각각 254만명, 246만명으로 파악됐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신용구매대금을 이월해주는 결제성 리볼빙 수수료율은 평균 17.8%이며, 현금서비스를 이월해주는 대출성 리볼빙 수수료율은 평균 20.9%에 달했다. 웬만한 중금리 대출 이자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인 셈이다.

회사별 ‘2분기 수수료 등 수입비율’을 보면, 리볼빙 결제성 수수료는 현대카드 20.12%, KB국민카드 18.57%, 롯데카드 18.52%, 신한카드 17.82%, 하나카드 17.06%, 우리카드 16.59%, 삼성카드 14.77%를 차지했다. 3년 전인 2017년 동기와 비교할 때 신한카드(0.28%p), 삼성카드(1.87%p)를 제외하면 모두 0.12~3.32%p 상승세다.

이같은 부담에도 리볼빙 사용이 늘어난 데에는 가계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리볼빙은 신용등급 하락 없이 일시적인 결제 부담을 미룰 수 있는 단기 현금서비스 효과가 있단 점에서다.

또한,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신규 발급시 리볼빙 신청 안내를 통한 마케팅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 KB국민, 롯데, 우리, 하나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지난 2월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해 온라인으로 연회비를 100% 돌려주는 캐시백 이벤트 등을 실시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2014~2015년엔 현대카드의 리볼빙 관련 불완전판매 이슈로 금융당국의 징계 검토 얘기가 흘러나와 업계에서 자제하는 분위기였는데 당국의 행정지도가 다시 느슨해진 결과가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은 2015년 5월 국내 전업카드 8곳에 대한 현장검사 도중 현대카드가 리볼빙을 불완전판매했다는 혐의로 적발해 기관경고를 내린 바 있다. 2016년 10월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신용카드 고객에게 주요 설명을 축소 및 누락하고 리볼빙 결제비율을 100%에서 10%로 변경하도록 부당하게 유인한 현대카드 임직원 11명을 대상으로 주의 및 감동 처분 심의를 의결했다.

이같은 처분이 이뤄진 이후 최근 리볼빙 이월 실적을 보면 다시 두드러진 증가 추세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월 10일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국민카드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 5월 기준 4265억원으로 2017년 동월 대비 645억원(17.81%) 올랐다. 특히 20대의 경우 같은 달 기준 332억원으로 2017년 동월 대비 무려 154억원(87.02%) 급격하게 상승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리볼빙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자금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할부는 돈을 갚을 횟수가 정해져 있어 할부 개월 수가 끝나는 시기에 부담이 없어지지만, 리볼빙은 횟수가 정해진 게 아니어서 사용할수록 상환 부담이 이자와 함께 늘어 순식간에 채무 불이행자가 될 수도 있다”며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야 채무가 끝나는 구조임을 확실히 알고 써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오기형 의원은 “리볼빙 서비스가 사실상의 고금리 대출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며 “각종 지표가 잇달아 경고음을 내는 만큼 금융당국이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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