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2) 감독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특히 미야자키 감독이 처음 은퇴를 선언한 것은 지난 1997년 '원령공주' 발표 이후다.
당시 은퇴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출하며 되돌아왔으며, 이후 “연출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연출을 맡아 은퇴를 번복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미야자키 감독이 또다시 은퇴를 선언했지만, 수차례 되돌아온 전례가 있어 이번 선언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특히 미야자키 감독의 뒤를 이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이어갈만한 검증된 인재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내놓은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했다고 제작사인 스튜디오지브리의 호시노 고우지 사장이 제70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1일 밝혔다.

교도통신은 베네치아발 기사로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미자야키 감독이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람이 분다는 베네치아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됐으나 미야자키 감독은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은퇴 소식에 일본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작사 측에서 미야자키 감독의 은퇴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의문이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정치·사회적 발언을 이어온 미야자키 감독이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실망했거나 자신의 정치적 발언이 낳은 파장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헌법이나 원자력발전 등 사회 문제에 관해 발언을 이어 온 바 있다.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은데 정부가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치않은 일"이라고 자민당의 개헌 논의를 정면 비판했다.

마지막 작품이 되 가능성이 높은 ‘바람이 분다’는 일본에서 올해 7월 20일 개봉해 지난달 26일까지의 누적 관객 수는 649만 6천388명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5일부터 상영이 시작된다.

한편 미야자키 감독은 1979년 '루팡 3세 카리오스트로의 성'으로 극장영화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이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과 미국 아카데미상 장편애니메이션상 등을 수상했다.

1978년에 처음으로 연출한 '미래소년 코난' 외에도 '이웃집 토토로'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등 다수 작품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독보적인 거장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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