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쏟아 부어 ‘BUY KOREA’ 이끈다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이 하반기 중 9조원 상당의 대규모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시장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대규모 자금이 국내 증시 수급의 든든한 지원군 혹은 상승 모멘텀 역할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최근 이집트 사태 등 돌발 변수들이 속속 등장하며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내 주식투자 비중↑…주식시장 상승모멘텀 역할 기대
포르투갈‧이집트 사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는 ‘변수’

지난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말 정례회의를 열고 올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최대 19.5%까지 높이기로 결정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최소 분기별로 1회 이상 위원회를 열고 기금의 투자부문별 비중 등 주요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9조5천억원, 어디로 가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국민연금 전체 기금자산은 450조원 내외에 달할 전망이다.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한 내용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87조3600억원 규모의 국내 상장기업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이 73조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남은 기간 동안 14조억원에 상당하는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국민연금은 5~6월 증시의 침체로 평년 수준에 조금 못 미치는 4조5000억원 어치를 순매수 하는데 그쳤다”며 “상장법인들의 2분기 실적 공개를 전후해 본격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선 후 최대 9조5000억원 어치를 추가적으로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상반기동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의 연기금은 코스피와 코스닥 주식을 4조7944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주식시장 ‘단비’ 될까

하반기에 ‘집중 투하’ 될 예정인 국민연금의 대규모 자금은 대내외적인 악재로 상승모멘텀 부재에 시달리고 있던 국내 주식시장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출구전략 조기 가동 발언 등에 의해 헤지펀드 세력들이 이머징 마켓의 자금 회수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6월 한 달에만 코스피시장에서 4조9552억원 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노아람 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연기금의 순매수 현상은 하반기에 집중되는 경행이 있는데, 특히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탓에 수급 버팀목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기대감이 만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연기금 투자 성향을 고려했을 때 향후 낙폭과대 대형주를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국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연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을 충분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코스피 주가이익비율(PER)이 8~9배 수준이었을 때 많은 자금 유입 현상이 나타났는데, 지난달 24일 현재 코스피 PER가 8.2배에 달하는 등 확률적으로 매수 타이밍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실제 연기금의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5201억원 상당의 코스피 주식을 쓸어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매도세가 주춤한 외국인 투자자들과 함께 ‘쌍끌이장’을 만들어 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뱅가드펀드 물량 출회가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해외 연기금의 위험자산 비중 확대 전략 등에 의해 외국인의 유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주식시장은 수급적인 부분에서는 호재가 많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변수는 남아있다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이 하반기 증시를 전망함에 있어 조심스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는 동안 최근 포르투갈 연립정부 내부 갈등, 이집트 대통령 축출 등 국제 정세에 갑작스런 변수가 등장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신용 우려와 경제 성장 둔화에 정국 혼란이라는 글로벌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증시 역시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또다시 우려를 낳고 있는 유로존 위기 가능성과 이집트 사태에 의한 유가 상승 관측에 좌불안석이다. 

앞서 시장을 뒤흔든 미국 연준의 출구전략과 중국 신용 및 성장 둔화라는 ‘G2 쇼크’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로존 위기나 유가 상승 우려로 국제 경제가 흔들린다면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제조업과 소매시장 양쪽에서 수입물가 상승의 압박을 선진시장보다 크게 받으므로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가불안‧유로존 위기

박상현·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보고서에서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신흥시장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또한 안전자산 심리가 다시 부각돼 달러화 강세 현상이 강화하면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경우 신흥국 금융시장의 주식·채권·통화가치 하락이라는 ‘트리플 약세’가 재차 확산할 수 있다면서 “중국 등 신흥시장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국내 금융시장도 트리플 약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 역시 “포르투갈에서 정치적 불안이 지속할수록 투자심리는 악화할 가능성이 크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원유 쇼크 발생 시 경제와 증시에 주는 충격이 남다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국내 시장 분석가들은 최근 포르투갈과 이집트의 정세 불안이 실제로 유로존과 중동·북아프리카(MENA) 전체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만큼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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