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두고 논란 휩싸인 사연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ING생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험왕’ 타이틀을 내걸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거액을 빼돌린 전직 보험설계사가 바로 ING생명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달 초 드러났기 때문이다.

ING생명의 인수를 위해 MBK파트너스와 동양생명, 한화생명 등의 치열한 물밑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소식은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져 자칫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눈 뜨면 우선협상자가 바뀐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회사 매각 작업이 수개월째 미뤄지면서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 역시 ING생명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직 보험설계사 10억원대 보험사기‥경찰에 ‘덜미’
회사 매각 작업 ‘지지부진’‥직원‧고객 불안감 증폭

최근 척박한 현실을 반영하듯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통적인’ 보험사기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발하고 전문적인 방식의 신종 사기까지 등장, 보험사는 물론 일반 가입자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특히 전 현직 설계사들이 연루된 전문적 범죄가 잇달아 발생,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ING생명 전직 설계사 역시 이 같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수년간 범죄를 저지르다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보험왕’ 믿었는데..

서울 동작경찰서는 자신이 일하는 보험사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15명을 속여 약 10년간 12억여원을 속여 뺏은 혐의(사기)로 전 ING생명 보험설계사 문모(42)씨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2003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자신이 근무하는 보험사 자산운용팀에 투자하면 매월 높은 수익금을 주겠다고 회유, 15명으로부터 총 12억 6천7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그는 “950만원 투자하면 한 달 뒤 2천만원을 돌려주겠다”, “2천만원 투자하면 매월 60만원씩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조사결과 문씨는 투자금액의 3%를 매월 수익금 명목으로 피해자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상품의 보험료로 내면서 피해자들을 안심시켜왔다. 그러나 나머지 투자금은 다른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돌려막기’ 식으로 지급하거나 개인적인 주식 거래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씨에게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A(48·여)씨는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49차례에 걸쳐 4억여원을 전달해왔다. 

문씨에게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부인 이모(42)씨를 통해 소개받은 여성 의류디자이너들이었다. 

문씨는 지난해 초까지 10여 년 간 설계사로 근무하며 ‘우수 보험설계사’ 표창을 11회 수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추가 피해자들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관련업계 및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ING생명 입사 전 이미 6차례의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차례의 사기 전과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을 아무런 제한도 없이 입사시켰다는 점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이다. 

보험설계사는 고객을 만나고 이들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처럼 중대한 일을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선발된 인력에게 맡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채용 시스템 ‘허점’?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ING생명과 같은 세계적인 보험사에서 설계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 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만약 이미 전과 사실을 알면서도 당시 문씨를 채용했다면 더 큰 논란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의 철저한 조사로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문씨에게 돈을 맡겼던 피해자들은 문씨가 ‘ING생명 우수설계사’라는 점에서 신뢰를 얻고 투자했다는 점에서 사측의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ING생명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해당 설계사는 지난해 초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채용과정에서 보험업법에 의거, 절차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설계사가 전과를 보유하고 있었는지, 또 어떤 전과 내용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사측으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나 다만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각을 앞두고 있는 ING생명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지 않을지 조심스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매각작업 ‘오리무중’

ING생명 매각작업을 두고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눈 뜨면 우선 협상자가 달라져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올 초 이 회사의 인수를 포기한 이후,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을 비롯한 해외 사모펀드까지 참여해 치열한 인수전을 펼치고 있다.

이달 초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결과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는 금융당국에서 해외 투자자들로 구성된 사모펀드에 보험사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적격심사에서 고배를 마실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캐나다 등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번 ING생명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 없이 단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지난 2003년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수년간 사회적 논란에 휩싸여 맹비난을 받아왔던 바, 해외자본이 금융사를 인수할 경우 심사 기준을 엄격히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국내 연기금 역시 보험사 투자에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는 입장이라 인수 작업은 여전히 ‘안개 속’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우선 협상권을 빼앗긴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과 한화생명 역시 여전히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인수전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ING생명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결정에 대해, 특히 진행 중인 사항은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기업 매각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각 작업 장기화, 고객신뢰↓

보험업계에서는 매각 작업이 이처럼 지지부진하자 ING생명 관계자들은 물론 고객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종종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객들은 자신이 가입한 상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매각 작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설계사들에게 문의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수시로 상황이 변하면서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해 답답하고, 고객들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ING생명 상품에 대한 신뢰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ING생명 전직 설계사의 10억원대 사기극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고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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