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조’ 걸린 ISDS 론스타 사건
식지 않은 론스타 ‘먹튀’ 논란, 외환은행으로 ‘4.6조’ 챙기고도 ‘손해’ 주장
정부 “매각가 조정 개입 없었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판결이 매각가에 영향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국제투자분쟁절차(ISDS)를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론스타와의 소송 진행 상황을 직접 브리핑한 것이다. 이에 분쟁의 원인이 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재조명되고 있다.

강성국 법무부 법무실장은 지난 20일 “그동안 론스타 사건의 경우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경우 중재판정부의 비밀유지명령에 위반돼 손해배상 등 제재가 가해지거나 중재 판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었고, 정부 측 소송 전략 노출을 방지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비밀유지명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론스타 ISDS 사건 브리핑하는 강성국 법무부 법무실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론스타 ISDS 사건 브리핑하는 강성국 법무부 법무실장. 사진=연합뉴스

◆ ‘5.5조’ 걸린 론스타 ISDS 사건, “ISDS가 뭐길래”

론스타와 한국은 기나긴 싸움을 진행 중이다. ISDS(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는 투자자가 투자대상국가의 조치로 손해를 입을 경우, 국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진행하는데, 한국을 대상으로 제기된 건은 총 8건으로 그중 5건이 현재 진행 중이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신청서를 제기해 약 46억8000만달러를 청구했다. 한화로는 5조5552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고, 이후 2011년~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할 당시 정부가 개입해 외환은행 매각가를 낮췄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약 47억달러를 더 벌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론스타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와 론스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면으로 증거를 제출해 입장을 피력하고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4회에 걸친 심리기일에 참석했다. 현재는 사실상 2016년 6월을 기점으로 심리가 종결된 상황으로,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강 법무실장은 “ISDS 사건은 절차종료선언 후 120일에서 최대 180일 이내에 판정이 선고되도록 돼 있는데, 현재까지 중재판정부는 절차종료선언을 하지는 않고 있다”며 “론스타 사건은 금융, 조세, 손해액 산정 등 다양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복잡한 사건으로, 최근 새로운 의장중재인이 취임하면서 절차가 재개돼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판정 시기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절차종료선언 등 후속 중재판정부의 조치가 이뤄지면 이를 신속하게 국민들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론스타는 과세 문제로도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시 역삼동에 위치한 스타타워와 외환은행 지분 매각으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매기자 문제를 제기한 것. 론스타는 한국과 이중과세방지 협약을 맺은 벨기에 소재 자회사를 통해 건물과 외환은행 지분을 두 차례 매각했는데, 국세청이 과도한 세금을 매겼다며 반발했다.

스타타워 매각 건의 경우 국세청이 양도소득세 1017억원을 부과했으나, 론스타가 소송을 걸었고 승소했다. 이후 국세청이 법인세 1040억원을 부과하자 또 론스타가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번엔 론스타가 패소해 1040억원을 납부했다.

외환은행과 관련해서도 론스타는 2007년 1차 매각(지분 13.6%), 2012년 2차 매각(지분 51%, 하나금융에 매각)을 진행했는데 각각 1192억원과 3876억원의 양도세를 납부하게 됐다. 이에 대한 소송이 이어졌고 론스타의 일부 승소로 각각 1192억원과 1772억원을 돌려받았다.

강 법무실장은 “론스타는 과세 처분 취소를 구하는 국내 소송 7건을 제기했고, 현재 정부는 그중 일부 패소한 상태다”고 밝혔다.

2011년 12월 외환은행 노조 등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1년 12월 외환은행 노조 등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외국계 자본의 ‘은행 인수’부터 ‘먹튀 논란’까지

론스타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국내시장에 처음 들어와 부실 채권에 투자하며 이익을 실현했다. 그러던 중 경영위기를 겪던 외환은행 지분을 매입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입한 자금은 총 2조1548억원.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3억원에 매입한 후 2006년에 콜옵션을 행사해 14.2%를 7715억원으로 추가로 매입해 총 64.6%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론스타는 1차로 2007년 지분 13.6%를 1조1982억원에 매각하고, 2012년 하나금융에 나머지 지분을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약 10년 동안 고배당 정책으로 타간 배당금까지 합치면 외환은행으로 거둔 순수익만 4조6634억원에 달한다. 투자금의 약 두 배를 벌어들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론스타에 대해 아직도 ‘먹튀’가 아니냐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론스타의 정체성이 비금융 주력자인 산업자본인데도 외환은행 지분을 10% 이상 인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실 은행일 경우 예외적으로 지분 인수가 가능하다는 예외를 적용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냈다.

이를 두고도 정말 외환은행이 당시 부실한 은행이 맞았는지, 모피아와의 결탁이 있지는 않았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이라는 점은 은행의 BIS비율에 근거했다. 론스타의 지분 인수 직전인 2003년 7월 외환은행 BIS비율이 권고치인 8%를 밑돌며 6.16%까지 내려갔다는 것이다. 다만 2003년 3월 말 8.48%였던 BIS 비율이 몇 달 새 급격히 낮아졌다는 대목에서 지분 매각 당시 BIS 비율 산정 방식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후 론스타는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고자 했으나,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과 글로벌 위기 등으로 계약이 파기됐다. 2011년에는 하나금융과 매각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당초 4조6888억원으로 정해졌던 매각가가 외환은행 가치 하락 등으로 3조9157억원으로 하향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금융당국이 매각가를 떨어트리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며 손해를 주장하고 있다.

당시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었다. 2004년 외환카드와 외환은행 합병을 진행하기 전, 비용을 줄이려고 외환카드 주가를 일부러 떨어트리기 위해 외환카드 감자설을 일부러 유포했다는 혐의다. 이에 HSBC의 매각승인 심사가 보류됐고, 대법원은 2011년 론스타에 유죄판결을 내렸으며 론스타는 은행법상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었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10%를 초과한 외환은행 지분 41.02%를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결국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이 매각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강 법무실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HSBC와 하나금융에 매각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부당한 승인 지연이 있었는지,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사건이 진행 중에 있었고 형사사건 결과에 따라서는 강제매각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법적 불확실성’이 있었으므로 정당하게 심사를 연기했던 것”이라며 “외환은행 가격 인하는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후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하나은행과 재협상한 결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그룹. 사진=연합뉴스

◆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ICC는 ISDS 사건과 별개”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가가 하향조정된 것에 대해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ICC)에 하나금융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재판에서 승소한 쪽은 하나금융측으로 판정부는 외환은행 매각가 인하에 하나금융이 잘못하거나 책임질 부분이 없다고 봤다.

하나금융이 승소한 것은 좋은 결과지만, 이 결과가 ISDS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론스타가 주장하는 매각가 낮추기 압박 책임이 정부에 쏠릴 수 있어서다. 이에 론스타의 ICC 패소가 정부와의 ISDS에서 승소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냐는 관측도 많다.

물론 정부는 ICC 결과는 ISDS 사건에 원칙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강 법무실장은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의 ICC 사건은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과 당사자 및 근거법이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라며 “ICC사건의 판정이 그 내용과 무관하게 ISDS 사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ISDS 절차에서 론스타가 ICC 판정문을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시도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지적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론스타와의 합의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약 9500억원 규모의 금액을 제시하며 합의를 제안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론스타로부터 이러한 합의안을 제안받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밀실주의를 깨고 이례적으로 론스타 사건을 브리핑한 것도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자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ISDS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얘기들로부터 선을 긋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강 법무실장은 “일부 언론에서 론스타가 구체적 금액의 합의안을 정부에 제안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는데 정부는 현재까지 론스타로부터 공식적인 합의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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