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시장경제 질서 무너뜨리는 중대한 기업범죄”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13일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2천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구자원 LIG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LIG그룹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을러 재판부는 구속기소된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분식회계와 CP 발행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구본상 부회장에게 징역 12년, 구자원 회장과 구본엽 전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8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구 회장이 78세의 고령이며,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면서도 "LIG건설의 중요사항을 직접 보고받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그룹 총수로서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구본상 부회장에 대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을 지위에 있는 점, 사기성 CP 발행으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평가되는 점 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구본엽 전 부사장의 경우에는 CP를 발행한 LIG건설의 임원이면서도 회의에 꾸준히 참석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고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등 사실상 회사 경영과 거리가 멀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주와 채권자, 거래 당사자 등에게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주고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매우 중대한 기업범죄"라며 "투명한 기업경영의 책임을 도외시한 이상 편취한 금액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룹과 이해관계가 없는 투자자들이 경제·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처벌을 강력히 원하는 점도 참작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계속 바꾸고 조작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범행 이후의 정상도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좋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1천300억원 상당의 재무제표를 조작한 혐의 가운데 601억원은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피해자 595명이 낸 배상명령 신청은 배상책임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일부는 구씨 일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아 피해가 회복됐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했다.

한편 LIG총수 3부자는 과거 LIG건설 인수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다른 계열사 주식을 회수하기 위해 LIG건설이 부도 직전인 사실을 알고도 2천151억여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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