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즌2’ 공개 당시 해저케이블 단선된 SKB
많은 트래픽 유발하는 CP·망 사용료 원하는 ISP
“SKB 인터넷 해외망 원래 느렸다” 지적도
SKB, “모니터링하면서 최대한 빨리 불편 해소 노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집에 머무는 시간도 함께 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량도 증가한 가운데, ‘킹덤’ 두 번째 시즌 공개와 맞물려 넷플릭스 속도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기업은 해외망을 통해 데이터 통신이 이뤄지는데, 국내 통신사업자(ISP) 중 SK브로드밴드 등 유독 속도가 느린 기업의 인터넷 문제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뿐 아니라 해외망을 이용하는 전반적인 서비스에서 타 회사의 인터넷보다 현저히 느리다는 지적도 다수 제기됐다.

◆ 집에서 ‘킹덤’ 보는 사람 늘자 SKB 이용자들 화질↓

2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ISP 사업자별 속도지수 측정 결과 LG유플러스가 3.94Mbps로 가장 빨랐고, SK브로드밴드가 2.25Mbps로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ISP 속도지수는 전 세계 특정 ISP의 황금시간대 넷플릭스 속도를 측정한 값이다. 딜라이브(D Live)와 KT는 각각 3.59Mbps, 3.49Mbps로 LG유플러스의 속도에 근접했다. 넷플릭스 ISP 속도지수가 인터넷 품질을 측정해서 나온 지수는 아니지만, SK브로드밴드가 평균적으로 다른 통신사보다 느리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초당 1메가비트를 뜻하는 1Mbps는 초당 0.125메가바이트(MB)와 같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9년도 통신 서비스 품질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58.53Mbps로 집계됐다. 초당 20MB가량의 데이터를 다운로드받는 셈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UHD급 콘텐츠 스트리밍에 필요한 속도는 25Mbps 정도고, 스마트폰으로 FHD 영상을 스트리밍할 때는 5Mbps 정도 속도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러 상황이 겹치며 SK브로드밴드의 속도 문제가 두드러졌다.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가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한 이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면서 OTT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지난달 13일 넷플릭스가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2’를 공개한 것이다. ‘킹덤’은 시즌1 공개 당시 한국 전통 의상 ‘갓’이 글로벌 포털사이트 및 e커머스 사이트에서 화제가 돼 ‘갓 열풍’으로 이어질 만큼 화제성이 높았다.

이번에 공개된 ‘킹덤 시즌2’는 공개 후 3주가량의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뿐 아니라 홍콩·대만·싱가포르·태국·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국 국가별 TOP 10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영화 ‘기생충’을 잇는 K-콘텐츠 중 하나로 꼽힌다. 데드라인 등 외신에 따르면 할리우드 스타 사무엘 L.잭슨도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한국 좀비물 ‘킹덤’을 봤다”고 말한 바 있을 만큼 킹덤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IP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OTT 사용량이 늘어난 데다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콘텐츠가 공개되면서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늘면서 속도 저하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통신망과 트래픽은 보통 도로로 비유되곤 한다. 고속도로라고 하더라도 설날이나 추석 귀성길·귀경길이 막히는 것처럼 트래픽 사용량이 대폭 늘면 평소에는 빠르던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람이 몰린 출퇴근 지하철에서 데이터 통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면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하게 돼 ‘버퍼링’이 발생하거나 화질이 저하된 채로 재생된다.

국내 통신사의 해외망 접속 문제가 유독 SK브로드밴드 쪽으로 집중된 것은 넷플릭스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용량의 데이터가 필요한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넷플릭스는 2018년 LG유플러스와 독점 계약을 맺고 국내에 서버를 설치해 서비스하고 있다. KT는 해외망 용량이 넉넉해 SK브로드밴드만큼 속도가 저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사이트나 국내 데이터센터를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는 평소 속도 저하를 느끼기 어렵지만, 넷플릭스·트위치 등 해외망을 이용하게 되면 체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해외망에 접속할 경우 전반적으로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이 많았다. 애플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에는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있었다. 애플 커뮤니티에 올라온 앱스토어 다운로드 속도가 느리다는 글에 “해당 문제는 대한민국의 SK브로드밴드 와이파이(WIFI)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기에서 수 주째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고객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고객님도 해당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며 “다만 이 문제가 애플 앱스토어 서버상의 문제인지, 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문제인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유선 인터넷 제공업자의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이 부분이 애플과 연관 있는지는 더 확인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달린 답변은 애플 권장 답변으로 선정됐다.

넷플릭스 2020년 2월 ISP 속도 지수.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2020년 2월 ISP 속도 지수. 사진=넷플릭스

◆ 망 사용료 문제 재조명

해외망 접속 문제는 결국 망 사용료 문제로 이어진다. 통신 업계에서는 구글 같은 글로벌 콘텐츠공급자(CP)가 사실상 무료로 국내 망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거 통신사들은 구글 글로벌 캐시(GGC) 서버 도입 계약을 맺고, GGC를 통신사 데이터센터에 설치해 GGC 서버에 있는 콘텐츠는 국내 망, 없는 콘텐츠는 해외망을 이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유튜브 사용량이 늘면서 통신사가 보유한 해외망만으로는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어 도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망 사용료는 CP가 ISP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내는 돈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상호접속 고시 제정에 따라 데이터 트래픽 발생량이 많을수록 망 사용료도 같이 증가하게 됐다. 상호접속제도는 2016년 과기정통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존에 정산하지 않던 1계위 사업자(SKT·KT·LG유플러스)의 상호접속료를 정산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후 CP 측에서는 통신사들이 상호접속료 신설을 이유로 망 사용료도 인상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해왔다.

과거 통신사들은 2012년 6월 카카오가 카카오톡에 ‘보이스톡’을 추가했을 때도 트래픽 과부하 논란이 불거지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도로에 차선은 한정되어 있는데, 다니는 차량이 늘면 속도 저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망 사용료 부담 때문에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에 애로가 있는데,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트위치 등은 UHD 영상을 지원하고 있다. 좁은 도로에 대형화물차가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2016년 기준 네이버는 734억원, 카카오는 300억원가량의 망 사용료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통신사도 기업이라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글과 GGC 서버 도입 계약을 체결했던 것도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구글, 유튜브의 인기가 높아지고 사용량이 늘어서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도입할 당시에도 스마트폰과 함께 보편화한 카카오톡 쪽으로 소비자들의 여론이 쏠렸다. 당시 소비자들은 보이스톡을 제한하려는 통신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했다.

이번 넷플릭스 관련 논란도 비슷한 상황이 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트래픽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망 용량을 지난해 12월 대비 2.7배 증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는 해외망 증설은 넷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CP 품질 민원을 해소하고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안정 제공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해외망 용량도 5월까지 추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최근 해저케이블에 어로작업 하는 분들과 문제가 생겨 해저케이블이 일시적으로 단선됐는데 최대한 빨리 조치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일정 이상 트래픽이 발생하면 선제 조치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5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 갈등 재정안을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12일 SK브로드밴드로부터 넷플릭스와 망 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방통위 재정안은 강제력이 없지만,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망 사용료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재판부가 방통위 재정안을 참고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ISP와 CP 사이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는 망 사용료 분쟁 해결을 위해 상호접속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데이터 트래픽x접속요율’로 결정되는 망 상호접속료를 1:1.8 비율까지는 정산하지 않도록 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통신사 간 접속 비율이 1:1.5를 넘은 적이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구글, 넷플릭스처럼 트래픽 사용량이 많은 CP가 국내 ISP와 망 사용료 계약을 체결한 경우 트래픽을 초과 유발하는 만큼 접속료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인터넷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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