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 비대면 서비스 수요 급증
킬러콘텐츠 부족했던 VR산업, 각종 서비스 늘며 ‘활기’
정부, 추경 실감콘텐츠에 투입하는 등 대대적 지원 나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VR 산업은 그동안 AR보다 다소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침체기를 겪는 중이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가상 세계에서 실제로 만나는 것처럼 생생한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핵심 킬러콘텐츠 부족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VR산업이 언택트(Untact, 비대면)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 콘텐츠가 부족했던 유망산업 VR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 실감콘텐츠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성장동력’이라고 표현할 만큼 문화콘텐츠산업의 유망한 미래먹거리다. 하지만 실감콘텐츠 중에서도 스마트폰, AR글래스 등을 이용하는 AR이 VR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 관련 서비스나 콘텐츠 개발이 더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VR은 VR게임, VR영화, 이동통신사 3사의 VR콘텐츠 등 각종 서비스를 가정에서 즐기기 위해서는 VR헤드셋이 필요하고, VR헤드셋이 있더라도 정작 VR콘텐츠를 이용하는 동안 ‘멀미’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ICT에 친숙한 게이머들도 VR게임은 낯설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게임이용자 중 VR 게임을 이용해본 사람은 8.9%에 불과했다. 재미있는 콘텐츠도 부족했다.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VR 게임을 이용했던 게임이용자 중 한번 방문했던 VR체험장이나 외부시설 등을 다시 가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다’고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는 ‘이용요금이 비싸다’나 ‘체험 중 어지러움을 느낀다’ 등이 재방문 의사가 없는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언택트 산업이 급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VR 등 실감콘텐츠산업은 게임과 더불어 대표적인 언택트 산업으로 꼽힌다. 미국의 VR·AR 협업 플랫폼 개발기업 스페이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및 재택근무가 늘면서 ‘스페이셜 솔루션’ 사용요청이 10배 이상 늘었다. 스페이셜 솔루션은 원격으로 일하고 있는 동안에도 직접 대화하는 것 같은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혼합현실 협업 도구다.

앞서 스페이셜 공동창업자인 이진하 대표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 14일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포춘 1000 기업들을 비롯해 소규모 기업, 학교, 병원 등에서 스페이셜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크게 늘었다”며 “이번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공간과 바이러스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함께 일 할 수 있도록, 모든 VR·AR 플랫폼에서 스페이셜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면서 VR은 B2B뿐 아니라 개인고객들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SK텔레콤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2020 SKT 점프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결승전을 자사의 ‘점프VR’ 내 소셜룸에서 ‘아바타 응원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통 스포츠·e스포츠 등 각종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면서 VR 중계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킬러콘텐츠 역할을 할 VR게임도 나왔다. 밸브가 지난 3월 출시한 VR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리뷰·평가수집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평점 93점을 받으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VG247 등 해외 게임매체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밸브가 자사의 게임유통플랫폼 ‘스팀’ 이용자 중 VR기기를 사용하는 이용자 수가 지난해 9월 대비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월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VR·AR콤플렉스에서 열린 K-실감스튜디오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월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VR·AR콤플렉스에서 열린 K-실감스튜디오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실감콘텐츠산업 육성 박차 가하는 정부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를 겪으며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말 그대로 가상 공간에서의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었다. 정부도 이미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예산)을 198억원 투입해 실감콘텐츠를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추경예산은 1년 예산이 유효하게 성립한 이후 부득이한 사유로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예산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17일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발표회에서 “실감콘텐츠 분야는 본격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분야”라며 “홀로그램, 가상현실 교육과 훈련 콘텐츠를 비롯한 실감콘텐츠를 정부와 공공 분야에서 먼저 도입하고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VR·AR 등 실감기술이 적용된 교육콘텐츠를 수업에 활용하는 ‘실감교육 체험학교’ 모집을 공고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실감교육이 현실에서는 체험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을 VR로 실감 나게 체험해 교육의 시·공간적 한계를 해소하고, AR을 활용해 학습에 필요한 부가정보를 쉽고 빠르게 제공해 능동적 학습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인재 양성을 위해 ‘실감콘텐츠 랩(XR Lab)’도 지원하고 있다. 실감콘텐츠 랩은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헬스케어, 교육, 항공, 국방, 재난·안전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융합된 실감콘텐츠를 선도적 개발, 개발 결과물을 창업·사업화로 연계시키는 고급 인재양성 지원 사업이다. 올해 실감콘텐츠 랩에는 숭실대(AR 건강관리), 인하대(MR 항공정비) 등 2개 대학 연구실이 지난 7일 최종 선정됐다. 올해는 숭실대, 인하대를 포함해 총 7개 랩이 운영될 예정이다.

실감콘텐츠 제작 인프라가 부족했던 점도 해결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감콘텐츠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모션캡처 기술은 장비 구매에만 막대한 초기비용이 필요하고, 실감콘텐츠 제작 장비를 대여할 때도 시간당 백만원 단위의 요금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제작 인프라 구축에 많은 자본이 필요했지만, 과기정통부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 VR·AR콤플렉스(KoVaC)에 아시아 최대 수준의 실감콘텐츠 제작 인프라 ‘K-실감스튜디오(Korea Immersive Studio)’를 개소했다.

과기정통부는 5G 환경에서 360° 입체 실감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인텔스튜디오(약 280평 규모, 200대 카메라, 스토리지 약 10PB 수준)와 같은 실감콘텐츠 제작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K-실감스튜디오’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벤처 실감콘텐츠기업들은 ‘K-실감스튜디오’를 통해 저비용으로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4K 카메라 60대로 촬영한 객체는 AR뿐 아니라 VR에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K-실감스튜디오 개소식 축사를 통해 “실감콘텐츠는 5G 핵심서비스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산업을 이끌 핵심서비스 분야”라며 “‘K-실감스튜디오’라는 실감콘텐츠 민관협력의 새로운 장을 통해 창의‧혁신적인 실감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활성화돼 일상에서 실감콘텐츠 이용이 확대되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국내 실감콘텐츠기업이 상상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인프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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