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변경 '중도 15~20명'이 변수…이들을 장악하라!

친이계, 성향에 따른 표분석 완료…유보 의원들 설득 중
친박계, 김무성 의원 '충격'에도 불구하고 단일대오 과시

[파이낸셜투데이=서태석 기자] 마침내 소집된다. 세종시 당론 결정을 위한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오는 22일 소집된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강원 춘천시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강원도당 국정보고대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22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격조높은 토론을 통해 좋은 결론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세종시 문제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천명했다. 또한 그는 "계파간 의견차이가 있을 뿐 (당이) 분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열흘이든 이십일이든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해결날 때까지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번 의원총회를 주재하는 입장.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한마디로 세종시 당론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이젠 두 가지가 관심사다. 첫 번째는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파(중립지대 의원들)'의 선택이고, 두 번째는 친박계의 대응수위다.

◆ 친이계 '세종시 당론수정' 드라이브 = 친이계의 세종시 당론수정 갈등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세종시를 둘러싼 여당 내 계파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 원안 수정을 위한 친이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 의원 46명은 지난 16일 수유리에서 워크숍을 갖고 세종시 원안당론 수정에 박차를 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18일께 의총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진수희 의원은 지난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 당시 채택된 지금의 원안당론은 당론 결정 과정에서 이미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진 의원은 "2005년 당론 채택 당시 37명 반대, 46명 찬성이었으나 당내120석 중 반대하는 분들이 농성중이라 참여하지 못했다"며 "정상적인 당론채택의 결과였다면 왜 일주일후에 있었던 3월 국회 본회의과정에서 120명중에 8명만 찬성표를 던졌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의원 역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친박 활동을 하고 있는 의원들 중에서도 일부는 공개적으로는 지금 분위기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실제적으로 비밀투표를 하면 나는 분명히 태도를 밝히겠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당론변경 표대결에서의 승리를 점쳤다.

심 의원은 또 일각의 '무리한 의총 개최' 지적에 대해 "법과 절차에 나와 있는 당연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두언 의원도 "정부의 개정안 제출 시점은 의총 개최에서 중요한 요건이 아니"라며 "법과 절차에 나와 있는 당연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금까지의 논의가 장외에서 벌어졌다면 이제 장내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장외에서 논의하다 보니 너무 갈등이 격화되고 국민이 불안해하므로 장내에 들어와 논의해서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이계가 세종시 당론수정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까닭에 22일로 예정된 '세종시 의총'은 친이-친박 갈등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의총 앞두고 친이-친박 '충돌' 시작 = 세종시 수정안 당론 관철을 위한 한나라당 친이계의 의원총회 개최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면서 친박계의 대응 수위도 관심이다.

이미 친박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당론 변경에 대한 우려 및 지나친 '밀어붙이기'를 우려하며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나섰다.

이경재 의원은 1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의총을 여는 것은 의원들의 요구가 있으면 열 수 있는 것이고 당론에 대해 토론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한다"면서도 "의총을 소집하고 서두르는 절차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청와대에 갔다온 뒤 빨리 서두르는 것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한나라당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당론을 어겼던 민주당 추미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징계 당시 '(당론은) 헌법기관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것은 당론을 쇠사슬로 묶는 것'이라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을 언급,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한다"고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이해봉 의원은 "(수정안이) 통과됐을 경우 우리 정치현실상 일파만파 큰 파장이 일어나고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며 "진정 대통령을 이해하고 대통령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고민해서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세종시 의총' 참여 여부를 두고선, 참여와 불참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선진사회연구포럼'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세종시 당론수정 의원총회 참석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으나 찬반의견은 막상막하로 나타났다. 의총 참여를 주장하는 측은 직접 참여해 원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불참을 주장하는 측은 참석 후 당론이 정해지면 당론을 어기는 '배신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개혁성향 초선 의원들, 의총 개최+조기결정론' 동의 = 반면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과 중도개혁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과 실용' 의원들의 상당수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 의원총회를 통한 토론과 분열을 막기위한 '조기결정론'에 상당수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본21'과 '통합과 실용'이 공동으로 연 세종시 토론회에서 의원들은 ▲2012년 대선까지 결정 유보 ▲중립지대 의원들의 세확산을 통한 정리 ▲당론변경을 통한 국회법 절차 이행 등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나 극심한 분열을 그만두기 위한 빠른 결정과 의총 개최에 대해서는 대다수 의견의 일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의총 개최에 있어 친박계는 '당론 수정 철회'를 위한 의총을, 친이계를 주류로 한 의원들은 '치열한 논쟁'을 위한 의총을 주장해 의총의 개최 성격에 대해서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날 의원들은 당내 계파 갈등은 물론 전국적으로 국론 분열도 극심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당내 세종시 계파 갈등의 조속한 종결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권영진 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지금 수도권과 지방, 지방간의 갈등 문제로도 연계되고 있고 여야간 첨예한 갈등은 물론, 여당 내부의 복잡한 갈등 양상으로 진행돼 국민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이 논란은 사실 여권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 지방선거 이후까지 끌고가는 것은 안는 부담이 너무 크고 해서도 안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도 "이제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사람, 한사람들이 이제 연찬회와 의총을 통해 분명히 당론을 가져야할 때가 됐다"고 결정의 시기가 됐음을 강조했다.

김정권 의원 역시 "원안이든 수정이든 이 시점에서 빨리 정리되야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라며 "의총을 하든 본회의장에서 끝장토론을 하든 해야한다"고 말했다.

◆ 친이-친박 중간지대 20여명, 중도파의 선택은? = 이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파'의 최후 선택에 여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마무리 질 키는 친이나 친박계에 소속되지 않은 중립지대 의원들, 이른바 '그레이존(gray zone)'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친이계는 당론 변경을 위한 최소 찬성 숫자인 '113명(전체 의원 3분의2)' 확보를 위해 초비상에 빠졌다. 한마디로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는 셈이다.

친이계가 100여명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친박계가 60여명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20여명의 중도파 의원이 당론 변경의 키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19일 여권 소식통 등에 따르면 당내 중도파 의원 가운데 약 10여 명이 입장 표명을 여전히 유보 중이다. 이 가운데 몇몇 의원들은 확정된 당론에 따르겠다는 수동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계파 갈등이 심각해질 경우 아예 기권하겠다는 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원조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1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소신 투표를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의원들의 소신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소신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친이측과 친박측은 각각 유보층을 최대한 아군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양 계파간 '표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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