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담보로 내 배 불렸다?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한국웨일즈제약(대표 서준석)이 반품 처리된 의약품을 재포장해 판매한 혐의로 당국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을 다루는 제약사가 이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러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제약사들의 모임인 한국제약협회에서 웨일즈제약은 의사회 만장일치로 제명조치됐으며, 이 회사 서준석 대표는 결국 경찰에 의해 구속조치 됐다. 가히 회사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품된 상품 유효기간 늘려 재포장 판매하다 ‘덜미’
한국제약협회, 영구제명 결정…“신뢰 훼손 치명적”

최근 한국웨일즈제약(이하 웨일즈제약)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한 국민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웨일즈제약이 반품 처리된 의약품을 재포장해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건강 증진’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제약사’에서 오히려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일부 보도에서는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신체적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국민들은 해당 제약사에 대한 실망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0일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회사의 서준석 대표를 구속하고, 서 대표의 친형이면서 제조관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던 회장 서 모씨와 품질관리자, 영업이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업체가 위조 후 재판매를 위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200여 품목, 250만 정의 의약품을 압수 조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 대표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임박해 반품 처리된 의약품을 폐기조치하지 않고 새로 포장해 약 100종, 4억여원 상당의 의약품을 재판매하는 등 지난 2003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의약품 총 60억원 상당을 위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경찰 발표에 따르면 서 대표는 공장 기계실 한 편의 비밀 창고에서 직원들로 하여금 반품된 약품의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을 변조해 새로운 포장 용기에 담는 이른바 ‘포장 갈이’를 지시했다는 혐의다.

7년 지난 의약품도 재판매

서 대표가 사용한 방법은 다양했다. 거래처에서 주문을 접수 받게 되면 문제의 ‘작업장’에서 반품된 의약품 중 필요한 약품을 찾아 새 용기에 담고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을 새로 고친 라벨을 부탁했다.

나아가 이들 의약품을 새 종이 박스에 포장하도록 지시했던 것은 물론, 해당 의약품이 캡슐 형태인 경우 포장을 해체해 새로운 플라스틱 용기에 대량을 한 번에 담는 방법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경찰은 이 같은 과정에서 직원들은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았으며 살균 처리되지 않은 장비를 이용해 맨손으로 재포장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웨일즈제약에는 총 200명 가까운 인원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대다수 직원들은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의 유효기간은 일반적으로 3년 남짓이지만, 경찰이 압수한 의약품 중에는 유효기간이 7년이나 지난 2005년 12월 제품도 발견됐다.

이날 경찰은 “이 회사의 근육이완제 복용 후 부작용 증세를 보여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진통제에서 구더기가 발견됐다고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새로 태어난’ 이 회사의 의약품은 약국 3543개, 병·의원 134개, 도·소매업소 183개 등 전국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베트남 등 5개국에 해외수출도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웨일즈제약은 지난해 매출 417억원, 당기순이익 48억원을 기록한 중견 제약회사로,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까지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달 21일 이 업체가 생산해 온 930여개 전체 품목의 판매 금지와 회수 조치를 지시했으며 추가 행정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제약협회, 웨일즈제약 ‘제명’

이처럼 웨일즈제약의 반품 의약품 재판매 문제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한국제약협회 역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웨일즈제약을 곧바로 회원에서 제명처리 시킨 것이다.

지난 22일 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반품처리된 의약품을 재포장해 판매한 혐의로 적발돼 대표가 구속되고 식약처로부터 전 품목 판매금지 및 회수 조치 받은 웨일즈제약에 대해 이사회 만장일치로 제명처리를 결정했다.

헙회 측은 “제약산업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고 있으며 국민들에게 품질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기본적인 사명”이라며 “이번 웨일즈제약 사태는 전체 제약산업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판단, 회원 제명의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협회는 “의약품의 경우 단순 과실, 착오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고의로 반품처리 의약품과 유효기간 경과 의약품을 변조해 판매했다는 점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약협회는 “제약업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정진할 것이며 이에 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단호한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협회 회원사가 회비 미납이 아닌 ‘제조관리’에 대한 책임으로 제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관에 따르면 협회의 명예를 훼손한 회원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제명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업계 전체가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한 시민단체관계자는 “웨일즈제약도 문제지만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이 같은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있었던 관련 감독 기관들에도 그 책임이 있다”면서 “제약업의 근본적인 목적인 국민 건강을 담보삼아 오히려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이번 사건은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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