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바통’ 넘겨받을 주인공, 누구?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동양그룹(회장 현재현)에서 그룹 후계 구도를 두고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사실 지금까지 재계에서는 현재현 회장의 장남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상무와 장녀 현정담 ㈜동양 상무 중 누가 그룹 후계자로 선택받을지 엇갈린 전망이 난무하던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현승담 상무가 지난 6월 누나를 앞질러 동양네트웍스 및 동양온라인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현승담 상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승담 상무, 누나보다 먼저 계열사 ‘대표’ 직함
동양레저 지분 20% 확보‥‘장자승계’ 관측 등장

동양그룹은 딸만 둘을 둔 故 이양구 창업주가 두 사위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 현재에 이른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룹이다. 물론 2001년 분리작업을 마쳐 현재는 오리온그룹(회장 담철곤)과 동양그룹 두 개로 나눠져 독자 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장자승계 방식이 아닌 ‘사위 경영’ 방식으로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어왔다.

즉, 사위들을 중심으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변화’ 감지됐다

지금까지 동양그룹은 ‘사위’ 현재현 회장이 국내 재벌의 일반적인 ‘장자승계’ 원칙을 벗어나 있었다는 점에서 후계 구도를 두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즉, 장자승계가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그 원칙이 깨질 것인가를 두고 묘한 관심을 이끌어 냈던 것. 게다가 현 회장과 부인인 고 이양구 창업주의 장녀 이혜경 동양레저 부회장 사이에는 1남 3녀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현정담 ㈜동양 상무가 첫째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후계구도를 두고 장남인 현승담 상무는 물론 현정담 상무 역시 동양그룹 차기 경영권을 물려받을 강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라있던 상태였다.

이처럼 차기 경영권을 두고 재계의 추측이 난무하던 가운데 지난달 3일 현승담 상무가 현정담 상무보다 앞서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 되면서 현 회장의 ‘큰 그림’이 정리 단계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현승담 상무에 힘을 실어줘 결국 장자승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현정담 상무의 ‘매직’

사실 재계일각에서는 현정담 상무가 향후 그룹을 이어나갈 ‘적임자’라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탁월한 경영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이 그룹 안팎으로 잘 알려져 있었고, 현승담 상무보다 일찍 ‘임원’ 자리에 오르는 등 가시적인 결과 역시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현정담 상무는 지난 7년전 동양매직을 시작으로 그룹에 발을 들였다. 이후 현 상무는 동양매직 입사 1년 후인 2007년 마케팅실 실장(부장)에 올랐으며, 2009년에는 상무보로 임원의 반열에 들어서는 등 말 그대로 승승장구의 기세를 이어나갔다. 이후 2010년 상무 승진, 이듬해 7월에는 ㈜동양의 등기이사로 선임됐으며 ‘마케팅본부장’ 자리까지 올랐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이처럼 ‘승진’만 놓고 봤을 때 현승담 상무보다 빠른 속도를 보인데다 투철한 애사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력 회사인 동양매직의 실적과 이미지 개선에 막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동양매직(현 ㈜동양 가전사업부)은 차분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독일 ‘레드닷’, 미국 ‘IDEA’ 등 세계적인 디자인 관련 상을 휩쓸며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2981억원, 영업이익은 183억원이었다. 2006년 이후 6년 만에 외형을 8배로 키워냈다. 중동 등 55여 개국에 5000만 달러어치 수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현정담 상무의 기세가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동양 가전사업부의 매각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재 동양 측은 교원그룹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에 지금까지 입사 이래 이 회사에 각별한 노력을 쏟아왔던 현 상무는 거취마저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승담 대표 체제, 날개 달까

현정담 상무가 가전사업부의 매각과 맞물려 잠시 주춤하는 사이 현승담 대표는 파죽지세를 이어나갔다.

지난 6월 동양그룹은 동양네트웍스 당시 현승담 상무보를 상무로 승진시키며 이 회사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아울러 현 상무는 동양온라인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지난 3월 동양네트웍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 된지 불과 3개월 만에 대표 자리까지 오르자 재계관계자들은 현 상무를 중심으로 그룹 경영 후계구도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레미콘과 건설 사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동양메이저(현 ㈜동양)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양증권을 거쳐 지난 2011년 말 동양시멘트에서 상무보에 오르게 된다.

현승담 상무는 이번 결정으로 그룹 내의 2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급속도로 그룹 내 ‘대세’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그룹 지배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지분 측면에서는 현정담 상무보다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세론’에 힘을 싣게 됐다.

먼저 그룹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동양 지분의 경우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정담 상무와 현승담 상무가 각각 0.76%, 0.26%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율이 미미한 탓에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지만, 현정담 상무가 현승담 상무에 비해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승담 상무는 ㈜동양의 34.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양레저’의 지분을 20%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재계관계자들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후계구도에 대해 논의되거나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전망

이처럼 현승담 상무가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다소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계구도 예측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등장해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동양그룹 수장인 현재현 회장의 연령이 60대 초반에 불과, 현승담 상무가 본격적인 그룹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기보다는, 현 상무의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몸담은 회사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즉, 물론 향후 그룹의 수장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지금은 경영 수업 차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의미다. 후계구도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현 회장은 동양그룹을 향후 금융·시멘트·에너지를 3대 축으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할 전망”이라며 “현재 주력 사업은 아니지만 IT 및 SI 관련 산업 역시 향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 하에 현승담 상무가 맡은 회사에 힘을 실어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