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모펀드 피해’ 세미나 개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넘어 사기 쟁점 더 커져
“선관의무 가이드라인 마련돼야”

라임에서 옵티머스펀드까지 사모펀드 사고가 비슷한 양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 근절을 위해 투자자들이 국회로 나섰다.

14일 라임자산운용, 자비스·헤이스팅스 팝펀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모펀드 피해,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에 참석해 투자 배경과 피해 규모, 법적 대응 진행상황 등을 밝혔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14일 라임자산운용, 자비스·헤이스팅스 팝펀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모펀드 피해,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에 참석해 투자 배경과 피해 규모, 법적 대응 진행상황 등을 밝혔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14일 라임자산운용, 자비스·헤이스팅스 팝펀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모펀드 피해,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에 참석해 투자 배경과 피해 규모, 법적 대응 진행상황 등을 밝혔다.

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은 환영사에서 “사모펀드는 자산가들의 자금 능력과 운용 전문가들의 투자능력을 결합해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로 사용돼야 하지만,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대한민국 자본시장 발전의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면서 “특히 일부 운용사들의 모럴헤저드, 비리와 편법 등이 자본시장의 건전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암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라임펀드 대신증권 피해자 대표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14일 라임펀드 대신증권 피해자 대표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이날 라임자산운용, 자비스·헤이스팅스 팝펀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피해자 대표들은 각각의 특징적인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이들 모두 대형 증권사나 은행 판매사를 통해 펀드에 가입했다.

먼저 라임사태 대신증권 피해자 모임 대표 A씨는 대신증권이 다른 판매사와 달리 라임자산운용의 육성과 펀드 설계 공모부터 참여한 특수한 관계성을 강조했다. A씨는 “라임펀드가 특정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될 수 있었던 것은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과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밀접한 관계였기 때문인데, 이중 대신증권의 마케팅에 라임의 이종필 전 부사장이 참가한 점이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대신증권이 라임 펀드 판매 초반 높은 수익을 이끌었고, 담보금융 100% 등의 자료를 따로 만들어 확정금리 운운하며 상품을 판매한 것은 ‘불완전판매’를 넘어선 사기”라며 “판매처가 운용사와 교감이 없었으면 이런 형식의 판매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팝펀딩 피해사례 발표자 B씨 역시 해당 펀드가 분당WM센터에서만 집중 판매된 점을 주목하며 운용사와의 관계성을 의심했다. B씨는 “팝펀딩의 두 번째 운용사 헤이스팅스는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이 2017년 5월 만든 회사”라며 “이들이 운용사를 전환하는 사기·횡령 위험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와 만난 운용사 이사 중 한 명은 한투증권이 운용사에 도움을 청했다는 고백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옵티머스 피해자 대표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이날 옵티머스 피해자 대표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피해자 대표 C씨는 조해진 통합당 의원이 입수한 NH투자증권이 상품소위원회 녹취록에 언급된 CASE2를 근거로 NH투자증권이 사모사채 투자비중이 5:5였음을 알고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C씨는 “고위험 고수익이 강조된 다른 펀드와 달리 이들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는 연 2.8%의 낮은 수익률이었다”며 “사모펀드라고 설명하기보다 ‘농협단기특판상품’이라고 소개해 피해자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씨는 해당 펀드가 고객들이 보는 투자제안서에는 사모채권 투자 내용이 숨겨져 있었다며, NH투자증권과 옵티머스 자산운용 간에 사기공모가 이뤄졌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표 D씨가 피해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IBK기업은행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표 D씨가 피해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IBK기업은행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표 D씨는 법인 고객이 20%에 이르는 문제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자율배상을 주장했다. D씨는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하기에 금감원이 개입돼 단순 불완전판매, 적정성 원칙 위반 등으로 획일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면서 “기업은행이 사기를 입었다면 해당 기업에 소를 제기하고 승소한 비용을 마련해야 하며, 1대1 자율배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은행은 당시 법인 고객들의 공장 등으로 직접 찾아가 가입을 종용했지만 불완전판매를 했다”며 “중소기업의 피해를 기업은행이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한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반 재화와 다른 금융상품의 특수성으로 인해 소비자 보호가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상품의 가치가 구매시점 이후 금융기관의 행위에 따라 달라지며, 소비자의 미래 복지가 구매 이후 해당 금융 계약 성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일반 재화와는 다른 점이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금융상품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며, 판매자가 중요한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주 교수는 “금융상품은 일반적으로 자주 구매하는 것이 아니어서 소비자들의 경험이 많지 않고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금융상품엔 워런티나 품질보증이 없고, 상품의 품질이나 오류를 파악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이로 인한 과실을 구매이전 혹은 구매 시점에서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상품에서 빈번하게 나타난 불완전판매 문제도 제기됐다. 적합성 및 적정성의 관점에서 투자의 목적이나 상황, 경험, 재무위험 수용 능력이나 성향 등을 정확히 반영해야함에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점보단 판매사의 법적 의무만 강조돼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금융상품의 ‘완전판매’는 법적 절차의 수행, 금융소비자의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에 의한 상품구매(Informed Decision)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주 교수는 “금융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완전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며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발의된 만큼 법의 체계가 세밀하게 검토돼야 하며, 금융상품의 특성에 대한 이해, 신의성실과 선관의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적합성 및 적정성에 대한 측정 정교화, 금융기관의 보상체계 및 전문인력의 성과 평가의 선진화 등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광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소비자 보호관점에서 감독당국에 대해 지적했다. 김교수는 투자자 보호 대책 없는 사모펀드 시장 육성책이 지속되면서 이같은 사태가 연이어 불거진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전문투자자가 거의 없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사모펀드 확대를 위해 일반투자자 유입이 필요했으나, 급격한 규제 완화 대비 투자자 보호장치와 의지가 부족했다”며 “당국은 투자 위험이 가장 큰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운용사는 내부통제와 전문성, 도덕성, 상환능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판매사를 통한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판매사 임직원 징계 및 관련 제도 강화, 불법행위에 대한 관련자 처벌과 금융소비자 보호 우선이 대응방안이라는 게 김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작년부터 사모펀드 환매 지연 등의 영향으로 금감원에 접수된 증권사의 분쟁 접수 건수는 지난해 기준 100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5% 늘었으나, 오히려 금융당국의 제재 건수와 과태료 수준은 현저히 감소추세”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사모펀드 모니터링 뿐 아니라 제재에도 미흡했다는 얘기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지난 9일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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