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내 현금 사용 절반 수준 감소
예비적 수요로서의 현금 수요는 증가 가능성↑

코로나19로 인한 주요국 대형은행 조치 현황. 사진=한국은행 
코로나19로 인한 주요국 대형은행 조치 현황. 사진=한국은행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지급수단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현금 사용은 줄고 디지털 결제는 늘고 있는 것이다.

6일 한국은행은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현금 사용에 따른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사회적 거리두기(여행 및 외출 자제, 재택근무), 영업점 봉쇄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었다고 밝혔다.

영국의 ATM 네트워크 운영기관인 LINK는 최근 영국 내 현금사용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인디아(인도, 21일간의 전국 봉쇄기간 중),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Costa Coffee 등 일부 관광지 및 상점은 현금 결제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론적으론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될 시 예비적(precautionary) 수요로서의 현금 수요가 중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일부 국가의 경우 시중은행이 지점 폐쇄되고 ATM 사용이 제한 되는 등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가능성도 있다. JP모건체이스 은행, 캐나다 데자르뎅 은행 등 주요국 대형은행들은 일부 지점을 폐쇄하고 대면 영업을 최소화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ATM 서비스 제한을 권고했다.

현금에 대한 각 정책당국의 대응은 일부 엇갈리기도 했다. 영국 등 일부 중앙은행은 지폐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낮게 보고 현금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 반면, 인도 중앙은행 등은 현금 사용을 제한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의 경우엔 현금 사용을 제한하진 않되, 감염 예방을 위해 사용 화폐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주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감 등 일부 바이러스는 희석된 점액질(diluted in mucus) 상태에서 은행권에 수일간 생존 가능하며 신용카드, 주화 등과 같은 무공성(non-porous) 재질에선 더 쉽게 전이될 수 있다.

최근 국가별 비접촉결제 한도 조정. 사진=한국은행.
최근 국가별 비접촉결제 한도 조정. 사진=한국은행.

현금 사용은 줄어드는 것과 반대로 비대면 및 비접촉 결제는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선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온라인 유통업체(13개 기준)의 매출은 34.3% 늘어나 지난 1월(10.2%)보다 약 3배 증가했다.

미국은 코로나 발생 이후 소비자의 30%가 NFC 카드, 스마트폰과 같은 비접촉 지급수단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이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란 설문 응답은 70%에 달했다. 특히 최근 아마존은 온라인 주문 급증에 대응해 10만명을 추가 채용키로 함과 동시에 창고 근무 직원의 초과근무수당을 기존 시급의 2배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체 카드 사용액 중 비대면결제 비중이 50%를 상회해 코로나19 이전(35%)에 비해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등 많은 국가들은 최근 비접촉결제 한도도 늘려 비대면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일부 국가의 비접촉결제 한도 인상에 대응해 29개국에서 비접촉결제 한도를 인상할 예정이다.

모바일결제 앱을 활용한 서비스도 일부 확대된 모습이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가입자들의 결제내역을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바이러스 감염지역 방문 여부 등을 토대로 가입자들의 건강상태를 식별하고 관리해주는 시스템(Alipay Health Code)을 도입했다. 중국 청도시는 소비 증진을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바우처(1.41백만달러 규모)를 위쳇페이를 통해 제공할 방침도 내놨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이 디지털 화폐 및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CBDC) 발행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됨에 따라 한동안 주춤했던 디지털 화폐에 대한 필요성 확대도 거론됐다.

특히 BIS는 CBDC가 전 세계적 전염병이나 사이버공격 등 광범위한 충격에 대한 복원력, 보편적 대중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감안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개인들의 전자지갑에 자금을 신속히 공급하는 디지털 달러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미국선물거래위원회 의장은 CBDC가 잠재적으로 정교한 재정정책 운용과 통화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디지털 혁신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호주의 30여개 지역 단체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정책으로 디지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 앞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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