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대이] 한국산업브랜드파워 가구부문에서 11년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국내 가구전통을 이어온 (주)보루네오 가구가 또 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사건이 발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 전문가로 불리는 정모(45)씨가 서울지검에 기소되면서부터 그간에 사기전모가 드러난 것. 정씨는 3년전, 보루네오 가구 입찰과정에 참여한 사람으로 한때는 보루네오 인수자였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입찰비리 주가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것임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수면위로 떠올랐다.정씨는 가구업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 2007년 6월 보루네오의 채권단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기업구조조정 전문자회사 캠코에스지인베스터스가 보루네오의 매각방침을 세워 경쟁제한 입찰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본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보루네오를 인수하고자 계획했다.

그는 전 캠코 직원에게 돈을 건네어 입찰관련 정보를 청탁했고, 서울 모처에서 한달여 동안 주가 조작을 벌여 주식가치를 2배 수준으로 상승 시키는 등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회사 인수를 완료, 무자본 M&A를 성사시켰다. 보루네오는 3년전, 과거 경영진끼리 맞고소하는 등 오점으로 남은 역사와 지금에서야 밝혀진 불편한(?) 진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루네오 주가조작, “정대표는 무관…성만 같을 뿐 오해말라”
“주가조작은 보르네오와 무관”, 희생당한 투자자들도 무관?

일명 기업사냥꾼이라 불리는 땡전 한푼없는 정모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것은 지난 1월경. 그는 아이유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으로 있으면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불리던 사람이다. 그가 주가조작을 벌였던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7년 6월.

기업사냥꾼 정모씨, 보루네오 꿀꺽한 전모

그때 당시 정모씨는 보루네오 가구 매각 입찰소식이 들리자 매각주최인 캠코로부터 입찰정보를 빼낼 궁리를 시작, 전직 캠코 직원에게 1억 9000여만원을 건네어 입찰 참가 예상 업체 명단과 업체별 입찰 동향 등을 캐냈다. 주가조작도 필요했던 그는 전직 증권사 직원 2명도 함께 매수했다.

그들과 함께 서울 서초동에 임시 거처를 만들어 고가 매수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루네오 주식을 2배 가까이 띄우는데 주력했다. 작전은 크게 성공. 애초 1만600원이었던 보루네오 가구 주가는 2만 1450원으로 성큼 뛰었다. 정모씨가 보유하고 있던 400만주는 주가조작 덕분에 850억대로 치솟았다.

정모씨는 이렇게 오를 만큼 오른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고, 이 자금으로 보루네오를 손에 얻을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됐다.

완벽했던 주가조작 시나리오, 어디서부터 구멍 샜나?

정모씨의 이런 치밀한 각본대로 보루네오는 단숨의 그의 차지가 됐다. 그렇게 완벽하리만큼 탄탄한 시나리오의 완벽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어긋났던 것일까. 이 사건의 발단은 보루네오가 부도를 맞은 1991년, 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가구업계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보루네오 가구는 1991년 한차례 크나큰 부도를 맞았다. 그리고 이듬해 3월, 법정관리와 채권단 경영에 들어갔다.캠코가 부실채권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거쳐 2007년 6월 주식 매각을 추진했다. 이것이 바로 기업사냥꾼인 정모씨가 등장한 최초 배경이 된다.

그는 매각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속해있는 아이유홀딩스가 보루네오 가구를 손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주가조작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

2007년 8월, 보루네오는 한모(60)씨 대표이사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었고,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 이사 중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고자 했다.

주가조작으로 보루네오 주식을 보유했으리라고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보루네오 주주총회 및 이사회는 정모씨가 회장으로 있는 아이유홀딩스가 추천한 전문경영인 맹모(43)씨와 보루네오의 최대주주인 거성산업건설 정모(51)씨를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끝내 경영권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보루네오 회사는 각자대표 체재로 운영하고자 했으나 그것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결국 2008년 1월경 이때부터 정모씨의 완벽 시나리오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모씨가 추천한 맹 각자대표가 정 각자대표와 그 외 임직원 2명을 배임 및 업무방해 회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하기 시작하면서 삐꺽거리기 시작했다.

맹 각자대표는 공동의 명의로 발행돼야 할 어음을 두고 정 각자대표 독단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맹 대표는 “사촌지간인 정 각자대표 그 외 다른 대표가 회사 어음발행 결제를 봉쇄하고 있으며 횡령이 의심되는 거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고소했다. 고소당한 정 각자대표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 각자대표 측 소액주주인 한사람이 맹 각자대표 외 1인에 대해 등기이사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사유로 임시주주총회소집 요구와 ‘대표이사 및 이사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해 맞고소하기 이르렀다. 맞고소 하나로 보루네오 회사내의 분쟁은 파국에 치닫는 듯 보였다.

언론도 앞다투어 보루네오 대표이사끼리 맞고소 하는 등 불신의 관계가 파국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런 보루네오 내홍 점입가경 사태를 상세히 다뤘다. 하지만 예상외로 이 분쟁은 금새 일단락됐다.

맹 각자대표를 비롯한 아이유홀딩스 측이 제기한 어음 발생문제를 정 각자대표가 삼일회계법인 내부실사를 자청해 어음발행 투명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괜한 고소로 분란을 일으킨 맹 대표와 아이유홀딩스 측은 한순간에 불리해졌다.

정 대표는 2008년 3월, 맹 각자대표를 해임시키고자 임시주주총회를 열었고, 바로 맹 각자대표를 이사 해임 시켰다. 이렇게 되자 경영권 분쟁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보루네오는 정복균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사건은 깔끔히 종결된 듯 보였다. 정모씨의 완벽 작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어도 조용히 묻어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의 완벽 작전은 2010년 올해, 모든 전말이 드러나고 말았다.

2008년에 각자대표이사끼리 맞고소했던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 사항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정모씨의 주가조작 사실을 밝혀냈다.       
    
정모씨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전현준 부장검사는 5일 <시사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금융감독원에서 보루네오 가구 인수과정에서 의심가는 부분이 많다”면서 “우리측에게 조사를 의뢰했고, 여러 가지 사항을 검토해본 결과 주가조작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 부장검사는 이어 “지금 정모씨는 구속되어 있는 상태이며, 수사 당시 우리가 판단했을때, 주가조작이 확실하다고 판단하에 구속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재판중에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와 봐야 알지만 전 부장검사는 주가조작을 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보루네오 “이 사건을 왜 또 다시 들추나” 불편한 입장취해

3년전 주가조작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는 볼 수 없는 보루네오 가구. <시사서울>은 지난 5일 주가조작으로 구속된 정모씨와 회사 내부의 여러가지 상황을 듣기위해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매우 조심스러우면서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기업사냥꾼 정모씨와 현 대표가 성(姓)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오해를 받아 해명한바 있으며 지금도 재판 중에 놓여있는 이 사건이 또 다시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를 비롯해 회사 이미지와도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기에 민감한 일”이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3년 전에 주가 조작한 사실을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된 배경에 대해서 “처음 아이유홀딩스 내부자가 고발한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이유홀딩스 내부 자체적으로 분란이 일어나 내부자중 한명이 이 사실을 고발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최근 보루네오 현 대표로 있는 정모(51)씨는 2007년 당시 아이유홀딩스가 어디에서 자금을 끌여왔는지에 대해 검찰에 조사를 받은적이 있다.

이를 두고 관계자는 보루네오 주식 투자자들과 언론을 의식한 듯 “회사는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동요도 하지 않고 있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서 그는 “직원들이 매달 일정 월급에 10%를 투자해 보루네오 가구 주식을 사고 있는데,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직원들이 우리 주식을 살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조만간 이 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3년 전에 이미 아이유홀딩스와 보루네오는 완전히 분리됐기 때문에 지금 터진 주가조작 사건은 보루네오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재차 부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모든 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며, 회사의 공식적인 생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당시 보루네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많은 투자자들을 모두 희생양으로 만들었던 사실에 대해서도 아예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5일 <시사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그 사람을 상대로 고소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보루네오 가구와 아이유홀딩스는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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