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물 붓다 ‘휘청휘청’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동국제강그룹(회장 장세주)이 최근 재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철강업계의 오랜 불황으로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계열사들에 무분별한 ‘퍼주기’에 대한 염려까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신용평가사들이 동국제강의 신용등급 전망을 연달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 역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계열사 지원을 두고 동반 부실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장세주 회장의 부담 역시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니온코팅, 국제종합기계 1350억원 주식 전량 ‘무상소각’ 
디케이아즈텍, 동국제강‧인터지스 상대 100억원 유상증자

최근 동국제강이 실적 부진을 동반한 각종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동국제강 주식의 종가는 1만22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5월 6일 4만8350원에 비하면 삼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지난해 9월 19일 1만7850원의 종가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져있는 상태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장 중 한때 1만650원까지 곤두박질쳤는데, 이는 지난 4월16일 기록한 52주 최저가(1만450원)에 가장 가까워진 수치다.

주가 추락 <왜>

이는 미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함께 신용평가사들이 동국제강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0일 동국제강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로 유지했으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앞서 NICE신용평가도 지난달 19일 동국제강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으나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후판시장에서의 약화된 시장지배력, 장기화된 전방산업 침체와 수익성 악화, 설비투자로 확대된 차입금 등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신평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인해 2011년 4분기부터 동국제강의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과잉인 후판시장의 수급여건과 전방산업 침체기조를 감안하면 당분간 구조적인 수익성 회복은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에 중기적으로 전방산업 침체가 지속되고 후판부문의 적자구조가 해소되지 않아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에는 신용등급의 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계열사 ‘퍼주기’ 논란

이처럼 동국제강이 불확실한 실적 전망을 배경으로 신용등급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사에 ‘퍼주기’ 식 지원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너의 그룹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지만, 반면 소액 주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반발 역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농기계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 ‘국제종합기계’는 100% 전량 감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24일 결손금 보전을 위해 종속회사인 국제종합기계의 주식 전량을 무상 소각하기로 한 것.

소각 기준일은 25일. 소각되는 주식은 보통주 2천700만주와 종류주 40만주로 무려 1천370억원 규모다.

이 회사는 지난해 2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117억 원의 영업적자와 1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 1686억 원, 부채총계 1788억 원으로 자본 총계는 102억 원 마이너스 상태였다. 즉, 실적부진에 의해 회사가 결국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고 만 것이다.

이처럼 감자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국제종합기계의 보통주 전량을 보유하고 있던 그룹 계열사 ‘유니온코팅’은 1350억원에 달하는 모든 주식을 무상 소각했다. 나머지 20억 원은 우선주로 국제종합기계의 자기주식이다.

유니온코팅은 지난해 10억 원의 매출과 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수치를 놓고 보면 지난해 매출의 100배가 넘는 금액을 순식간에 허공에 날리게 된 셈이다.

걱정 반 기대 반

그런데 국제종합기계에 대한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6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유니온스틸은 종속회사인 국제종합기계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3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신주는 620만주, 신주발행가액은 5000원이다.

이처럼 동국제강 계열사가 310억원을 신규자금과 출자전환으로 투입하고, 나머지 300억원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후 지분율은 동국제강과 채권단이 각각 51 대 49로, 동국제강 측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이다. 지난 1968년 설립된 국제종합기계는 1986년 국제그룹 해체와 함께 동국제강에 편입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니온코팅 지분은 동국제강이 27.60%, 자회사인 유니온스틸이 70.94%를 보유하고 있다. 또 유니온스틸은 지난해 11월 현재 장 회장이 65.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자생력 상실한 계열사들?

이처럼 ‘관계사 살리기’는 국제종합기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이미 올 들어서만 수차례 ‘긴급 수혈’이 이뤄진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지난 1월에도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 관리업체인 계열사 ‘페럼인프라’가 실시한 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동국제강, 유니온스틸, 인터지스 3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아울러 발광다이오드(LED) 원재료인 사파이어잉곳 제조를 맡고 있는 ‘DK아즈텍’ 역시 자본잠식에 이르자 지난 3월 20 대 1 무상 감자를 실시했으며, 이어 6월 초 동국제강과 인터지스를 상대로 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에도 운영자금 확보를 명목으로 계열사 DK유아이엘을 대상으로 11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8월 동국제강이 인수한 업체로 그 해 150억 원, 지난해 20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들고 말았다.

재계관계자들은 이처럼 동국제강이 계열사들 살리기에 나서는 모습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붓는 것은 결국 소액투자자들의 일정 부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큰 반발을 살 수 있으며, 그룹 전체가 동반 부진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 다는 것이다.

반면 그룹 오너가 계열사들의 존폐 위기에 직접 뛰어들어 적극 방어에 나서는 등 ‘책임 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평가다.

그룹 실적 문제없나?

동국제강그룹은 그룹 주력사인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지난해 각각 2200억 원과 4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 빠져있는 상태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7조 7787억 원) 중 동국제강(4조 9693억 원)과 유니온스틸(1조 7800억 원) 두 회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무려 87%에 달하며, 동국제강 단독으로만 놓고 봤을 때도 6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 두 회사의 성패 여부에 따라 그룹 전체의 운명이 좌지우지 된다는 의미다.

특히 동국제강은 조선 및 건설업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지난해 적자 전환했는데, 올해도 여전히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과잉과 원가상승, 환율 상승 등으로 올 2분기 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

‘책임 경영의 일환 vs 동반 부실 우려’ 논란…투자자 반발
장 회장 장남 선익 씨 둘러싼 후계 구도 전망에도 관심↑

지난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에 따른 철강, 비철금속 등의 가격 지표가 하락했다는 점이 실적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2분기는 성수기’라는 공식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 차입금 비중이 높은 동국제강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국제강은 지난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불과 1분기 만에 다시 적자 전환하며 실적부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동국제강은 1분기 흑자전환을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2분기별도 실적기준으로 매출 9770억원, 영업적자 144억원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동국제강의 실적 악화는 후판 ASP(평균 판매가) 5만원 하락에 따른 롤 마진(판매가격에서 원자재 가격을 뺀 값) 축소 때문이다. 후판 내수 가격은 지난 2011년 3분기 이후 7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올 2분기 ASP는 1톤 당 75만원 수준으로 롤 마진이 16만~17만원에 불과한 상태”라며 “롤 마진이 최소 25만원 정도는 확보되어야 마진율 5% 정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동국제강의 실적 전망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9일 동국제강에 대해 최근 후판 출하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순이익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 후판 출하량은 50만톤을 넘어서며 지난해 1분기 이후 다섯 달 만에 회복세를 보이곤 있지만, 영업실적은 저조할 전망”이라며 “지난 2분기 개별 실적으론 20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오는 4분기부터는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봉형강 부문은 4분기에 보수 종료와 계절적 성수기 효과로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며 “하반기 후판 출하량 회복세가 계속되면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형제경영’ 계속 될까?

동국제강그룹이 실적 부진에 고통 받고 있는 와중에 그룹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장 회장의 연령이 그리 높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형제경영’으로 잘 알려진 장 회장 형제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 젊은 수장에 대한 대두 가능성 역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 등을 비롯한 각종 정보들에 따르면 동국제강그룹 장 회장의 장남 선익 씨가 후계구도에서 다소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회장과 동생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의 네 자녀가 150만 주에 달하는 주요 계열사 주식을 골고루 나눠 갖고 있는 가운데 선익 씨가 그룹 주력사의 동국제강 주식을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5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선익(32) 씨는 동국제강 주식 27만주를 비롯해 계열사 인터지스 주식 25만9천923주, 페럼인프라 주식 2만 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익 씨의 동생인 장승익(17) 씨는 동국제강 주식 10만주와 함께 인터지스 25만 9천923주, 페럼인프라 주식 2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선익 씨의 사촌이자 장세욱 사장의 아들인 훈익(25) 씨와 딸 효진(20) 씨도 인터지스와 페럼인프라 주식을 같은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즉, 사촌 형제들이 인터지스 지분을 각각 1.75%씩, 페럼인프라 지분은 0.18%씩 고르고 나눠 갖고 있는 상황이다.

장선익 씨, 한 발 앞서

하지만 그룹의 주력사인 동국제강 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선익 씨가 보유한 동국제강 주식이 지난해 초 15만주에서 연말 27만 주로 크게 증가한데 비해 동국제강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던 승익 씨는 10만주를 보유하는 데 그쳤다.

선익 씨의 동국제강 지분율은 0.44%로 승익 씨의 지분율 0.16%의 3배에 달했다.

훈익 씨와 효진 씨 남매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동국제강 주식을 취득했지만 물량은 2만주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지분율은 0.03%에 불과, 선익 씨와 승익 씨 형제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재계관계자들은 결국 주요 계열사 지분을 균등 배분하는 방식으로 재산 상속을 추진하되,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선익 씨의 동국제강 지분을 높여가는 방법으로 향후 후계 구도를 그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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