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장모 센터장 녹취록으로 수사 새 국면
핵심 인물 알려졌지만 ‘투자금 회수’ 논의 슬금 약화 
시간 지날수록 투자자 손실 커…판매사 선제 조치 기대 

라임 사태에 대한 수사 과정이 정치권으로 확대되면서 문제의 본질인 ‘투자자 피해보상’은 다소 흐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라임펀드를 가입한 피해 투자자가 판매 증권사인 대신증권으로부터 제공받은 담보금융펀드 제안서 자료 중 일부. 사진=취재원 제공 
지난해  라임펀드를 가입한 피해 투자자가 판매 증권사인 대신증권으로부터 제공받은 담보금융펀드 제안서 자료 중 일부. 사진=취재원 제공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고객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펀드 자금으로 부실기업 등에 투자한 정황들이 관련 인물의 증언을 통해 나오면서 수사 범위가 정치권에까지 미치고 있다. 증언 및 녹취록으로 핵심 인물과 그 관계도 등이 잘 알려졌지만, 정작 투자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보상 문제보다는 정치 갈등 이슈로 점화되고 있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논의는 약화됐다. 

◆ 라임 의혹에서 수사 진행까지 

지난해 7월 24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라임에 대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등의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그러던 중 환매 연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21일부터 10월 2일까지 라임에 대한 종합검사에 들어갔다. 검사가 마무리되기 하루 전인 10월 1일 라임은 펀드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이어서 지난해 10월 9일 또 한 번 라임의 환매중단 발표가 있었던 이후 같은 해 11월 15일엔 라임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부사장이 잠적했다. 

올해 들어 1월 13일 법무부는 라임 수사를 도맡은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했다. 전국 검찰청의 직접 수사를 폐지 및 축소하는 직제개편을 하면서다. 같은 날 라임은 적극 투자에 나섰다. 라임은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에 전환사채(CB) 매입형태로 195억원을 투자했으며, 같은 방식으로 1월 15일 에스모머터리얼즈엔 155억원을 투자했다. 

종합검사 결과 발표를 미뤄왔던 금감원은 지난달 14일 라임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문제가 된 라임의 모펀드인 플루토FI D-1펀드와 테티스2호 펀드는 실사 결과 회수율이 각각 68.0~50.0%, 79.0~58.0%였다. 같은 날 라임을 통해 발표된 실사 결과에선 자펀드 손실률 규모는 TRS를 사용 안 한 경우 –48.0~-0.4%, TRS를 사용한 경우 100%(전액손실)~-7.0%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남부지검은 라임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27일 주요 판매사인 대신증권과 KB증권,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6일엔 금감원이 한 지점에서 펀드를 집중 판매한 대신증권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장 전 대신증권 반포센터장이 피해 투자자에게 보여줬다는 현 금감원 팀장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명함.  사진=취재원 제공  
장 전 대신증권 반포센터장이 피해 투자자에게 보여줬다는 현 금감원 팀장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명함.  사진=취재원 제공  

◆ 장 전 대신증권 반포센터장 녹취록 속 인물들…수사 새 국면 계기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센터장(이하 장씨)은 라임 사태의 실마리를 푸는 단서를 제공한 인물이다. 지난 9일 장씨가 피해 투자자와 지난해 12월 19일 대화를 나눈 녹취록이 공개돼 “(라임사태를) 다 막아줬다”는 현 금감원 팀장인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의 존재가 알려지자 라임 사태 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라임펀드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투자받은 기업들의 실체와 투자자들의 펀드 자금을 ‘짜고 치는’ 사기로 활용한 혐의를 받는 핵심 인물들이 이전보다 명확하게 드러났다.

장씨는 녹취록에서 피해자에게 ‘라임 살릴 회장님’이 인수한 제이에스자산운용에 라임펀드 자산 2000억원을 투입하고 다시 그로부터 6000억원을 투자받아 라임을 살리려는 계획을 설명했다. 자료를 통해 처음 알려진 이 회장의 실체는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의 실 소유주인 김봉현 회장이다. 장씨는 이러한 펀딩 계획을 가능케 한 건 “그쪽을 만나는 네트웍”이라며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이쪽이 키다. 여기가 14조를 움직인다”고 말했다. 김모 행정관과 김 회장은 고향 친구 사이다. 

원종준 라임 대표가 금감원에서 강하게 권고를 한다는 이유로 해당 계획을 반대하자, 장씨는 인수단을 꾸려 라임을 헐값에 파는 ‘플랜B’를 제시했다. 장씨는 김회장을 다시 언급하며 인수를 위한 자문단 계획도 밝혔다. 장씨는 “청와대에서 자문단 (명단) 그것까지 다 받았어요”라며 “돈 많이 끌어올 수 있는 쪽으로 자문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단엔 감독원 출신, 검찰·경찰 출신, 그쪽 변호사가 포함될 거란 언급도 있었다. 

이를 통해 최근 추가적으로 법무법인 지평의 변호사와 고문이 언론에 거론됐다. 

이들의 도움을 통해 15억원으로 라임 인수금액을 낮추고 펀드 자금을 마련한단 게 장 씨가 말한 ‘또 다른 계획’이었다. 장씨는 “금감원에다가 우리 자문단이 이렇게 할 거라고 얘기를 할 건데, 그들(금감원) 입장에서도 지금의 라임은 방법이 없으니 죽이는 수밖에 없지만, 주인이 바뀌어서 살린다는 것이니 당연히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거론된 인물들 중 아직 제대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은 없다. 이 모든 인물의 중심에 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 회장은 도피 중인 상태며, 앞서 거론된 지평의 변호사와 고문은 장씨와 관련해 “일반적인 법률 자문이었다”, “김 전 회장 알지도 못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장 전 센터장과 피해투자자의 대화 녹취록 일부.  사진=취재원 제공 
지난해 12월 19일 장 전 센터장과 피해투자자의 대화 녹취록 일부.  사진=취재원 제공 

◆ 장씨 녹취록 다시 보면…펀드수익률 등 사기 의혹 단서 더 많아 

장씨의 녹취록에선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더라도 사건과 연계된 다른 인물과 회사 등이 거론돼 펀드를 둘러싼 관계도 및 자금 흐름도가 그려진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보면, 라임의 펀드 수익률이나 담보 등이 이미 조작됐을 가능성과 향후 임의로 설정될 수 있는 단서들이 더 많이 나온다. 

라임을 15억원에 인수하는 경우 로열티가 높은 고객에게 먼저 돈을 내주겠단 내용 중 장씨는 “지금 수익률이 가령 –10% 나왔으면 담보금융 같은 경우 이거를 커버할 딜이 있어야 되니까…그럼 연 몇%짜리 또 이런 딜을 만드는 거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로열티 낮은 사람들은 안 주고 높은 사람은 주겠다는 것을 ‘오케이’하냐는 피해자의 질문에 장씨는 “그건 운용사에서 결정하는데, 대신 판매사에서 소송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여기(스타모빌리티)에 내준 거를 여기서(제이에스자산운용) 펀딩할 것”이라며 “이제 수익률 싹 다 메이크업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씨는 라임 인수 여부의 상관없이 제이에스자산운용에 2000억원의 펀딩이 됐다며 수익증권 양수도를 통한 자금 조달 방안도 거론한다. 라임의 원 대표와 이 전 부사장에 대해 장 씨는 “제가 얘한테도 사실 많이 뭐라 못하는 게 얘가 정말 우리 고객을 위해서 펀딩 (수익) 구조를 많이 해줬다. 연 8.0% 이자가 말이 안 되는데 진짜 무리해서 준거다”라고 말했다. 장씨가 펀딩 구조를 알았고, 수익률도 사실상 나올 수 없는 조작임을 알고 있었단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피해자로부터 라임펀드의 판매 구조가 사실상 ‘폰지사기’임을 인정하는 언급도 있다. 장씨가 “이게 다 연결돼있다”고 말하자, 피해자는 “이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우리가 다 사기꾼이 된거다”라고 말했다. 

장씨는 김 회장이 인수한 제이에스운용에 가려는 이유 및 김 회장이 라임을 인수하려는 이유와 관련해 “전환사채(CB)”를 꼽기도 했다. 라임은 사채로 발행해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CB로 블러썸, 에스모 등의 업체들에 투자하고 재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기준가격과 현재 주가 사이에 차익이 발생했다. 장 씨는 “얘네(라임과 거래한 업체들)의 전환사채들이 대부분 이런 식”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라임 펀딩을 위해 김 회장이 인수한 곳은 재향군인회였으며, 금강휴게소도 이후 인수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자금이 풍부하단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자금을 채워 넣는 결과인 펀드 수익률은 무의미했다. 피해자가 (판매사인 증권사로부터 정보에) “금액이 안 써있고 수익률만 온다”고 하자, 장씨는 “수익률도 변화가 있으면 보내드리는데 지금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장씨는 “일단 담보는 안 터졌다.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한 거다”라며 “전환사채야 승부를 건 거니까 어쩔 수가 없는데 담보금은 안 그렇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라임 사태의 본질인 투자자 피해 문제에 다시 눈을 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의 “키”라는 청와대 비서관이 언급돼 수사 범위가 넓혀지면서 사태가 복잡해졌으나 이는 검찰 수사 등으로 차차 답이 나올 부분이다. 반면 불완전판매, 수익률 조작 의혹 등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건 투자자들인 만큼, 투자자 피해보상을 위한 일의 진척이 급선무인 것으로 보여진다.  

라임과 판매사들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인 입장이다. 하지만 라임은 금감원 조사로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여 판매사 측의 액션이 기다려지는 상황이다. 판매사 중 하나인 신영증권은 투자 손실금을 선제적으로 보상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피해 투자자들은 수사 등이 지연될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 가운데 일부는 법적인 방법을, 대다수는 보상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판매사들도 문제가 된 펀드를 판매한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 조치에 먼저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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