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김용문 부회장 잇단 구설수에 골머리

재계 일각 “정 회장 럭비공 인사가 사단 낸 것”
현대차 “문제 있어도 필요하면 쓰는 것이 방침”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측근들로 인해 또 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06년 내부 임직원 제보로 불거진 비자금 사건의 악몽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부회장 등 최고위급 임원들이 물의를 일으켜 그룹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박정인 전 HMC투자증권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전·현 임직원들을 상대로 내부자거래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박 전 회장 등 일부 임원들이 현대차가 HMC투자증권(구 신흥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활용해 신흥증권 주식을 사전에 매수했다는 정보를 입수, 진위를 조사 중이다. 금감원은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도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지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 안팎에서는 지난달 단행된 현대차 인사에서 박 전 회장이 사퇴한 것과 김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로 발령 난 것이 결국 문책성 인사가 아니었냐는 분석이 높다. 이런 가운데 당시 인사에서 계열사인 다이모스로 발령난 김용문 전 현대차 부회장 또한 최근 군산지청에서 ‘업무상 횡령’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밝혀져 김 부회장 역시 경질 인사의 일환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측에서는 “조사결과를 지켜볼 뿐”이라며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임원들의 잇따른 물의에 대해 재계에서는 정 회장식의 깜짝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뭔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성 얘기일 뿐이다. 자세한 건 금감원 조사 결과나, 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알 수 있다” “최근 단행된 인사는 부품사업역량 강화라는 이유 외에는 없다. 개인적인 문제들일 뿐이고, 설령 문제가 사실로 확인된다고 해도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면 쓰는 것 아니겠느냐”

재계에서 나오고 있는 현대차의 인사 관련 속사정이나, 정 회장 인사방식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해 그룹 관계자의 항변이다.

이 관계자는 “‘언제든지 나갈 수 있고, 필요하면 다시 부를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인사원칙”이라며 “10년 넘게 계속돼 온 정 회장의 이 같은 인사스타일을 왜 새삼스레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임원 잇단 물의에 MK식 ‘럭비공 인사’ 도마 위 올라

그러나 문제가 단순치는 않다.

금감원은 현재 현대차 일부 임원들이 인수 합병이라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했는지, 단순한 시장 정보를 통해 주식을 매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당초 김동진 부회장이 조사의 핵심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당국은 김 부회장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 측은 내부자거래에 관련된 현대차 임원들이 상당 수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관련 임직원들이 ‘내부자거래법 위반 및 불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져 이 경우 그룹 최고 경영진의 도덕성 논란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재계에서 금감원 조사에 대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김 부회장과 박 전 회장이 금감원 조사 시기와 맞물려 인사이동 됐다는 부분.

재계 관계자들은 지난 9월 26일 단행된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김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로 발령 난 것과 박 전 회장이 사퇴한 것이 결국 내부자거래 의혹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높다.

인사 당시 현대차 측에서는 “그룹의 핵심 업종인 부품 부문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현대모비스를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의 인사가 사실상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정 회장에 이어 현대차의 실질적인 2인자로 군림해오던 그가 대표이사 직함도 없이 계열사로 전출된 것에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이런 와중에 김 부회장과 박 전 회장 등이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질 인사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들의 비리 사실을 사전에 파악했고,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기 전 미리 손을 쓴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러나 "회사 측에서도 일부 내용을 알고는 있었지만, 밖에서 얘기되는 것만큼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수십억, 수백억 단위의 대규모 차익실현은 전혀 아니다. 다만 HMC투자증권 인수 과정에서 바깥 쪽보다는 정보가 빠르다 보니 주식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 부회장과 박 전 회장 등의 인사는 이번 조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우연히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을 뿐”이라고 못 박았다.

정 회장, 10년 만에 불러들인 김용문 부회장에 발등 찍혀

한편 올해 4월 10년 만에 현대차그룹으로 전격 복귀한 김용문 부회장은 지난 8월 29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자동차부품업체 B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거래처에 물품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회계처리하는 수법으로 회사돈 11억 2천여 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해온 군산지청은 이미 지난 4월 김 부회장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김 부회장이 수 억 원대를 횡령한 사실을 파악하고 불구속 기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 부회장의 불구속 기소와 관련 현대차 측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김 부회장 복귀 당시 검찰에서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회사 측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복귀 6개월만에 계열사인 다이모스로 발령 난 것 역시 경질성 인사라는 분석이 높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의 럭비공 인사스타일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엘리베이터 인사’로도 불리는 정 회장의 깜짝 인사는 그동안 ‘독단적 1인 경영’ 체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지난 2006년 있었던 비자금 사건도 후진적 인사관행에 불만을 품은 내부자의 제보가 발단이 됐는데, 최근 고위급 임원들의 물의가 잇따르자 그 ‘깜짝 인사’가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는 얘기가 많다.

그룹 차원의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최고위 경영진들을 정 회장 개인의 의중에 따라 하루아침에 임명하거나 경질하는 것은 글로벌 그룹을 외치는 현대차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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