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 방계일가, 현대·두산 후계와 무관한 인물 ‘주가조작’ 이미지 손상

재벌 3·4세들의 주가조작 사건이 재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두산가 4세인 박중원씨, LG가 방계인 구본호씨에 이어 최근 현대가 3세인 정일선 BNG스틸 대표이사가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앞서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인 김영집씨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주가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또 롯데가 방계로 알려진 김상현 한도하이테크 전 대표에 대해서도 검찰이 한 두 차례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용두사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높았던 검찰 수사가 예상 외로 강도 높게 이루어지면서 해당 재벌가는 물론 재계 전체가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 3·4세들이 해당 재벌그룹 내에서는 존재가 미약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장차 그룹을 이어받을 후계자도 아닐 뿐더러 직계가 아닌 방계가 대부분이다. 그룹 관계자들은 이들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얘기들이 나올 때마다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해명하기에 바쁘지만, 어찌됐든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점 하나로 해당 그룹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재벌 3·4세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봉욱)는 지난달 23일 정일선 BNG스틸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이다.

정씨는 동생 2명과 함께 지난해 6월 코스닥 상장사인 IS하이텍의 300억원대 제3자 유상증자에 5억원씩을 투자했는데, 이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주가가 2000원대에서 3700원까지 급등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재벌가 자제가 개입한 주가조각, 이른바 ‘재벌테마주’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한편 IS하이텍의 사주인 조모씨는 자신이 실질적 사주로 있는 또 다른 코스닥 업체 뉴월코프에 두산가 4세인 박중원씨를 ‘바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박씨에게 주식 130만주를 넘긴다는 내용의 허위 계약서를 쓰고 이 사실을 공시함으로써 자신의 회사를 ‘재벌테마주’로 떠오르게 했다. 검찰은 박씨와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LG가 방계 3세인 구본호씨에 대해서도 2006년 9월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을 인수하는과정에서 차입금을 자기자금으로 속이고 외국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또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인 김영집씨에 대해서도 코스닥 상장사 엔디코프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사돈쪽 사람으로 알려진 김상현 전 한도하이테크 대표에 대해서도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몇 차례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7월 한도하이테크 대표로 취임하면서 사채 198억원과 지인에게서 빌린 20억원 등으로 회사 주식 150만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뒤 회사 자금 375억5000만원을 빼돌려 사채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사용한 혐의와 함께 같은 해 11월 한도하이테크의 런던증시 상장 예정 등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운 뒤 매도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얻은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 배제된 방계 대부분… 그룹선 선긋기 바빠

검찰이 이처럼 재벌3·4세들의 주가조작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당 그룹들은 때 아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이들 3·4세들이 해당 재벌그룹의 직계가 아닌 방계이거나, 경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물들인데도 어떤 식으로든 그룹과 연관이 지어져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그룹은 대외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 서둘러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정일선씨의 경우 현대 3세이긴 하지만, 현대그룹이나 현대차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씨가 현대가 장자이자 큰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각별하게 아끼는 조카로 알려져 현대차그룹은 덩달아 좌불안석.

두산 박중원씨는 형제의 난 이후 그룹을 떠난 박용오 전 회장의 차남으로 두산 경영진에서 배제돼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두산이 최근 잇따른 ‘구설수’에 올라있는 상태에서 박씨의 사건까지 터져 그룹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분위기다.

LG도 마찬가지. 구본호씨는 그동안 LG그룹과는 직접적 연관관계가 전혀 없었지만 구본무 회장의 6촌 동생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연일 ‘LG일가의 주가조작’이라는 식으로 보도가 됐다.

LG는 언론에서 구씨의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그동안 쌓아온 투명한 기업 이미지가 손상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롯데가로 알려진 김상현씨는 신격호 롯데 회장의 여동생 신정희 씨와 남편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조카로 알려졌다.

사실 상 롯데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역시나 김씨 관련 얘기가 나올 때마다 ‘롯데’라는 이름이 함께 거론돼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재벌3·4세들 주가조작 고질적 수법은

한편 재벌3·4세들의 주가조작 의혹이 재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들은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으며 코스닥 시장 특정 종목들의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린 뒤 ‘치고 빠지는 식’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재벌가 일원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수법을 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신규 주식 발행 가액은 시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그만큼 시세차익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 3, 4세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번지면 개미 투자자들의 매수주문이 이어져 해당 기업 주가가 폭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해당 기업들은 ‘자원개발’ 등의 사업확장 공시를 추가로 내 주가는 또 다시 치솟는다. 이 과정에서 재벌 3, 4세들은 끌어올린 주식을 되파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기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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