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올해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 대한 결과와 대응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올해 40개에 달하는 대기업이 무더기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아울러 해당 기업들의 하청을 받고 있는 관련 중소기업 100여개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먼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 40개사가 올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는데, 20개에 달하는 건설 시행사가 구조 조정을 받게 됐으며 골프·리조트, 태양광업체도 대거 명단에 포함됐다. 여신 2천억원이 넘는 대기업도 6개사에 달한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단은 대기업 1천802개사 가운데 584개사를 세부평가 대상으로 선정해 점검한 끝에 40개사를 C등급과 D등급으로 분류했다.

C등급은 채권단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약정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게 된다. C등급에 해당하는 회사는 건설 14개사, 조선·해운 2개사, 철강·석유화학 1개사 등 27개사다.

D등급은 채권단의 지원도 받지 못한다. 스스로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으나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될 확률이 높다. 등급에 해당하는 회사는 건설 6개사, 조선·해운 1개사, 철강·석유화학 1개사 등 13개사다.

C등급은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27개, D등급은 21개에서 13개로 법정관리 신청으로 가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김진수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은 "올해는 철강, 시멘트 등이 구조조정 대상에 새로 올라갔는데, 이들은 불황인 건설, 조선업체의 후방 산업이기 때문"이라면서 "조선, 해운, 건설은 구조조정을 많이 했음에도 업황이 침체해 줄어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건설업체 구조조정 대상은 시행사이며 골프장·리조트 업체가 7개사, 태양광업체 2개사도 포함돼 있다"면서 "여신 2천억원 이상 구조 조정 대상기업은 건설업체 등을 포함해 6개사"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 40개사에 금융권이 빌려준 돈은 총 4조5천억원이다.

금감원은 이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으로 금융회사들이 더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때에 대비해 쌓는 돈)은 6천80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충당금 적립으로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0.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저축은행의 비율 하락폭은 0.18%포인트다.

금감원은 C등급 업체는 워크아웃을 통해 조기에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고, D등급 업체는 채권금융회사의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도록 할 방침이다.

워크아웃 대상 업체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개시 전에 은행의 채권 회수 등 금융 제한 조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기관으로서는 현재 손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를 막고 우량 기업을 만들 수 있어 선제적인 차원에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면서 "조선, 해운업도 내년부터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내년부터는 구조조정 대상도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구조조정 대상 업체 수는 늘었으나 여신을 중단할 D등급 업체는 별로 없었다"면서 "가급적 경기 회복을 진작하고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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