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입김 속 회생 절차‥사재 출연 ‘촉각’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현재까지 동양증권의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와 CP 등으로 5만 명이 2조원대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동양그룹 사태. 현 회장은 국감에 나와 이에 대해 ‘엎드려 사죄드린다’며 해명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동양레저 등 5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가 ‘기각’이 아닌 ‘개시’에 돌입하면서 법원이 오너 일가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꼼수’를 썼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동양그룹의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현 경영진들 대부분이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것.

과거 극동건설 문제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과 측근들이 법정관리인에 선임되자 일제히 반발한 것과 비슷하다. 이에 논란 속 동양그룹 사태에 대해 <파이낸셜투데이>가 짚어봤다.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등 5개 계열사 매각
지난해 10월 이미 손실 가능성 파악 주장

“저희를 믿고 투자해주신 투자자들에게 결국 큰 피해를 입히게 돼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엎드려 사죄드린다”

지난 17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사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현 사태는 개인투자자들이 90%라는 점에서 사과, 해명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는 가운데에서도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등 ‘큰 손’은 모두 빠져나가고, 아무것도 모르는 서민들만 희생당한 형국이 됐다는 것.

더군다나 현 회장이 주장해온 데로 동양레저 등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가 시작되면서 후순위채를 구입한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정관리 시작‥탄력 받을까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030790]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는 회생계획 인가와 채무변제 등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방식으로 이뤄진다.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은 다음 달 22일까지 채권을 신고 받고 내년 1월10일 첫 관계인집회를 열기로 했다. 5개 계열사는 모두 신속하게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해 조기에 법정관리를 졸업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동양시멘트가 영업력을 회복하면 정상화할 것으로 봤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도 관계사의 주식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기대했다.

동양그룹 5개 계열사는 회생계획에 자산매각 등을 추진하고 수익성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양매직, 동양파워 등 상당수 계열사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각 계열사가 보유한 주요 자산은 다른 계열사의 지분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현 회장→ ㈜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 현재현 회장→동양레저→동양증권[003470] 등의 형태로 돼있다. 이 중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 그룹 지배구조를 연결하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증권 주식의 14.8%, 동양파워 주식의 24.99%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과 동양시멘트 지분을 각각 19.01%, 19.09% 갖고 있다.

동양파워의 지분은 동양시멘트가 55%, 동양레저가 24.99%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동양시멘트 지분은 ㈜동양이 54.96%, 동양인터내셔널이 1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즉 두 회사는 동양증권, 동양파워, 동양시멘트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동양네트웍스도 단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면 조속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보유 부동산 등 자산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매각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법정관리가 현 대주주와 경영진 중심으로 진행되면 채권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구조조정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법정관리 진행 과정에서 소모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값을 쳐줄 원매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동양파워도 그룹 측은 가치가 8천억∼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실제로는 절반도 건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양증권도 매물로 나오더라도 투자자 이탈로 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 손실 현실화와 소송 등 위험이 두드러져 시장에서 외면 받을 공산이 크다.

사재 출연 가능성은?

현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사재 출연 계획을 밝혔다. 당초 계열사 매각 외 개인 재산을 내놓지 않으리라 분석됐지만 국감 현장에서 사재 출연 가능성에 대해 다시 언급했다.

현 회장은 “이미 사재는 다 내놓기로 했다. (동양 주식은) 모든 걸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무상증여를 한 건 아니며 주식을 다 내놓을 생각이지만 (투자자 피해 보상에)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의 이 같은 사재출연은 신재윤 금융위원장이 “숨겨놓은 모든 재산을 다 내놔야 한다”고 한 차례 꼬집은 데 대한 대답으로 보인다.

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자산은 부동산과 보유 조식액 등 5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동양사태가 불거지면서 재산 가치가 일부 하락한 것으로 보여진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 일가가 더 이상 사재출연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 회장 측은 그룹이 어려움에 빠진 2008년 이후 수차례 사재를 내놨기 때문에 더는 내놓을 게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 17일 국감에서도 “이미 전 재산을 회사에 넣고 경영했기 때문에 추가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사재 출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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