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 ‘아이러브커피’로 떠오른 파티게임즈
횡령·배임·주가 조작 등 개미 울리는 각종 의혹 점철
구본현 ‘기업사냥’에 모다·파티게임즈 시총 4천억원 증발
긴 거래정지 끝에 7·8일 정리매매, 9일 상장폐지

파티게임즈. 사진=파티게임즈
파티게임즈. 사진=파티게임즈

‘아이러브커피’, ‘아이러브파스타’ 등 모바일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2010년대 한국 게임사에 한 획을 그었던 파티게임즈가 상장 6년여 만에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재무제표 감사 의견거절부터 두 번에 걸친 정리매매, 상장폐지까지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파티게임즈를 되돌아봤다.

파티게임즈는 2011년 파티스튜디오로 시작해 2012년 ‘아이러브커피’로 일 매출 1억원을 달성하며 이름을 알렸다. 카카오톡과 연계로 많은 유저들을 모았으며, 2020년 9월 현재까지도 공식카페 회원수는 53만명에 달한다. PC·콘솔게임보다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아이러브커피는 지난 2일 ‘포켓포레스트’ 테마 업데이트가 추가되는 등 장수하고 있다.

2014년 11월 21일 코스닥에 상장한 파티게임즈는 주당 가격이 4만2523원까지 오르는 고성장을 거듭하다가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했다. 2018년 3월 21일 한국거래소가 파티게임즈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이후 같은 해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진행된 정리매매 과정에서 정리매매 첫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2.36% 하락한 810원까지 떨어졌다.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 사유는 파티게임즈의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이 2017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 범위 제한으로 ‘의견거절’을 냈기 때문이었다. 당시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의견거절은 일부 거래의 타당성 및 회계처리 적정성, 출금절차 흠결 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상장폐지를 맞이하게 된 파티게임즈 측은 개선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적합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올해 대법원이 파티게임즈가 제기한 상장폐지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기각하면서 상장폐지 절차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7일과 8일 정리매매를 진행하고, 9일 상장폐지가 마무리된다.

파티게임즈는 2016년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B&M홀딩스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며 주가가 급등했고, IT기업 모다에서 800억원 규모 투자 소식이 들리며 ‘개미’들이 몰려들었다. MBC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IT기업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실소유주는 범LG가 3세인 구본현 씨다. 구본현씨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의 아들이다.

파티게임즈는 코스닥 거래정지에 이어 상장폐지로 인해 시가총액 4000억원이 증발했고 그중 개미투자자들의 투자금은 2000억원에 달하지만, 이 과정에서 구본현 씨를 중심으로 한 ‘고의 상장폐지’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앞서 2012년 주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구본현씨는 B&M홀딩스 인수를 위해 투자회사를 차렸다. 구본현 씨는 저축은행으로부터 65억원을 빌려 모다를 인수하고, 모다의 주식을 담보로 800억원을 빌려 파티게임즈를 인수했다.

당시 파티게임즈는 아이러브커피, 아이러브파스타 이후 흥행작을 내놓지 못해 부진했다. 2015년부터 65억원의 영업손실, 2016년 86억원, 2017년 31억원 등 적자 상태였다. 모다를 통해 파티게임즈를 인수한 뒤 파티게임즈는 B&M홀딩스 지분을 사들였다. 모다가 갖고 있던 B&M홀딩스 주식 13만여주를 99억여원에, 당시 김치현 B&M홀딩스 공동대표의 주식 60만여주를 442억여원에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구본현 씨와 공범들은 파티게임즈와 모회사인 모다를 무자본 인수한 뒤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허위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 및 횡령·배임 혐의를 받게 됐다. 모다와 파티게임즈를 인수하기 전 설립한 투자회사가 페이퍼컴퍼니였고,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소위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일당의 행태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구본현 씨는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던 2018년 10월 네덜란드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이 지난해 5월 공범을 불구속기소 하면서 인터폴에 구본현 씨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 6월 28일 스트레이트는 구본현 씨가 해외도피 직전 한 투자자와의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구본현 씨는 “제가 들어가서 검찰에 자수하면 다 죽는다. 저는 다 잃었다. 그거까지도 각오하고 있다. 그래서 게이트화 시켜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다와 파티게임즈는 경영 개선,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2018년 1월에는 블록체인 ‘브릴라이트’ 생태계 합류를 위해 한빛소프트와 가상자산 포괄적 업무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고, 지난 6월 29일에는 파티게임즈 대표이사를 박길우 단독대표에서 박길우, 조성원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상장폐지를 막을 수 없었다. 고의 상장폐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모다·파티게임즈가 주식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포기하면 흑자를 내는 알짜회사 아이템매니아, 아이템베이를 소유하고 있는 B&M홀딩스의 과실을 기업사냥꾼들이 비상장 상태로 챙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개미투자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다. 개미투자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지만, 이들의 일상을 되돌릴 구제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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