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승계 ‘꼼수’, 논란 잠재울까?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지난 4월 넥센그룹(회장 강병중)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회사 전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심사결과를 통지받았다고 공시했다.

사실 강병중 회장의 넥센그룹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무성한 뒷말을 낳았던 바,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사태는 잠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편법 경영 승계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아울러 넥센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의혹 역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넥센산기, ‘내부거래’ 통한 급속 성장 업체로 지목
주식스와프 통한 승계 및 지주사 전환 “문제없다”

넥센그룹의 주력사인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총매출액 1조70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8.9% 증가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대비 58.0% 늘어난 1,769억원을 기록해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

강병중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넥센타이어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양분하고 있던 기존 국내시장에서 업계 2위인 금호를 맹추격, ‘1강 2중’의 형세를 만들어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TOP10에 진입하는 등 신흥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처럼 무서운 기세로 떠오르고 있는 넥센에도 걱정거리는 남아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편법 경영 승계 및 내부거래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넥센산기의 급성장

‘넥센산기’는 넥센그룹에서 타이어몰드와 기계설비 등을 제조하고 있는 회사다. 그런데 이 업체의 지난해 실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넥센타이어의 창녕공장 투자에 따른 매출 증가가 배경이지만, 일각에서는 급성장을 앞둔 시점에서 오너일가 지분을 대량 매입 정황과 관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넥센산기는 ㈜넥센이 50.36%, 강 회장의 아들인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 49.57%, 강 회장이 0.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넥센의 지분 구성이 강 회장을 비롯한 강 회장 일가가 전체의 66.5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등 넥센산기는 사실상 오너일가의 회사이며,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넥센의 자회사 넥센산기는 작년 기준 358억원의 매출액과 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해 총매출 151억원, 당기순이익 13억원에 비해 각각 136%, 400% 급증한 수치다. 

최근 수년간의 내부거래 비율도 논란을 낳고 있다. 

넥센산기는 지난해 총 매출 358억원 가운데 358억원(100%) ▲2011년 총 매출 151억원 중 150억원(99%) ▲2008년 157억 중 157억원(100%) ▲2007년 138억원 중 138억원(100%) 이 넥센타이어를 비롯한 계열사를 통한 매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금감원 전자공시에 확인되지 않은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한 최근 수 년 간 거의 모든 매출이 계열사를 통해 나온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

사실 넥센산기는 넥센그룹의 매출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특히 넥센타이어의 매출 및 수익성 호조에 힘입어 지난 10여 년간 매출이 8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넥센산기는 지난 2010년 창녕공장 설비투자 시작 이후 매출과 이익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공장설립 당시 관련 설비 일부를 넥센산기가 공급했다는 점이 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넥센산기의 실적이 부진에 빠졌을 당시 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지분을 대량 매입, 실적이 다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연치고는 시점이 절묘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넥센산기는 2007~2008년 당시 순손실만 각각 4억원, 12억원을 기록했다. 부진에 빠져있던 이 회사는 2010년 3월 넥센타이어가 지분 49.57%를 오너 일가에게 넘긴 이후 넥센타이어의 창녕공장 투자가 시작되면서 실적이 점차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 지난해에는 무려 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편법 승계 논란, 왜?

일반적으로 최근 대기업들은 지주회사 설립 이후 주식스와프를 통해 자연스레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2세 승계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주식스와프란 특정 교환비율에 따라 가지고 있는 주식과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맞바꾸는 것을 뜻한다. 주식스와프를 활용하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고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넘겨주거나 그룹 내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승계 대상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LG그룹이 주식스와프형 지주사 체제 전환당시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한 후 SK그룹, 삼양사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넥센 역시 ‘기업분할(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 →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 공개매수 → 주식스와프(현물출자) → 지주사 전환’ 이라는 공식화된 루트를 활용했다.

강호찬 사장, 지배력↑

지난해 강 사장은 넥센타이어 주식 780만 주를 현물투자하는 방식으로 ㈜넥센의 유상신주 223만2천107주를 취득했다. 강 사장은 갖고 있던 ㈜넥센 주식 33만7천849주를 포함해 총 256만9천956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분은 12.62%에서 50.51%로 급증,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강 사장의 넥센타이어 지분은 10.78%에서 2.56%로 줄었으나 ㈜넥센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그룹 지배력은 오히려 크게 강화됐다.

㈜넥센은 강 사장의 주식과 일반 주주들의 주식 62만 주 등 총 842만 주의 넥센타이어 주식을 공개 매수, 자회사 지분보유요건 50%를 넘기며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쳤다.

최대주주였던 강 회장은 보유주식 수가 49만6천649만 주로 변화가 없지만,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의 수가 증가하면서 지분율이 18.55%에서 9.76%로 소폭 감소했다. 즉,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강 회장의 경영권이 강 사장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주식스와프 방식이 반드시 소액주주들의 손실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주사 전환의 당초 목적 자체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주식스와프 비율과 시점을 보다 공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비록 불법은 아니지만, 이 같은 편법 승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재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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