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3차 창조경제특별위원회 개최 (기사내용과 무관)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지난 2000년 이후 13년간 중견기업의 절반가량이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축소된 사례가 3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중견기업으로 분류됐던 426개사 가운데 197개사(46.2%)가 중소기업으로 뒷걸음질했다.

중견기업 가운데 대기업으로 도약한 기업은 55개(12.9%)에 불과했고, 중견기업으로 머무른 기업은 174개사(40.8%)였다. 즉, 절반에 가까운 중견기업이 성장보다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의미다.

이는 경제개혁연구소가 상장기업과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의 외감법 적용 대상 기업 1만2천791개사를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12년까지의 성장과 위축을 분석한 결과다.

2000년 이후 대기업으로 성장한 55개 중견기업 중 43곳(76.4%)은 1990년 이전에 설립된 오랜 업력을 가진 곳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설립돼 대기업이 된 곳은 팬택, BGF리테일, 휠라코리아, 엔씨소프트, 강원랜드 등 13곳(23.6%)에 그쳤다.

산업분야별로 보면 부동산 및 임대업과 도매 및 소매업 분야 중견기업의 몰락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받고 있다. 2000년 당시 중견기업이던 부동산 및 임대업 업체 55곳 가운데 38곳(69.1%)이 중소기업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 및 소매 분야에서는 67곳 중 36곳(53.73%)이 중소기업이 됐다.

제조업 내부에선 반도체 및 전기전자부품 업체 56.7%가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축소돼 후퇴 사례가 가장 많이 나왔다.

자동차 및 조선업종에서는 8%만이 중소기업으로 쇠락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14.8%)과 제조업(14.4%) 분야에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아울러 주요 재무제표가 우량한 중견기업이라 할지라도 대기업으로 발돋움하기보다는 중소기업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 상위 20%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위축된 배율은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율보다 1.6배 높았다. 이 배율은 매출액 기준으로는 1.2배, 매출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1.5배 컸다.

작년 말 현재 국내 중견기업은 651개사로 회사당 평균 424.5명을 고용하고 있다. 평균 자산은 1천576억원으로 대기업의 10분의 1, 중소기업의 5배 수준이다.

중견기업의 부채비율은 111%로 대기업(93.15%)보다 높지만 중소기업(172.02%)보다 양호하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1인당 매출액, 판매마진, 투자수준에서 모두 중소기업, 대기업보다 뒤처져 있었다.

중견기업의 1인당 매출액은 4억2천700만원 수준으로 대기업(5억5천400만원)은 물론 중소기업(4억3천100만원)보다도 낮다.

기업 영업활동의 능률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매출액영업이익률 역시 3.58%로 중소기업(4.47%), 대기업(6.17%)에 비해 떨어졌다.

매출액대비순투자율은 4.91%로 투자 수준 역시 중소기업의 5.91%보다 낮았다.

한 재계관계자는 “국내 중견기업의 규모가 작은 편이 아니지만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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