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R, 한글날 맞춰 ‘사이버펑크 2077’ 한국어 더빙 발표
한국어 음성 지원 취소됐지만 韓 게이머 요청 쇄도에 번복
소니, 닌텐도, 세가, 반다이남코 등 유통사 한글화 노력 지속

마르친 이빈스키 CDPR 공동창립자 겸 공동대표가 사이버펑크 2077 한국어 풀 더빙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이버펑크 2077 유튜브 캡처
마르친 이빈스키 CDPR 공동창립자 겸 공동대표가 ‘사이버펑크 2077’ 한국어 풀 더빙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이버펑크 2077 유튜브 캡처

연말이 다가오며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콘솔기기와 PC 조립부품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새로운 기기 성능을 확인해 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한글날을 기념해 취소됐던 ‘한국어 더빙’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이버펑크 2077’에 많은 게이머가 열광하고 있다.

◆ 韓 게이머들의 간곡한 요청에 더빙 재개

CD프로젝트 레드(이하 CDPR)은 지난 9일 OGN에서 방영된 나이트시티 와이어 코리아 특별 에피소드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1인칭 오픈월드 액션 RPG ‘사이버펑크 2077’의 한국어 더빙 소식을 알렸다. 당초 사이버펑크 2077은 한글 자막뿐 아니라 한국어 더빙 지원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해 취소된 바 있다.

마르친 이빈스키 CDPR 공동창립자 겸 공동대표는 “지난해 2월 저희는 한국어 더빙 취소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야 했는데, 이후 더빙을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는 요청을 수백통의 이메일과 수천개의 댓글을 통해 받아볼 수 있었다”며 “한글날을 빌려 사이버펑크 2077의 한국어 풀 더빙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사이버펑크 2077은 오는 11월 19일 PC, PS5·PS4, Xbox 시리즈 X·S 및 스마트 딜리버리, 구글 스태디아로 출시될 예정이지만, 한국어 더빙은 출시 이후 약 한 달 뒤인 12월 11일 DLC 형식으로 무료 배포된다. 한국어 더빙이 취소됐다가 다시 진행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 더빙은 국내 게임 사운드 제작업체 무사이 스튜디오가 맡았다. 무사이 스튜디오는 ▲리그 오브 레전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토탈워: 삼국 ▲레드 데드 리뎀션Ⅱ ▲링피트 어드벤처 ▲궨트: 더 위쳐 등의 게임 사운드를 작업했다. 사이버펑크 2077 개발사 CDPR과는 ‘궨트: 더 위쳐’나 ‘쓰론브레이커: 더 위쳐 테일즈’ 더빙으로 협업한 바 있다.

◆ 한글화·한국어 더빙, 판매 영향 있을까

한국어 더빙 발표 전에도 사이버펑크 2077은 높은 자유도의 오픈월드를 구현한 것으로 전해졌음에도 많은 사람의 예상보다 낮은 권장사양을 요구하는 등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였다. 한 해를 휩쓸다시피 했던 명작 게임들의 장점을 합쳐서 나오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에서 자연스러운 한국 비속어 더빙으로 화제가 됐던 무사이 스튜디오가 더빙을 맡은 것.

특히 16일 국내 게임전문매체 루리웹 인터뷰에 따르면 이인욱 무사이 스튜디오 감독이 “(사이버펑크 2077 한국어 더빙에) 연기자가 약 200명에서 250명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문 성우 외에도 연기 잘하는 사람든 다 불러다 써야 한다. 캐릭터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전부 다 전문 성우로 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콘솔 게임 판매량 상위 10개 게임 중 한글화가 되지 않은 게임은 ‘FIFA 19’가 유일했다. 최근 닌텐도 스위치 열풍 등을 통해 주로 콘솔·패키지게임을 구매하던 게이머 층의 연령·성별이 확장되면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게임, 전체이용가게임을 찾는 빈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는 콘솔 게임의 주 이용자가 구매력이 높은 30대 초반부터 40대 중후반까지 한정됐던 것에서 범위가 늘며 한글화 여부가 많은 이용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적극적인 한글화 여부는 콘솔 게임 이용 세대를 확장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 발매되는 콘솔·패키지 게임이 한글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한국닌텐도, 세가퍼블리싱코리아,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BNEK),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 등 국내에 콘솔·패키지게임을 유통하는 게임사들이 대다수의 게임을 현지화해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한글 자막뿐 아니라 한국어 더빙을 지원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어 더빙이 된 게임을 플레이하면 눈으로 자막을 읽는 대신 소리를 들으며 게임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게임 한글화·한국어 더빙 등 현지화 작업에 콘솔·패키지게임을 유통해온 게임사들 외에 SK텔레콤도 뛰어들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6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5GX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출시 간담회를 통해 ‘엑스클라우드’ 내 현지화가 되지 않은 게임들에 한국 성우 더빙 및 자막 제작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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