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가족사랑, 기업신뢰 ‘와르르’?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부영그룹(회장 이중근)이 다시 한 번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17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내부거래 증가율은 57.6%에 달했다. 게다가 계열사 ‘신록개발’은 지난해 271%의 증가율을 기록, 조사대상 22개 그룹 중 최고를 차지했다.

이에 수년간 내부거래의 온상으로 지목 받아왔던 부영씨앤아이, 부영엔터테인먼트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포함된 계열사들까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각에서는 부영그룹 이 회장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일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지난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 증가율 57.6%‥동반성장 역행 논란
신록개발 ‘26억8천만원→99억4천400만원’‥271% 급증해 ‘눈살’

최근 ‘동반성장’과 ‘상생’이란 단어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부영그룹은 오히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영그룹은 이미 수년간 언론에 의해 일감몰아주기 비율이 높은 것으로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부거래 비중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집단 기업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87개 기업의 그룹 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은 2011년 13조6천600억원에서 2012년 15조1천300억원으로 1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기업의 매출총액이 62조5천300억원에서 67조600억원으로 7.3% 증가한 것보다 3.4% 포인트 높은 수치다.

사익 챙기기 ‘여전해’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와 여론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주춤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너 일가가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일감 밀어주기’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87개 기업이 소속된 22개 그룹의 전체 매출액이 2011년 1천52조7천억원에서 1천128조9천600억원으로 7.2% 증가했음에도 내부거래액이 150조8천200억원에서 148조5천400억원으로 1.5%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들 그룹의 총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도 14.3%에서 13.2%로 1.1%포인트 낮아진 것과도 비교가 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처럼 다른 일반 계열사들의 경우와 달리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들의 내부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핵심으로 지목받은 부의 편법 이전을 통한 오너일가의 사익 추구 행태가 여전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지난해 본격화된 경제민주화 흐름에 따라 전체 그룹의 내부거래액이 줄어들었으나 이는 일종의 ‘눈속임’이며 총수일가의 사익과 관련된 실질적인 ‘일감 몰아주기’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록개발 271% ‘급증’

‘CEO 스코어’에 따르면 이번 조사대상 기업들의 내부거래 증가율을 그룹별로 살펴본 결과 부영은 57.6%에 달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그룹 역시 60.0%로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롯데(29.5%), 현대백화점(20.2%), 삼성(19.4%), GS(17.5%), 신세계(14.4%), LG(13.8%), 현대차(13.2%) 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SK(-5.3%), 동국제강(-13.4%), 한진(-15.5%), LS(-17.9%), 영풍(-57.5%), OCI(-75.9%) 그룹은 총수일가 지분 30% 초과 기업의 내부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특히 부영그룹 계열사 ‘신록개발’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매출액은 2011년 26억8천만원에서 2012년 99억4천400만원으로 무료 271%나 증가해 22개 그룹 87개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2년과 2011년, 신록개발의 모든 매출은 ㈜부영주택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신록개발은 부영그룹 이 회장의 아들 성훈씨가 65.0%의 지분을 보유, 대주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율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또 신록개발 외에도 부영씨앤아이(52.8%)와 광명토건(40.1%) 역시 높은 증가율을 보여 결국 부영그룹의 계열사 3곳이 증가율 TOP 10에 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CEO스코어’ 박 대표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던 중견그룹의 총수일가 챙기기가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주요 대기업 그룹 못지않게 중견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투명성 강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영씨앤아이, 어떤 회사?

내부거래비율이 높은 부영그룹 계열사는 신록개발뿐만이 아니다. ‘부영씨앤아이’라는 계열사 역시 오너일가의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영씨앤아이는 지난 2008년 설립됐으며 컴퓨터 시스템 구축·관리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장이 35%, 이 회장의 부인 나길순씨 35%, 장남 성훈씨가 30%의 지지분을 보유하는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95%에 달하는 사실상 오너일가의 회사다. 

이처럼 오너일가가 거의 모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영씨앤아이는 매년 100%의 내부거래비율을 기록, 일감몰아주기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부영씨앤아이는 지난해 총매출 22억원 가운데 22억(100%)을 계열사들을 통해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1년 14억원 ▲2010년 12억원 ▲2009년 9억원의 총매출 역시 100% 계열사 거래를 통해 올렸다. 해마다 내부거래액은 증가하고 있었으며, 특히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전년 대비 53%나 급증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씨앤아이에 일감을 맡긴 회사는 부영, 부영주택, 동광주택산업, 동광주택, 광영토건, 남광건설산업, 남양개발, 부영CC, 부영대부파이낸스 등 부영그룹 계열사들이었다. 

부영씨앤아이의 내부거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상 오너일가의 회사라는 점이다. 즉, 부영씨앤아이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이 고스란히 오너일가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억29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의 경우 계열사 편입 전 2700만원에서 지난해 2억원으로 무려 648% 급상승했다.

신록개발과 부영씨앤아이의 내부거래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 <파이낸셜투데이>는 부영그룹 관계자에게 전화 문의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오너일가 배불리기?

아울러 부영엔터테인먼트라는 계열사 역시 일감몰아주기가 벌어지고 있는 주인공으로 지목받고 있다. 

우선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원래 ‘대화기건’이란 이름의 회사였는데 1998년 4월 설립된 소방시설 등 건물용 기계장비 설치업체다. 지난해 11월 부영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하며 현재 부영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영화제작 및 음반제작 등의 미디어 관련 사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장의 부인 나길순씨가 48%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의 지위를 갖고 있다. 또 이 회장의 동생인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 역시 12%의 지분을 보유, 오너일가가 총 60%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의 경우 합병 등의 원인으로 많은 매출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부영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11년 계열사와의 거래로 99.86%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만하다.

계열사 간 거래 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부영주택(94억7900만원) ▲동광주택(41억6300만원)▲광영토건(3800만원) ▲무주덕유산리조트(5700만원) ▲부영(700만원) 등이 총 137억4400만원에 달하는 일감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1년 부영엔터테인먼트의 총 매출 137억6300만원 가운데 99.8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사실상 모든 매출을 계열사를 통해 기록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09년, 2010년 역시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 100%를 차지했다.

앞서 부영그룹은 부당 내부거래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전적이 있다. 지난 2004년 공정위는 부영, 부영파이낸스, 동광주택산업 등 부영그룹 3개 계열사가 197억원 상당의 부당지원을 해온 사실을 적발, 총 3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대규모의 내부거래를 하고도 공시의무를 위반한 부영과 동광주택산업에 대해서도 각각 5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같이 내부거래는 꾸준히 이어져, 오너일가만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으며 눈총을 사고 있는 것이다.

각별한 아들사랑?

부영그룹은 일감몰아주기는 물론 이 회장의 막내아들인 성한씨가 경영하는 부영엔터테인먼트의 ‘도우미’를 자처, 빈축을 산 바 있다. 계열사들이 비상식적인 ‘퍼주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화제작사인 부영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같은 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에서 35억원을 빌렸으나 한 푼도 갚지 않았다.

이 업체는 2011년 3∼9월 동광주택에서 매달 5억원꼴로 총 35억원의 운영자금을 차입했다. 당초 연 5.5%의 금리에 1년 뒤 갚는 조건이었지만 올해 6차례에 걸쳐 차입금 전액의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대화기건에 흡수되기 전인 2012년 5월 말 기준 부채총계(69억7천100만원)가 자산총계(35억6천800만원)의 2배에 이르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1년 매출액은 6억3천200만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0억6천200만원과 23억2천8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채권자인 동광주택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283억4천900만원)과 당기순이익(-222억8천300만원)에서 모두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아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준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자 업체가 손해를 무릅쓰고 자본잠식 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이해할 수 없는 거래는 부영그룹 오너 일가의 혈연관계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동광주택의 대표이사가 이 회장이고, 부인 나길순씨가 감사를 맡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한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100% 보유한 부영엔터 주식 2만주를, 모친 나길순씨가 최대주주인 대화기건(현 부영엔터테인먼트)에 무상 양도했다. 대화기건은 2011년 매출액 137억6천300만원에 영업익 20억3천900만원, 순이익 18억4천만원을 올린 ‘알짜 계열사’다.

이 업체는 부영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지난해 8월 말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부영엔터테인먼트에 45억원을 지원했다.

‘구태’ 반복, 언제까지

운영자금을 대주다 못해 알짜 계열사를 통째로 넘겨준 셈이지만 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는 부영엔터테인먼트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부실회사라 상속세와 증여세법상 주식평가액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화기건은 2002년 영화제작업 면허를 취득했고 영화 및 광고물 제작과 광고대행업을 사업 내용으로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현재까지 그룹 계열사에서 받은 일감은 건물 설비·소방시설 공사 등에만 한정됐다.

실제 그룹 차원의 광고·영상 일감은 부영엔터테인먼트로 몰렸다. 이 업체는 2011년 한해 부영주택을 상대로 해외홍보영상물 촬영과 기증사업 광고를 따내 3천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모든 계약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고, 대금은 현금으로 지급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각별한 아들 사랑이 왜곡된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관계자는 “부영그룹의 일감몰아주기는 재계에서도 잘 알려져있다”면서 “정부와 언론이 대기업의 어느때보다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구태를 반복하는 일은 위험천만”이라고 꼬집었다. 어느 시점에서 정부와 과세 당국의 철퇴가 떨어질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영그룹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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