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 추경 등 코로나19 대응 위한 재정 확대…국가채무 급증
2017년 36% → 2021년 51%…현 정부서 15%p 상승
국가채무 1000조원 목전…채무 급증 따른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
한경연 “적정 국가채무 비율 40%…재정준칙 법제화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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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광화문 집회로 인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은 이제 겨우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던 우리 경제를 다시 침체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정부는 확산세 차단을 위해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높였고,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됐다. 또한 일자리 감소와 인력 조정 등으로 취업을 못하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어려움도 갈수록 커져만 갔다.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고, 4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편성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사실상 전액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2차 재난지원금은 피해를 더 많이 입은 계층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총 7조8000억원의 4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중 7조5000억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된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지난해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 728조8000억원 대비 118조1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GDP 대비로는 37.1%에서 43.9%로 6.8%p, 3차 추경(43.5%) 기준으로는 0.4%p 증가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6.1%로 3차 추경(-5.8%)대비 0.3%p 늘어나고,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은 0.5%p 오른 -4.4%가 된다.

또한 내년 예산은 총수입 483조원 대비 72조8000억원 많은 555조8000억원으로 편성돼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05조6000억원 늘어난 945조원(GDP 대비 46.7%)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4차 추경을 위한 국채 발행이 포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국가채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 경제가 위기에 봉착하지 않기 위해서든 채무의 증가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네수엘라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경제위기에 빠진 유럽국가들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는 올해 2월 한국에 대해 “국가채무 비율이 46%를 넘으면 국가신용등급 하방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형 경제‧비기축통화국의 국가채무 증가는 국가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고, 이는 환율 불안 및 해외투자나 외화조달 비용을 높여 국가부도, 즉 외환위기 위험이 높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 KIEP “국가채무 총량 관리, 국가신용등급 중요 변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하 KIEP)은 2012년 내놓은 ‘국가채무가 국가신용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 국가채무에 따른 신용등급의 변동 분석 결과 총부채 수준 외에도 외채, 외화부채, 총부채증가량 등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기축통화국들은 비기축통화국에 비해 부채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무디스(Moody’s), 피치 등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 대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는데, 특히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에 대해서는 이전에 비해 짧은 기간 내에 신용등급을 크게 낮췄다. 대표적으로 그리스는 국가채무의 증대가 신용등급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고, 아이슬란드도 국가채무의 증가가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후 유럽 재정위기로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재정적자 규모와 국가채무 규모가 월등하게 큰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도 국가신용등급을 내렸다. 하지만 2010년과 2012년 한국에 대해서는 국가신용등급을 오히려 상향조정했다.

KIEP는 “국가채무의 총량 관리는 국가신용등급의 유지 및 상향조정에 중요한 변수”라며 “특히 신용등급이 상승 시보다는 하락 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승의 원동력은 국가채무 관리가 잘 됐기 때문”이라면서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할 때는 대외수지 등 여건을 살펴보고 신용도를 유지하면서 조달 가능한 수준의 국가채무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부채증가 속도와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빠르게 되면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며 “재정조달계획 수립 시보다 보수적인 전망을 기준으로 세수와 세출을 계획해야 하고, 리스크 시나리오를 감안한 보수적인 세수 전망을 바탕으로 국채발행량을 추정해 국가채무를 큰 폭으로 늘려야 하는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창용 “채무 비율 40%니 재정지출 확대 괜찮다는 것은 무책임”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은 “현재의 복지 수준을 유지만 해도 2050년이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넘는다”며 “채무 비율이 40%로 낮으니 재정지출을 팍팍 확대해도 문제 없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유튜브 캡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유튜브 캡쳐

이 국장은 지난 16일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3주년을 기념해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환경 변화와 금융의 역할’ 세미나에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따른 추가 재정지출 확대는 분명 불가피하다”면서도 “재정지출 확대는 일시적·단기적인 처방에 그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구정모 대만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도 지난 10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 같은 속도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누적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막대한 기회비용과 희생을 치러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가 ‘그리스+일본’식 복합형 불황에 허덕이다 결국 나라 곳간이 거덜 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은 2022년 GDP 대비 50.9%로, 현 정부 출범 당시 36%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에서만 15%p 정도 상승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이 2007년 27.5%, 2010년 29.7%, 2013년 32.6%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구 교수는 또 “정부는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부채, D1)을 근거로 국가채무 비율이 OECD 평균인 110%대보다 훨씬 낮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OECD는 D1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합친 일반정부부채(D2)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며 “여기에 공공부문 부채(D3)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D3는 2024년 1885조원으로 GDP 대비 81.5%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군인‧공무원 연금의 충당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국가채무 비율은 2024년 130%를 넘어갈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기축통화를 보유했거나 사회적 자본이 탄탄한 OECD 선진국과 단순 비교해 재정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 한경연 “韓 적정 국가채무 비율 40%…재정준칙 법제화 필요”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도 여러 보고서를 통해 이와 유사한 주장을 내놨다. 한경연은 ‘국가채무의 국제비교와 적정 수준’ 보고서를 통해 “국가채무 비율의 적정 수준은 기축통화국 유무와 대외의존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그동안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가 우리나라 국가채무의 적정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기축통화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97.8~114.0%인 반면, 비기축통화국은 37.9~38.7%에 그쳤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국개발경제의 경우 41.4~45.0%를 적정 국가채무 비율 수준으로 추정했다. 기축통화국은 아무리 빚이 많아도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어 국가부도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비기축통화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기축통화국이 만성적 재정적자에 빠지면 국가신용도 하락과 환율 불안으로 외국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발행하면 초인플레이션과 환율급등으로 결국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낮은 수준의 국가채무 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수출입 변동성이 크고,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 가능성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GDP 대비 비금융공기업 부채비율(%, 좌) GDP 대비 연금충당부채비율(%, 우). 자료=한국경제연구원
GDP 대비 비금융공기업 부채비율(%, 좌) GDP 대비 연금충당부채비율(%, 우).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GDP 대비 20.5%로,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보고되는 OECD 7개국 중 가장 높고, 군인‧공무원 연금 충당부채도 49.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면서 “OECD 평균에 비해서 낮다는 이유로 국가채무를 늘려도 괜찮다는 주장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정적자가 국가채무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향후 전망’과 ‘국가채무‧재정안정성 분석과 정책 시사점’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가파른 국가채무 비율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전년대비 111조4000억원 늘어나 국가채무 비율은 5.4%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3.0%p)와 1998년 외환위기(3.9%p) 때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정부는 향후 국가채무 비율이 2021년 46.7% → 2022년 50.9% → 2023년 54.6% → 2024년 58.3%로 상승할 것을 전망했다. 과거 국가채무 비율이 10%대에서 20%대, 20%대에서 30%대로 확대되는 데 각각 7년이 걸렸고, 30%대에서 40%대로 상승하는 데는 올해까지 9년이 소요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국가채무 비율이 40%대에서 50%대로 늘어나는 것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재정지출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살포식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핀셋 재정이 필요하다”며 “평상시 수입 내 지출과 같은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이를 준수해야 지금과 같은 이례적 시기에 늘어난 재정지출이 경제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달 중 재정준칙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재정수지와 국가채무가 적절하게 모니터링될 수 있도록 재정준칙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서 “9월 안에 발표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방식보다 국가재정법에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몇 차례 더 재정을 풀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은 이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에 도입이 될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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