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입점업체에 역공 당한 속사정

매출 최상위 입점업체들 롯데에 등 돌리고 나가
업계 “입점업체 압박하더니 뿌린대로 거둔 것”

유통공룡 롯데가 업계에서 잇따라 ‘왕따’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의 대표적인 영 캐릭터캐주얼 브랜드 ‘에고이스트’가 롯데와의 단독 입점계약을 깨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했다. 일본 여성브랜드인 ‘에고이스트’는 지난 2001년 국내 론칭 때부터 롯데백화점에만 입점해 지난해 4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선두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내년 1월까지 롯데와 계약이 돼 있었던 에고이스트는 지난 10일 롯데의 최대 라이벌인 신세계백화점에 들어가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궁금증이 쏠려있다. 앞서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 역시 롯데의 경쟁사인 신세계 측에 입점하고 롯데의 주력 상권인 명동에 로드 매장을 내는 등 한국 내 진출 파트너였던 롯데와의 파트너십을 깨는 행보로 업계에서 이러저런 뒷말을 낳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그동안 입점업체들을 상대로 경쟁업체에 납품, 입점하는 것을 막는 횡포를 부리더니 역공격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에고이스트를 자사 24개 점포에 입점 시키는 대신 임대수수료 2%포인트 할인, MD 개편 시 매장위치 우선 배정 등의 혜택을 줬다.

대신 에고이스트는 다른 유통업체에 매장을 열기 전 롯데와 ‘합의’하도록 계약했다. 업계에서는 에고이스트가 돌연 이 계약을 깨고 돌연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한 것은 유통망 확대에 따른 방침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수료 깎아주고 잘해줬는데 배신 때렸다?

실제로 에고이스트, 매긴나잇브리지, 플라스틱 아일랜드를 운영하는 (주)아이올리는 최근 자사의 3개 여성복 브랜드의 사업부장 인선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유통망 확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에고이스트와 매긴나잇브리지는 기존 롯데 뿐만 아니라 신세계, 현대 등 내년 봄 백화점 개편을 기점으로 주요점 확충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소비시장 위축에 따른 매출 하락과 임대수수료, 인건비 등의 비용 부담이 커 유통망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월 말 계약만료를 앞둔 롯데 측과의 결별 위험까지 무릅쓰고 경쟁 백화점 입점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런가하면 일각에서는 아이올리의 또 다른 브랜드 매긴나잇브리지의 롯데 본점 퇴점과 맞물린 신경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의 하반기 MD개편에서 경쟁사인 신세계 입점 브랜드들이 불이익을 받고 퇴점했다는 얘기가 시중에 돌았는데, 매긴나잇브리지가 신세계 입점으로 롯데에서 퇴점 조치를 받았고, 아이올리는 에고이스트 신세계 강남점 입점으로 이에 맞대응 했다는 것.

에고이스트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고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며 자세한 말을 아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에고이스트의 경쟁백화점 입점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상호신뢰를 깨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어긴 것에 불쾌하다”면서 “독점계약 위반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 등 후속조치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계약 만료까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퇴출’ 등의 강수를 꺼내들 경우 자칫 대기업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횡포를 부린다는 비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와 손잡고 국내 론칭하더니 독자행보 

앞서 지난 9월에는 스페인 브랜드 ‘자라’가 롯데백화점과의 파트너십을 배반(?)하고 명동 M플라자점을 열어 또 한 번 롯데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지난 4월 스페인의 인디텍스사는 롯데와 합작을 통해 ‘자라 리테일 코리아’를 설립하고 명동의 롯데 영플라자와 삼성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에 동시 오픈했다.

당시 롯데 측은 자라의 초기 자본금으로 20% 지분에 해당하는 2억4000만 원을 투자했으며, 스페인의 인디텍스사는 한국 진출을 위해 처음부터 롯데 측과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영플라자의 자라 매장 오픈을 위해 12개 매장을 비우는 수고까지 마다않고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이에 힘입어 영플라자의 자라 매장은 오픈 당일 1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세일이 낀 주말 일일 평균 1억2천만원 가령의 매출을 올려 업계에 돌풍을 일으켜왔다.

한 달 평균 매출이 3억원을 넘는 브랜드가 전체 여성복 중 20%에 불과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막강한 파괴력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자라가 올해 롯데와 무관한 독립매장 혹은 경쟁업체 매장 입점을 잇따라 결정하면서롯데 측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자라는 오는 30일에는 건대 롯데스타시티점과 11월 분당점이 문을 열 예정이고, 특히 롯데가 신세계와 혈투를 벌여온 영등포상권에서 내년에 신세계와 손잡은 경방타임스퀘어에 입점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명동 눈스퀘어(구 아바타)와 신세계 센텀시티 등 3곳에서도 2009년 자라의 신규매장 입점이 거론되면서 롯데가 자라에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명동 눈 스퀘어는 자라 1호점이 입점해 있는 명동 롯데 영플라자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자리하고 있고, 부산의 센텀시티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나란히 서있는 곳으로 부산지역에서 양 사의 최대 접전지로 꼽히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세계의 경우 백화점이 아닌 쇼핑타운이기 때문에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별 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되자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동안 롯데백화점이 암암리에 납품, 입점 업체를 상대로 경쟁사에 납품 또는 입점하지 않을 것을 강요해 오다 도리어 입점업체로부터 역공격을 당한 모양새라는 얘기.

물론 이는 유통업계의 고질적 병폐이지 롯데백화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업체에게 경쟁 백화점의 매출정보 제공을 강요하고 판촉사원 파견을 요구하는 한편, 경쟁 백화점 입점을 방해한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13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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