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보험사들에 대한 집중 점검에 돌입했다. 특히 일부 보험사 임직원들의 고액 연봉을 두고 수년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각 회사별 성과체계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 및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에서 자유로웠던 보험사도 은행, 증권사 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보험 순익 급감에 따른 후속 조치로 최근 보험사 성과 체계를 재조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가 성과보상체계 모범 규준을 준수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는 경기 불황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려 보험사 순익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시점에서 임원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까지 은행권과 맞먹는 높은 연봉을 지급 받고 있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012회계연도 주요 보험사 남자 직원 평균 연봉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각각 1억715만원, 1억300만원으로 억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LIG손해보험(9천836만원), 한화생명(9천700만원), 삼성생명(9천500만원), 메리츠화재(7천900만원), 동부화재(7천274만원)도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처럼 보험사가 금융권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 받고 있지만, 억대 연봉을 받을 만큼 경영 여건이 양호한 것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국내 대표 손해보험사들운 자동차 보험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순익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2013회계연도 1분기(4~6월)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4천38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6.1% 감소했으며, 자동차 보험은 같은 기간 263억원 흑자에서 1천769억원 적자 전환했다.

생보사의 경우 신규 고객 초회 보험료가 2013회계연도 1분기에 3조3천27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7.1%(1조2천344억원)나 급감했다. 신규 고객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각 보험사 오너들의 고액 연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겸 이사회 의장, 구자준 전 LIG손보 회장, 조정호 전 메리츠화재 회장 등은 수십억에 달했던 연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등 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정몽윤 회장 등 현대해상 등기임원 3명은 2012회계연도에 평균 11억7천만원, 조정호 메리츠화재 전 회장 등 메리츠화재 등기이사 2명은 평균 32억원을 각각 받았다. 그런데 이는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평균치이므로 오너가 실제 받은 연봉은 20억~30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등 등기임원 3명은 평균 13억원, 신은철 한화생명 부회장 등 등기임원 2명은 평균 7억9천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2002년 이후 LIG손보를 이끌었던 구자준 회장은 최근 상임고문으로 옮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직을 사퇴했다.

한편,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압박까지 계속되면서 당분간 보험사들의 ‘몸 사리기’는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