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국감, ‘라임 100% 배상이 쏘아올린 공’에 판매사 책임 커져
코로나로 해외 일정 등 CEO 도피길 막혀…참석 여부 주목
라임 제재심도 시기 맞물려…경영진 중징계 무게
금감위 제재안 낮추는 금융위에 책임론도

작년에 이어 이번 국감에도 금융계는 사모펀드 부실 판매가 이슈다. 지난해 DLF와 라임 사태에 이어 올해에도 옵티머스, 젠투 등 줄줄이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판매사에 대한 문책이 커지게 됐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이 가운데 국감 시즌마다 책임심문을 위해 출석이 요구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참석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전엔 해외 일정이나 업무 등으로 국회 출석을 피해갔지만, 코로나19로 도피 길이 막혀 피할 길이 없단 얘기도 나온다.

내달 15일 라임사태에 대한 제재심도 열리면서 판매사 경영진 징계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결정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사모펀드 완화정책 이후 사모펀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환매중단 사태가 연이어 벌어진 만큼, 당국이 일정 부분 책임을 부인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감에선 이같은 사모펀드 사고들이 지속됨에도 모니터링이 부실했던 금융감독원과 사모펀드 판매사 제재안 수위를 되레 낮춰온 금융위원회에도 문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판매사 CEO 국감증인 채택 요구↑…비대면 화상 소환 가능성도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논의 결과 ‘투자금 전액 반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고무적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내달 10일 열리는 21대 국회 정무위원회 첫 국정감사에선,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원금손실을 야기한 사모펀드 부실 판매와 관련한 질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국감의 핵심이슈는 ‘사모펀드 감독과 금융사 내부통제’다.

이에 따라 해당 판매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국감 대상기관을 승인한다. 오는 30일까지가 증인 출석요구 송달기한으로, 앞서 정무위는 지난 21일 국감 계획서와 증인 출석요구, 서류제출 등의 안건을 가결했다.

관련 펀드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옵티머스 펀드, 팝펀딩, 젠투 펀드 등으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신한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주요 판매사다.

그중에서도 일부 은행의 금감원 검사 지연으로 증권사 CEO 소환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판매량이 높고 부실 판매 혐의가 제기된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라임 펀드와 관련해선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에서 경영진 소환이 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선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인 NH투자증권과 이외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에서 CEO 증인 출석이 이뤄질 수 있으며,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에선 IBK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팝펀딩은 한국투자증권에서, 젠투펀드는 신한금융투자에서 CEO 출석이 요구될 수 있다.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전국민적인 피해가 나타났던 만큼, 시중 은행장과 증권사 대표를 국감 증인 명단으로 채택해야 한단 목소리가 크다. 과거엔 이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해외 출장 등의 핑계로 참석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이번 증인 채택엔 출석 거부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사모펀드공대위)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국정감사장에서 5조6000억원의 피해를 양산한 금융사 대표들과 금융당국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추궁과 원상회복을 명해 주기 바란다”며 “특히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사 대표,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 지성규 하나은행 행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 등은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사모펀드 공대위는 사모펀드 피해자를 국정감사장에서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실제 피해사례를 청취해달란 요구도 전했다.

다만 코로나19를 역으로 이용해 CEO들이 참석을 회피할 여지는 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수도권까지 확대하면서, 국회 역시 대면 형식의 증인 채택 규모를 줄일 수 있단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내달 라임 제재심으로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경영진 책임 이슈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비대면 화상 형태로라도 CEO 소환은 이뤄질 수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회의 자체가 영상으로 준비할 수도 있단 얘기도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보다 심각해졌을 경우에 해당한다”며 “국회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한 적은 없어서 일단은 기존과 같이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에서 초반엔 각 금융사 회장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간에 협의를 하면서 다수가 빠진 것으로 알고있다”며 “증인 채택 규모는 종전 수준과 유사할 것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 국감과 맞물린 라임 제재심, 금감원 제재심 주목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감과 맞물린 시기에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운용사 및 판매사 징계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라임 판매 은행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검사가 늦게 이뤄져 증권사의 제재심이 먼저 열리게 됐다.

제재심은 10월 15일과 29일 두 차례 열릴 예정이다. 이르면 15일 제재심에서 라임 안건이 상정될 계획이지만, 규정상 제재심이 열리기 10일 전 사전 통보를 해야 하기에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유력한 제재안은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DLF 사태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CEO의 연임 및 금융권 취업 제한과 과징금 등 중징계를 받은 선례가 있다.

금감원은 라임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에 대해 제재 수위를 경영진 징계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용사에 대해선 이들 판매사보다 제재 수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판매사에 앞서 제재심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라임자산운용, 라움자산운용 그리고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등은 제재 수위가 더 높은 등록 취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회사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한편, 금감원은 자산 회수를 위해 이달 말까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넘겨받을 가교 운용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의 등록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지난 4월경부터 판매사 20여곳이 공동 설립 추진해온 배드뱅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은 라임운용의 환매중단 펀드와 정상 펀드 대부분을 넘겨받아 투자금 회수 극대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 금감원엔 “모니터링 부실” 책임, 금융위엔 “제재 완화” 문책 예고

판매사 경영진에 이어 사모펀드 사태 국감은 금융당국에도 책임을 요구할 전망이다. 이들에 대한 문책은 앞서 예고됐다.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대한 업무 보고 자리는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성토장이된 바 있다. 다수의 정무위 국회의원들은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 판매 의혹으로도 번지고 있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책임이 판매사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금융당국에도 있다며 감독·관리 기능의 부실을 강하게 지적했다.

먼저 금감원은 사모펀드의 고위험성에 대해 사전 인지가 있었음에도 시장에 대한 조기경보 기능을 작동시키지 않았단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총 17차례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으나, 사모펀드와 관련된 소비자경보는 단 한 차례도 발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국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7월 정무위에서 금감원이 2017년과 2018년 3차례에 걸쳐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음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실제 투자를 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강 의원은 “금융당국이 손을 놓았던 기간에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이 벌인 사기극으로 5000억원이 넘는 투자자 재산이 공중으로 날아갔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에 대해선 규제완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제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추궁했다.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조정되고 일반 투자자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데다가 보고서 제출 의무까지 사라져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금융사고의 대부분은 규제완화에서 시작된다”며 “리스크가 높아지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는데, 금융위원회에서 규제 완화를 시행한 이후 리스크를 예상하고 실제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과 논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대응했는가”를 반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규제 완화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모니터링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동의하지만, 사모펀드는 몇 사람이 모여서 조성하기 때문에 당시는 당국이 나서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바뀌었다고 답변했다. 은 위원장은 “규제완화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금감원의 제재안 결정이 금융위에서 완화되는 측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예상된다. 농협은행은 OEM펀드 관련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과 관련해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약 100억원의 과징금 제재안을 받은 바 있으나, 금융위는 지난 6월 24일 정례회의에서 농협은행에 대해 과징금을 20억원 수준으로 축소해 의결했다.

농협은행 제재안은 기존엔 OEM펀드를 운용한 자산운용사에 대한 제재만 있었던 만큼, 판매사에 대한 첫 제재 사례로서 주목을 받은 사안이었다. 그러나 제재 규모가 줄어들면서,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면서도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머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19일 판매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발의된 마당에,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문제를 축소하고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