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살만하니깐‥자식들 내세워 경영?

[파이낸셜투데이=김남규 기자]웅진그룹이 올해 초 웅진코웨이와 웅진패스원을 매각한 데 이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매각울 연달아 성사시킴에 따라 이르면 연말까지 법정관리를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웅진그룹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채무를 모두 갚고 회생절차를 조기에 졸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룹 정상화 이후의 차기 경영권 구도에 대한 관련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매출 6조원대의 웅진그룹을 키워낸 '샐러리맨의 신화'를 써낸 장본인이다.

그러나 시세 확장을 위한 무리한 투자가 이내 그룹 전체의 위기를 초래했고, 이내 스스로 웅진그룹을 법정관리까지 끌고 간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는 장남과 차남인 윤형덕(36), 새봄(34)씨가 윤 회장의 지원 속에서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웅진그룹이 계열사 매각을 연이어 성사시켜 법정관리 조기 탈출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현재 재계는 관심은 모든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던 윤석금 회장의 공석을 채울 차기 경영구도로 쏠리고 있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의 무리한 인수와 태양광 사업 부진으로 그룹 전체의 부실을 초래하면서 지난해 10월 법정관리 들어갔고, 이후 자금 마련을 위해 올해 초부터 웅진코웨이‧웅진식품‧웅진케미칼 등의 알짜 계열사 매각에서 기대 이상의 가격을 받아내 채무 변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웅진의 경영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웅진 사태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 윤 회장인 만큼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기보다는 후계구도를 내세울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무상 감자로 인해 윤 회장의 주식지분이 대폭 줄었고, 그룹 계열사 안에서 기반을 닦아온 두 아들이 30대 중반으로 장성한 만큼 이들을 내세워 간접적인 재기에 나설 것이란 판단에서다.

스케줄 따라 계열사 매각 착착

법정관리 중인 웅진은 올해 초 코웨이 매각으로 8500억원을, 웅진패스원을 팔아 672억원을 마련했고 현시점에도 웅진식품(1150억원)과 웅진케미칼(4300억원)의 매각 본 계약을 체결했거나 진행 중이다.

현재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 자회사 웅진패스원의 매각 대금을 제외한 1조3950억원을 빚을 갚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웅진홀딩스의 총 채무는 2조원 규모로 출자전환을 통한 5000억원을 제외하면 1조5288억원이 남는다. 이후 웅진식품의 매각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법정관리 회생계획안에서 확정한 채무액 1조5288억원의 91%에 달하는 빚을 털어낼 수 있게 된다.

웅진그룹은 현재까지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으로 5000억원의 채무를 갚은 상황. 따라서 웅진코웨이 매각 잔여금과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매각 대금을 빚을 갚는 데 모두 사용하면 남는 채무가 1338억원에 불과해 채무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웅진케미칼 역시 지난 9월 말 본입찰에서 4300억원을 제시한 일본계 기업 ‘도레이 첨단소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둔 상태이고, 국내 금융권도 도레이첨단소재의 자금지원에 나서 본 계약만을 남겨둔 매각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웅진홀딩스는 최근 구조조정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나섰고 지난 9월30일에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인 한앤컴퍼니와 1150억원에 보유주식 매각 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웅진그룹의 남은 채무 역시 회생계획안에서 정해 놓은 스케줄에 따라 10년 분할로 상환하기 때문에 사실상 웅진그룹은 자금압박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입찰사 경쟁이 매각 대금 높여

이처럼 7개월 만에 웅진그룹이 자금압박에서 벗어나 법정관리를 조기에 탈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계열사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입찰 참여업체 간의 경쟁이 가열돼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법원이 인가한 웅진홀딩스 회생계획안에는 매각 대상이었던 웅진식품의 가치가 495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한앤컴퍼니로의 매각이 확정된 웅진식품의 가격은 1150억원으로 책정돼 두 배 껑충 뛰었다.
또한 웅진케미칼 지분 역시 초기에는 2066억원으로 평가됐지만 7개월이 흐른 현시점에서는 4300억원에 본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계열사 모두 2배가 넘는 가격에 팔린다면 웅진식품과 웅진케미칼을 통해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대할 수 없었던 655억원과 2324억원의 추가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매각 과정 경쟁서 계열사 가치 ‘껑충’‥법정관리 탈출?
윤 회장 두 아들 공동경영 전면 나설 듯‥재계 ‘시큰 둥’

만약 웅진그룹에 조금 더 운이 따라준다면 회생계획안에 따라 오는 2014~2015년 사이에 매각키로 계획했던 웅진에너지와 웅진플레이도시는 그룹 계열사로 남겨둘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까지 쏟아지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조기 졸업은 사실상 매각 대금의 정상 입금 여부라는 변수만을 남겨둔 상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서 정한 채무를 갚을 수 있다면 웅진에너지와 웅진플레이도시는 굳이 매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이후 태양광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다면 기술력을 갖춘 웅진에너지의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회장, 두 아들 등에 업고 재기?

그룹 정상화가 임박한 웅진그룹은 최근 포스트 윤석금 체제 만들기에 한창이다. 아직 웅진 측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윤 회장이 직접 일선에 복귀하기 어려운 만큼 윤 회장의 두 아들인 장난 형덕(웅진 씽크빅 기획실장)씨와 차남 새봄(웅진케미칼 차장)씨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윤 회장이 웅진그룹의 경영권 사수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채무자의 손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웅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조기에 마무리 지으면 무담보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손해가 줄어 부도덕한 기업인이라는 오명을 일부나마 벗을 수 있다는 것.

회생계획안에 따라 무담보 채권자들은 채권액의 70%를 ‘현금 채무’로 두고 나머지 30%를 ‘출자 전환’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후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채권단은 원금의 85% 정도를 건지게 된다. 경영 정상화 이후 곤두박질친 웅진홀딩스의 주가가 오른다면 나머지 25%에 대한 손해 복구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윤 회장 경영 스타일을 봤을 때 그룹 안에서 별도의 직책 없이 전체 계열사를 통솔해 왔기 때문에 두 아들을 내세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외부의 비난을 피하면서도 경영일선으로 복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현시점에서 윤 회장의 두 아들 형덕·새봄 형제가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정관리에 따른 대주주 감자로 윤 회장의 웅진홀딩스 지분은 73%에서 7%로 줄었다. 반면에 두 아들은 채권단으로부터 최대 25%까지 웅진홀딩스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두 아들이 사재출연 등으로 웅진홀딩스 지분 25%를 확보하면 최대주주가 돼 무리 없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케미칼 매각 대금이 들어온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웅진홀딩스 유상증자에 두 형제가 약 1000억 원의 사재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 경우 회생계획안에 따라 3차례에 걸쳐 진행된 무상감자 영향으로 두 형제의 지분은 윤 회장이 보유한 6.99%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 웅진홀딩스, 동생 씽크빅 맡을 듯

포스트 윤석금 체제 구축의 기류는 지난 7월에 진행된 사옥 이전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웅진그룹 지주사 웅진홀딩스는 4년간의 충무로 시대를 접고 본사를 다시 종로로 옮겼다. 극동건설 인수와 함께 계열사를 하나로 모은 지 약 4년 만이다.

사옥 이전의 배경은 주요 계열사 매각으로 인해 대형 사옥이 필요 없게 이유가 크지만, 들리는 후문에 따르면 극동빌딩으로 터를 옮긴 후, 속될 말로 ‘되는 일이 없었다’는 직원들의 푸념이 끊이질 않았던 점이 주효했다는 것. 또 과거 윤 회장 본인이 종로를 기반으로 웅진그룹을 급속히 키워냈기 때문에 이번에 재기 과정에서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앞으로 장자인 형덕 씨가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를 맡고, 새봄 씨가 그룹의 새로운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을 맡아 경영하는 형태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가 몇 개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형덕 실장이 지주사를 경영하고 윤새범 차장이 웅진홀딩스를 책임지는 구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매각과 지주사 증자가 마무리되면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윤석금 회장이 웅진그룹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 지지 않은 채 법정관리를 졸업하자마자 아들을 등에 업고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는 설이 떠돌고 있다”면서 “동양 사태를 비롯해 오너의 경영에 대한 책임과 법적인 문제를 져야 하는데 그런 반성조차 없이 경영 복귀에 꼼수를 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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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사업 확장에 꺾인 신화

지난해 10월5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과 태양광에 너무 무리하게 투자를 했다"며 채권단과 웅진그룹 임직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윤 회장은 “어려울 때 진작 포기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설과 태양광에 너무 무리하게 투자를 했다”고 웅진그룹이 위기로 내몰리게 된 사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하루 전날인 2012년 10월4일 윤 회장은 웅진그룹의 지주사 웅진홀딩스의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였다. 윤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9일 만으로 윤석금·신광수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서 신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의 전환된 것이다.

윤 회장은 그해 9월26일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윤 회장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은 차가웠다. 웅진의 법정관리를 앞둔 윤 회장이 대표이사 선임과 동시에 부인과 계열사 임직원의 주식을 매각하고, 계열사 차입금을 조기에 상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거세게 들끓었던 것이다. 여기에 채권단도 합세해 법원 심문 과정에서 윤 회장의 경영 배제를 요구하고 나서자 결국 사임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게 된다.

그렇게 산골 소년에서 도서 샐러리맨 판매왕을 거쳐 14개 계열사를 갖춘 매출 6조원 규모의 지주회사 오너에 오른 윤 회장은 모든 샐러리맨의 희망을 뒤로 한 채 씁쓸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차세대 먹기리, 숨겨진 재앙으로

웅진의 유동성 위기는 무리한 사업 확장에 원인을 두고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과 차기 먹거리 발굴에 나섰던 웅진은 건설과 태양광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다.

웅진그룹은 2008년 7월 차세대 주력사업 육성을 위해 태양광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웅진폴리실리콘을 설립한다. 웅진은 태양광 사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 시설을 들이기 위해 이듬해인 2009년 미래에셋 사모펀드(PEF)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는 등 외부 투자유치에 힘을 쏟는다.

당시만 해도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크게 주목받았기 때문에 웅진그룹은 신생 계열사의 태양광 사업이 2011년까지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르면 2013년 안에 상장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태양광 업체로 발돋움 한다는 장밋빛 로드맵을 세워둔 상태였다. 일례로 웅진그룹은 상주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해 5500억원을 쏟아부었고, 지난 2011년 4월 가진 준공식에는 내로라하는 유명인사가 얼굴을 내밀만큼 관련 업계의 기대감이 컸다.

상주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은 순도 나인-나인(99.9999999%)급 이상의 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갖춘 최첨단 시설로 연간 생산량 5000t 규모를 자랑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윤석금 회장은 “지속적인 추가 투자를 통해 2013년까지 총 생산량을 세계 6위권인 1만7000t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시장 구조에서 시작됐다. 2009년부터 1월 ㎏당 122달러 수준이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곤두박질을 계속하면서 10월경에는 61달러로 반토막 났다. 2011년 말에는 급기야 28달러까지 떨어지기에 이른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시기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려던 KCC와 LG화학 등의 경쟁업체는 급기야 폴리실리콘 증설이나 신규진출 포기를 선언한다.

다수의 국내 기업이 태양광의 사업성을 재검토 하는 과정 속에서도 웅진은 원가 경쟁력과 기술력만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 폴리실리콘 생산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만기어음 150억에 잡힌 발목

웅진의 발목을 잡은 또 다른 분야 건설 사업을 살펴봐도 상황은 유사하다. 웅진홀딩스는 2007년 8월 론스타로부터 당시 예상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6천600억원을 주고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또 2008년에는 화학소재 및 수처리사업 강화를 위해 새한(웅진케미칼)도 사들였다.

이후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에 출자 및 자금대여, 연대보증 등 계열사 지원을 계속해왔으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예정된 내리막으로 치닫고 있었다. 웅진의 발목을 잡은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결국 웅진그룹은 지난해 9월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만기 도래한 어음 15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함께 극동건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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