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칼바람에 ‘내우외환(內憂外患)’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교보증권(사장 김해준) 광주 모 지점의 지점장이 부하직원을 폭행한 사고가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월에는 교보증권 노조가 사측이 본격적인 지점 감축 움직임에 나섰다고 주장하며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펼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교보증권의 실적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나는 등 어려운 대외적 환경을 겪고 있던 가운데 이 같은 사건들까지 연이어 발생, 말 그대로 ‘내우외환’ 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광주 모 지점장, 회식자리서 부하직원 폭행 논란
실적 부진에 지점 통폐합 결정‥‘노사 갈등’ 우려

지난달 광주에 위치한 교보증권 모 지점에서 지점장이 술자리에서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은 회식자리에서 발생했는데 단순히 취중에 벌어진 순간적인 다툼으로 간주하기에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8일 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교보증권 모 지점에서 지점장이 직원들과 함께 회식 자리를 갖던 도중 부하직원 A씨를 폭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부 언론은 지점장이 고성이 오고 가는 와중에 자리를 떠난 부하직원 A씨를 뒤쫓아 일방적으로 폭행을 자행한 것은 물론 유리재질로 된 흉기를 사용하여 직원의 목 부위를 찔러 상해를 입혔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의 사건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교보증권 사건전모’라는 제목의 글로 게재됐다고 알려진다. 현재 해당 블로그 원본은 찾아볼 수 없으나 ‘아까 교보증권 사건전모’라는 블로그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상태다. 

해당 블로그는 지점장이 언쟁이 일어나자 자리를 피하는 직원을 쫓아가 폭행하고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렀으며, 애초 글쓴이가 평소 친분이 있던 피해 직원과 통화한 결과 다리에는 깁스를 하고 목은 몇 바늘 꿰맸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진위 여부는 경찰 조사가 나오는 대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흉기로 목을 찌르고 일방적으로 폭행했다는 점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취중에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수준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교보증권 노조 측은 이를 두고 “사측이 ‘술김에 일어난 우발적 사고’로 해당 사건을 간단히 무마시키려 한다”며 “정확한 조사는 물론 해당 지점장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교보증권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과 전혀 다르다"면서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단순한 다툼이며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지점폐쇄 논란

교보증권의 지난해 실적이 반토막 났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저금리로 많은 증권사들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교보증권 역시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 4월 25일 교보증권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5억4262만원을 기록, 전년대비 51.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2436억2483만원으로 전년대비 61.3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9억1707만원으로 89.14%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회사 측은 실적 부진에 대해 “주식시장 거래 대금 감소로 수수료 수익 및 ELW 수수료 수익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이 같은 실적 부진과 관련, 노조 측이 “경영진의 책임으로 수익 감소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려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시위에 돌입하는 사태로 확산됐다. 

교보증권 노동조합은 회사 측의 지점 폐쇄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 1층 로비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했다. 

당시 노조는 회사가 작년 말 44개였던 국내 지점을 2015년까지 22개로 감축할 계획을 세웠다며 “교보증권의 수익 악화에 대한 대응에는 지점 폐쇄보다 회사 경영진이 책임지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회사 경영진은 증권사 간 출혈 경쟁, 자본시장통합법 개정 등으로 인한 중소형사의 수익구조 악화 등의 시장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다”며 “수익 감소는 경영진의 책임이지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또 “지점 폐쇄를 통한 비용 절감은 인적 구조조정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 측은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지점 사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구조조정 ‘우려’

농성 첫날 이은순 교보증권 노조위원장은 “회사 경영진은 장이 좋지 않을 때 점포를 폐쇄하고 그 비용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대책을 제시할 때까지 농성을 무기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측은 “지점 효율화와 금융상품 영업 강화를 위해 일반 지점을 자산관리(WM) 전문 점포로 바꾼 것이지 지점 수를 줄인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지점 감축이 아니라 지점 이 있는 곳을 몇 개의 거점지역으로 묶는 효율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며 구조조정 계획도 전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WM센터와 대표 점포 등 3개의 점포를 하나로 묶어 통폐합 하게 되면 늘어난 영업직원 간 경쟁 심화로 구조조정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달 노조가 사측과 최소 2개 이상의 점포를 통폐합하지 않기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천막농성을 철회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점 축소 계획은 아직 없으며 효율성 증대를 위해 일부 영업점을 자산관리 쪽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며 "만약 향후 지점 폐쇄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양측이 협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추가적인 지점 폐쇄나 통폐합이 불가피할 상황이 찾아올 경우, 이번과 같은 노조의 반발이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하며 조심스런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현재 주식 거래대금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당장 이런 위기를 극복할 마땅한 대안 역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척박한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교보증권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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