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농협금융 등 관심 보여…2조원 넘는 매매가는 부담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가장 매력있는 매물 중의 하나로 꼽힌 우리투자증권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이는 금융사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물론 증권사와 사모펀드까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우리투자증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인수를 통해 단번에 자산규모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수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단번에 덩치를 키우기에는 우리투자증권만한 매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증권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업종에 대한 매력도가 높지 않으며 이른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매가격이 최대 2조원까지 달할 것으로 알려져 실제 인수전에 참여할 업체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비 입찰을 한달 앞둔 현재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KB금융, 농협금융, 대신증권, 파인스트리트그룹 등 4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먼저 KB금융과 농협금융의 경우, '비은행 강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두 회사는 전체 사업 중 80% 정도가 은행업에 집중돼 있는 상황으로, 비은행 분야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면 증권 계열사의 몸집을 키우고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자산은 26조9836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1위다.

게다가 사업이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만 편중돼있지 않고,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트레이딩으로 적절히 분산이 이뤄져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순영업수익에서 WM, IB, 트레이딩의 합계 비중은 37%에 달하는 등 다른 증권사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신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인수전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압도적인 1위 증권사로 올라서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받았던 WM, IB 부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등 현금성 자산이 넉넉해 자금 동원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윤영각 전 삼정KPMG 회장이 설립한 사모펀드(PEF) 파인스트리트그룹도 최근에 인수전 참여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향후 인수 경쟁 구도가 지금보다 복잡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우리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일부 증권사와 사모펀드 측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게 나돌았을 뿐, 실제 인수전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한 곳은 없다.

이는 우리투자증권의 주가가 2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가격 면에서 매력이 있지만, 2조원에 육박하는 매매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매매가는 1조2천억원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자가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저축은행을 함께 인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실리가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업체들이 잘 인지하고 있다”며 “게다가 증권업 전망이 지금처럼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뜻 인수에 나서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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