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 기습에 방향 잃었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KDB대우증권(사장 김기범) 임직원 100여명이 차명계좌로 불법 주식투자를 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채권부문 손실이 불어나 지난 1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이른바 ‘연타’를 맞은 셈이다.

아울러 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결정이 번복되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기범 사장의 ‘위기 탈출’ 리더십이 빛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직원 100여명, 차명계좌 만들어 주식 거래 ‘덜미’
1분기 영업이익 ‘38억원’‥전년동기比 86.8% 급감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KDB대우증권 임직원 100여명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불법 주식 투자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무더기 징계를 예고해 파장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 측 조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이며 제재 수위를 검토 중이다. 또한 제재 수위는 이르면 다음 달 내 확정 발표될 예정이며, 150건 내외의 차명 계좌가 발견돼 제재 대상은 100명이 넘을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들은 KDB대우증권에 대해서도 기관경고나 기관주의 처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명투자, 왜?

현행 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정보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 임직원들에 대해 철저한 제한 조치를 두고 있다. 본인 명의의 계좌는 1개만 보유할 수 있으며, 본인 명의의 복수 계좌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과태료는 물론 견책·감봉·정직 등의 제재가 따른다. 증권업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개 증권사 직원이 자기매매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25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회사는 영업정지 등의 징계까지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규정위반으로 적발된 임직원이 속해있는 증권사 역시 ‘과태료 쌍벌제’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예를 들면 한 증권사에서 과태료 2500만원이 부과된 직원이 10명 있는 경우, 증권사 역시 과태료 2억5000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기관주의, 기관경고 등 기관 조치를 받게 되면 사업 인허가시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KDB대우증권 임직원들은 지난 2010년부터 약 1년간 가족, 친구 등의 명의로 차명 계좌를 만들거나, 다른 증권사에 본인 명의의 계좌를 통해 불법으로 주식투자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레이딩 룸에 근무하는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차명 투자를 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금감원 측은 KDB대우증권 조사에 대해 지난 2011년 9월 감사원의 금융공기업 자회사 감사에서 적발된 내용에 따라 작년 말부터 진행됐다고 밝혔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현재 조사중에 있는 사안이므로 적발 인원 등 정확한 내용에 대해 알 수 없다"면서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쯤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압박’, 원인?

이를 두고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KDB대우증권을 비롯해서 이번에 적발된 증권사 직원들이 차명 계좌를 만들었던 것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법 투자를 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해당 계좌를 통해 주식 매매 건수를 늘려 회사의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 차원의 실적 압박을 못 이겨 결국 규정 위반이라는 악수를 뒀다는 논리다. 이들은 임직원들의 개인적 위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 더 큰 책임은 증권사 쪽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불법 투자를 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차명 계좌 개설 배경에 대해 일일이 따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분명한 사실은 규정 위반이 실제 일어났다는 것이며, 이에 상응하는 처분이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증권업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지만,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무너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떨어지는 실적

차명 계좌 논란이 불거지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대우증권의 실적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다. 

대우증권은 거래대금이 크게 축소되면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역시 급감에 따른 실적 악화라는 수순을 밟게 됐다.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 대우증권은 지난 2009년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한 이래 2010년, 2011년에는 2위로 내려왔다가 지난해에는 업계 4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지난 2012년(회계연도)에 당기순이익 9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42.2%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9년에 기록했던 3191억원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우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억6000만원으로 발표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비 무려 86.8% 급감한 수준으로, 향후 특별한 호재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주가 역시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져있는 상태다. 이 사이 주가도 많이 빠졌다. 주가는 지난 2010년 2만6300원을 기록한 이래 2011년부터 크게 떨어져 2011년 말 1만400원, 2012년 말 1만2000원까지 내려갔다.

지난 22일 종가기준 9240원을 기록하는 등 올 들어서도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고점을 찍었던 2010년 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장의 규모 자체가 크게 줄어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줄어든데다 5월 초 금리 상승으로 채권손 영향을 받아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제2의 도약

이처럼 KDB대우증권의 실적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KDB대우증권은 2010년 이후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했지만 업황 부진과 맞물려 아직까지 수익 개선이 나지 않고 있다”며 “기관자금 비중이 높아 전통적인 자산관리형 증권사 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브로커리지 수익은 2415억원으로 전년대비 37.2% 감소했고 IB부문 수익은 365억원으로 전년대비 16.3% 줄어든 반면, 자산관리부문은 1019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대우증권의 채권 비중이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채권 금리에 취약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한편, 국내 증권업계 최강 중 하나로 꼽히는 대우증권 김기범호가 최근 불거진 차명계좌 논란과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성장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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