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상당한 수준의 경기확장적(accommodative) 통화정책은 당분간 필요하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매사추세츠주(州)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소(NBER) 주최 행사에서 연준의 양대 정책목표인 고용안정과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여전히 할 일이 남아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는 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제3차 양적완화 조치를 이른 시일 내에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노동시장 전망의 추가적인 개선이 있어야 채권매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행사에서 버냉키 의장은 우선 지난달 미국 실업률(7.6%)은 고용시장의 '건강' 상태를 과장되게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참가율, 불완전고용, 장기 실업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소비자물가도 1% 수준으로 연준의 장기 목표치(2%)를 밑돌고 있어 경기부양정책을 구사해도 무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더 경기부양적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거시경제정책의 측면에서도 재정정책이 상당히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제3차 양적완화로 불리는 채권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단기적으로 경제에 성장모멘텀을 제공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더 가야 한다"고 밝혀 단기간 내에 채권매입 중단이나 속도조절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금리정책과 관련,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금리를 자동적으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실업률이 6.5%를 밑돌거나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 경우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체적인 경기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미국의 전반적인 경기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낙관적'(somewhat optimistic)"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시장, 자동차 판매, 가계소득 등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상당한 위험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이날 연준 100주년 역사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강력한 통화정책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의 위기상황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체계를 모두 강화하고 이를 더나은 방향으로 연계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면서 "두 부문에서 모두 진전이 있었지만 할 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